건축법 허점 노려 작정하고 지어
소방당국 직접 관리대상서 벗어나
“화재 등 취약… 가이드라인 시급”

조철오 기자 jco@kyeonggi.com  노출승인 2016년 07월 17일 20:39     발행일 2016년 07월 18일 월요일 

여주의 한 대규모 물류 창고가 한층 높이를 10m 이상으로 짓고 그 사이를 ‘새로운 층’으로 여러 개 쪼개 만드는 기형적 형태 건물로 사용, 물의(본보 13일자 1면)를 빚는 가운데 지역 내 다른 물류 창고들도 이 같은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창고의 ‘층수 쪼개기’를 두고 명확한 관리 근거가 없어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7일 여주시와 지역 내 물류창고 등에 따르면 현재 여주에 등록된 연면적 5천㎡ 이상 대형물류창고는 모두 26개다. 이들 창고 중 일부도 층간 높이를 10m 이상으로 만든 뒤 적층식 랙(Rack·화물용 선반)을 이용해 ‘새로운 층’을 만들어 사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3층으로 등록된 점동면의 한 의류 대형 물류창고(연면적 2만6천㎡)의 경우 층간 사이 높이가 평균 11m로, 이곳 역시 넓은 층간에 적층식 랙을 이용해 ‘새로운 층’을 만들었다. 짐을 보관하는 선반이 직원들의 작업 공간으로 사용 중인 것.

형성된 ‘새로운 층’은 소방 당국의 직접적 관리 대상이 아닌 탓에 층 사이에 스프링클러나 화재 감지기 등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더욱이 랙 위에서 작업중인 직원들이 제대로 대피할 수 있는 비상로 확보도 제대로 안 된 상태다. 창고는 랙으로 변형된 하나의 ‘미로’ 같아 화재 시 직원들이 당연히 갇힌 채 헤맬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다른 곳도 비슷했다. 상거동에 있는 4층의 대형 물류단지(연면적 3만1천㎡)도 1~3층에 랙을 통해 사실상 6개 층을 창고로 사용 중이었다. 가남읍의 한 물류단지(연면적 4만㎡)도 3층을 랙으로 개조해 활용 중이라고 밝혔다.

사정이 이렇자 일부 물류창고들은 새로운 층을 내부에 갖출 것을 고려해 창고를 짓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2층 건물이지만 외관상 6층 상당의 창문을 만드는 식으로 등록 층수보다 창문의 층수를 더 많이 만드는 것. 물류창고를 만드는 한 건축사 관계자는 “건축주들이 랙으로 층을 쪼갤 것을 감안해 창고를 지어달라고 먼저 요청한다”고 귀띔했다.

‘기형적 창고’가 여주에 최근 늘어나는 것은 교통의 요충지이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땅값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영동ㆍ중부내륙고속도로가 관통하는 여주는 올해 제2영동고속도로가 들어서고 톨게이트가 4개까지 늘어난다. 

지역에 물류 창고를 짓고 있는 관계자는 “여주는 땅값이 저렴하고 교통접근성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며 “업계 내에서 물류창고를 여주에 만드는 것을 선호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일선에서는 이같이 ‘층수 쪼개기’를 통한 창고가 늘어나고 있지만, 이를 관리할 근거가 없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여주소방서 관계자는 “건축법상 불법으로 보기 애매하다”며 “특히 창고만을 두고 별도의 관리 지침이 없어 현장점검에 애를 먹는 실정이다. 

화재 등 대형사고에 취약한만큼 개별 가이드라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해당 물류단지 관계자는 “현행법상 불법이 아니며 화재 발생에 다양한 대비책을 갖춰놨다”고 해명했다.

류진동·조철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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