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건축사 1호 지순 건축사. 그리고 최고의 파트너 원정수 선생님을 만나다

창간 특집으로 우리나라 건축계의 거장이자, 1호 여성 건축사인 지순(81)건축사와 평생을 건축사보로 살았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시는 원정수(82) 부부의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유쾌한 웃음으로 긴장한 후배를 배려하시느라 오히려 분위기를 주도하시는 두 분의 모습은 건축계를 이끌었던 어른들 앞에서 팔순이 넘은 나이는 숫자에 불가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노환으로 불편하신 지순 선생님을 배려하여 가벼운 주제로 인터뷰를 진행하려 하였으나, 건축계의 현안을 정확히 직시하시는 두분은 건축계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방향까지 그 누구보다 예리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건축인이 가야 할 방향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계셨다.

"이제서야 건축과 사회의 창구가 생겼지 뭐야"

 원정수 선생님께서 김철민 건축사의 국회 진출을 거론하시며 말씀하셨다.

원정수 선생님

"건축계와 사회, 그 관계를 생각해 보면 우리 사회는 서구를 모방만 했지 전문의 사회 교류가 없었단 말이야. 사회가 건축계를 바라보는 시선들. 어떻게 보면 우리 건축사들을 집짓는 쟁이 취급을 하며 우습게 봤었단 말이지. 그런데 이번 김철민 건축사의 국회 진출은 어떻게 보면 건축계와 사회가 교류할수 있는 창구가 생긴게 아닌가 싶어"

인터뷰 한달전, 김철민 건축사가 국회의원에 당선된 상황이었다. 아마 두 분은 건축사의 국회입성이 꽤나 기쁘고 큰 이슈셨는지 그 얘기부터 꺼내셨다.

"기존 건축계 국회의원들은 건축을 잘 모르면서 마치 자신들이 건축을 대표하는 주인공인듯 권력만 행세했다고. 하지만 이제 건축계를 이끌어 가는 당사자인 건축사가 국회의원이 되었으니 사회와 건축계의 소통에 좋은 결과들을 가져오지 않겠어?"

소통에대해 이야기 하시는 원정수 선생님의 말씀을 받아 지순 건축사님께서 소통에 관하여 말씀해주셨다.

지순 건축사님

"당과 정치적 색을 떠나 건축사가 국회활동을 하는것에 대해 우리가 적극적으로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해. 사회와 건축계의 유대가 전혀 선진화 돼있지 않은 상황에서 김철민 건축사는 사회와의 연결 창구가 된 거거든. 이번 김철민 건축사를 시작으로 다수의 건축사가 국회 진출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우리의 소리를 국회와 사회에 내어서 우리의 권리와 생존권을 찾고 미래를 꿈꾸는 후학을 위해 길을 다져놓는 것도 우리 건축사들이 해야 할 일이거든" 

지순 건축사님의 말씀을 받아 원정수 선생님께서도 말씀을 이어주셨다.

"건축계는 사실 문화적으로 소외 되어있다고 볼 수 있어. 문화적으로 같이 발전해 왔어야 하는 '건축사'라는 전문직이 사회와의 대등한 관계를 외면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해. 이번에 우린 김철민 의원이라는 민원 창구를 얻게 된 거야. 우리가 그 민원창구를 통해 우리들의 이야기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 또 그 민원창구는 얼마나 그 역할을 할 수 있을지가 궁금하지만. 어쨋든, 민원 창구가 생긴 것만으로도 희망적이라 볼 수 있지 않겠어?"

원정수 , 지순 건축사님

건축사 국회의원을 민원창구라 표현하며 사회 속에 건축사의 자리매김과 건축계와 사회의 어울림에 대해 말씀하실 때 국회 진출을 조금 더 건축계의 미래와 연관 짓지 못하고 더 많이 응원하지 못 했던 내 스스로의 모습을 반성하게 되었다.

건축계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가 무르익을 즈음 자연스럽게 두 분의 삶의 이야기로 옮겨갔다. 여성 건축사 1호라는 자긍심과 무게감을 같이 안고 살아오신 지순 건축사님과 너무 유명해져버린 아내로 인해 누군가의 남편이라 불리는 일이 더 많은 원정수 선생님.
두 분의 삶에 대해 물으니 원정수 선생님은 특유의 호탕한 웃음을 지으시며 말씀하셨다.

"난 평생 누구의 남편으로 불리며 살았어. 조용히 일만했지!"

원정수 선생님은 아내 지순 건축사님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시며 존경하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여성 건축사 1호라는 타이틀을 지고 있는 부인을 둔 남편으로서, 또한 같은 일을 하는 동종업계의 선배이자 동료로서 서로 힘이 되고 경쟁자가 되고 친구가 되고 애인이 되며 한평생을 살았다는 두 분은 지난 시간들을 추억하시며 생각에 잠긴 듯 눈가가 촉촉해 지시기도 하고 함박 웃음을 짓기도 하셨다.

밥 먹듯 야근을 하고 오는 며느리가 탐탁잖은 시부모님께 "넌 어디서 밤일하고 오냐?"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정말 서운하고 힘들기도 했다는 지순 건축사님. 하지만 오늘의 자신은 원정수가 있기에 존재한다고 말씀하시는 지순 건축사님의 모습에서 같은 직업을 가진 두 사람이 함께 일하고 함께 사랑하며 산다는 것이 얼마나 축복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인텔리젠트빌딩 포스코, 한국은행, 제주 라마다프라자 호텔 등 굵직굵직한 프로젝트를 수행하신 지순, 원정수... 나서지 않고 겸손한 삶을 사는 두 분은 하신 일에 비해 유명세는 덜 하신 편이지만 작품마다 겪는 어려움과 에피소드 중 주택만을 엮어 "집"이라는 책을 발간하시기도 했다. 또한 후학을 양성하는 일이 건축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일이라 말씀하시는 두 분의 모습에서 진정한 건축의 미래를 걱정하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돌아오는 길. 우리가 건축사로서 지향해야 할 미래의 모습이 바로 이분들의 모습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기자로서 인터뷰라기 보다 모처럼 부모님과 그동안 하고 싶은 이야기를 터놓은 듯하다. 손 꼭 잡아주시며 뭐라도 먹여 보내려는 두 분의 모습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지순, 원정수 두 분 건축계의 어른이 늘 건강하신 모습으로 우리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기를 오래도록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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