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경기도건축문화상 사용승인(비주거) 동상 수상, 폴리머건축사사무소 설계

일레븐 힐즈 외관 ⓒ신경섭.

용인 성복동 아파트들이 밀집된 사이, 독특한 외관으로 눈에 띄는 건물이 하나 보인다. 1층에는 분위기 좋은 카페가 위치해 이른 오전시간부터 브런치를 하려는 손님들로 분주하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며 이 지역에 활력을 불어 넣고 있는 공간, 일레븐 힐즈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주)폴리머 건축사사무소가 설계하고 (주)일레븐건설이 시공해 2016 경기도건축문화상 사용승인 비주거 부문에서 동상을 수상한 '일레븐 힐즈'를 소개한다.

 

아파트 단지 틈에 위치한 일레븐 힐즈 ⓒ신경섭.

평범한 아파트 상가가 있음직한 곳에 독특한 상업 건축을 계획할 수 있었던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주변의 만성적인 미분양 문제 때문이었다. 

이곳은 아파트 값이 고공행진을 하던 2008년 분양을 시작했지만 글로벌 경제 위기로 절반도 팔리지 않았다. 설계를 시작했던 2012년에도 이 문제는 지속되었고 이 지역을 개발했던 시행사가 이 문제로 엉겁결에 단지 아파트의 절반 이상을 소유하게 되면서 주민들의 요구 사항들을 무시할 수도 없었다. 

또한 미분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아파트 단지의 활성화에 대한 요청을 공감하고 있던 때였다. 

주민들은 무엇보다 신도시에 살면서 느끼는 고립감과 무료함을 달랠 수 있는 활기찬 공간이 필요했다.

요즘 아파트 단지는 밖으로 나갈 필요 없이 모든 것이 가능한 커뮤니티 시설을 대대적으로 제공한다. 하지만 되레 주변 상권은 다양성과 활력을 잃으면서 낯선 곳에서의 무기력한 생활로 그렇지 않아도 고립감을 느끼는 베드타운 주민들을 괴롭힌다. 일레븐 힐즈는 이처럼 대한민국의 신도시들이 겪고 있는 문제들 사이를 비집고 만들어질 수 있었다.

 

일레븐 힐즈 1층의 카페 내부 ⓒ신경섭.

또한 건물 내의 카페와 레스토랑도 상업적인 목적보다는 단지의 활성화와 주민의 생활 편익에 대한 대응으로 나타난 결과물이었다. 설계 과정은 법이나 지침 같은 외부 요인들과 내부의 요인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것으로 설계의 레시피를 구성했다. 일차적인 목표는 건폐율이나 용적률 같은 양의 논리를 질의 상관관계로 변환하는 것이었다.

 

일레븐 힐즈 외관 ⓒ신경섭.

먼저 임대의 용이성을 고려해 같은 용적률 내에서 각층 면적을 점차 줄여 1층부터 위로 올라갈수록 좁아지게 했다. 또한 용도에 맞는 외부 공간을 위해 층마다 테라스를 좌우에 배치했다. 이렇게 결정된 보편적 평면에 개별성을 부여하기 위해 외피의 공간을 도입했다. 층마다 엇갈린 삼각형 모듈을 배열했는데 구조적인 역할을 담당할 뿐 아니라 일정한 리듬을 만든다. 중앙 라운지 주위로 개별성이 보장된 외피의 공간들이 배열되는 것이다. 상업 공간은 중립성과 보편성이 강조되는데, 불특정 다수의 임차인을 고려해야 하므로 더욱 그렇다. 그래서 유니버설 스페이스로 설계되었다.

독특한 외관이 돋보이는 일레븐 힐즈 ⓒ신경섭.

하지만 아무리 무표정한 곳이라도 이용자들은 공간에 따라 점유하는 방식이 다르다. 가구는 사람의 행동을 결정하지만, 공간은 비결정적이기 때문이다. 의자는 사람이 앉도록 행위를 지시하지만 방은 다양한 활동을 간접적으로만 제어할 뿐이다. 

예를 들면 카페나 레스토랑처럼 탁 트인 곳에서도 개방된 홀보다 창가 자리를 더 선호한다. 특히 벽에 기댈 수 있어 아늑하고 개별성이 보장된 곳이 인기가 많다. 가구와 건축, 설비, 전기, 공간, 인테리어가 통합되었던 과거의 건축은 외부 환경과 밀접한 만큼 인간에게도 친밀했다. 우리에게 작은 공간에 대한 본능적인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현대 사회가 발전할수록 더 절박해졌다. 수많은 공정으로 쪼개야만 건물을 완공할 수 있는 현대 사회의 분업화의 한계 때문이었다. 보편적 공간에 스스로 감추고 은밀하게 얘기할 수 있는 개별성까지 부여할 수 있는 레시피가 필요한 이유다.

아파트 상가는 평범하다는 편견을 깨고, 신도시 아파트 단지 틈에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소통의 공간으로 태어난 일레븐 힐즈는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으며, 그 존재의 이유를 뽐내고 있다.

 

일레븐 힐즈 개요

위치: 용인시 수지구 성복동 424-17

용도: 근생

설계자: (주)폴리머건축사사무소

시공자: (주)일레븐건설

 

폴리머 건축사사무소

아버지(김홍식, 한국 건축사)와 아들(김호민, 영국 건축사) 2 세대가 함께 운영하는 독특한 사무실이다. 아들이 설계와 디자인을 주로 관할하지만 큰 틀은 아버지의 제시로 이루어진다. 제주 출신으로 3 때째 건축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참고로 김상식 건축사와 김용미 대표가 함께 운영하고 있는 금성종합건축사무소가 1 세대 김한섭 교수께서 창업하신 사무소이다. 2007년 사무실 개소 후 지난 10 년간 연구소, 호텔, 학교, 오피스, 공동주택, 주택, 근린생활시설, 영화극장 인테리어 등 다양한 분야의 설계를 진행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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