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건축사사무소 BIM 따라잡기

세종사이버대학교 자산관리학부 건축·도시계획학과 전재일 교수

BIM은 건축사사무소의 레버리지 

BIM, 그 오해와 진실
BIM, 왜 두려운가?
시공 BIM과 설계 BIM의 차이와 해결해야할 숙제
④ 소규모 건축사사무소 BIM 따라잡기
⑤ BIM과 저녁이 있는 건축사사무소

 건축사사무소 BIM도입

필자는 2017년부터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jaeil0816)을 통해 BIM에 관한 소견을 공유해 왔다. 세종사이버대학교에 재직하게 된 후에는 페이스북 친구의 범위를 확장하여 2,300명 이상의 건축·건설 관련자들의 BIM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매일 접하고 있다. 필자가 BIM과 관련된 포스팅을 하면, 페이스북 친구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남긴다. 미국 전문 BIM컨설팅 회사부터 1인 건축사사무소까지 정말 다양한 환경에 많은 공감과 영감을 받고 있다.

BIM 소프트웨어를 15여 년 전부터 도입했으나 큰 기대에 비해 실망만 하고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다는 건축사님들의 글을 보면 안타깝다. ‘BIM 소프트웨어만 도입하면 설계자동화, 창의적인 디자인, 정확한 도면, 화려한 렌더링, 비정형 설계가 가능하다’는 당시 BIM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마케팅 문구는 아직도 이루어 지지 않고 있다. 그러한 것들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건축사사무소가 손 제도부터 2D CAD까지 해오고 있는 제도 중심의 설계 방식을 고수한다면 2023년 현재도 실현되기 어려운 일이다.

BIM설계의 핵심은 실시간 설계정보 공유

필자는 최근 연구를 통해 국내와 미국의 건축사사무소가 BIM으로 설계할 때 갖는 세부 목적을 비교하였고, 그 결과 상당한 차이점을 발견하였다. 미국의 건축사사무소는 BIM을 통해 설계 정보의 공유, 개방, 접근성을 향상시켜 건축·구조·설비 등 설계팀 간의 실시간 협업(live coordination)을 최우선 목적으로 삼고 있다. 반면 국내의 건축사사무소는 BIM을 통한 공공 프로젝트의 수주, BIM 성과물 제출, 설계품질 향상, 설계인력 절감을 주요 목적으로 꼽았다.

경제, 문화, 사회 여건이 다르기는 하지만, BIM을 개발한 미국의 건축사사무소들이 BIM을 활용하는 방식을 살펴보면, BIM으로 진행 중인 모든 설계정보를 클라우드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구조·설비 협력업체들이 확인하고 건축사사무소의 통제 하에 작업할 수 있도록 가상 작업장을 제공하고 있다. 건축·구조·설비 BIM 3D모델이 링크된 통합 BIM 3D모델에 접속하여 시작부터 끝까지 설계를 진행하고 있으므로, 여기서 추출된 도면들은 차이나 오류가 있을 수 없다.

클라우드에 작업중인 BIM을 사용한 미팅(사진=Perkins Eastman, Chicago 제공)
클라우드에 작업중인 BIM을 사용한 미팅(사진=Perkins Eastman, Chicago 제공)

여기 국내는 구조·기계설비기술사사무소가 BIM설계를 하지 않아서 실시간 협업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건축사분들도 계시겠다. 그러나 이들 협력업체들도 BIM 소프트웨어와 클라우드 서버계정을 구비하여 건축BIM 3D모델의 발전·수정·변경 사항을 실시간 확인하고, 자신들의 2D CAD도면에 반영할 수 있다. 이들이 부족하거나 비합리적인 건축공간을 발견하면 즉시 건축 담당자에게 알리고 피드백을 줄 수 있다. 이렇게 하면 건축·구조·기계설계 담당자 간에 대기, 배포, 회신 등을 위한 시간 낭비가 없어진다.

만약 협력업체가 BIM 소프트웨어나 클라우드 서버계정을 갖출 여건이 안된다면 BIM에서 편리하게 추출한 건축 백그라운드 2D CAD 파일을 자주 배포 할 수 있다. 이는 기존 2D CAD 설계방식과 비슷하지만, 건축사사무소가 BIM으로 설계정보를 관리하므로 CAD 파일 교환과 비교하여 이력관리가 쉽고, 정확한 도면으로 협력업체들의 도면오류도 같이 줄어들게 된다. 필요하면 무료 BIM 3D모델 뷰어용 파일을 추출하여 협력업체와 언제든 협업도 가능하다.

잘하는 것이 아니라 정확히 하기

BIM은 설계를 잘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설계를 정확하고 오류 없이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BIM은 엔지니어링 요소를 포함하고 있어서 설계안을 정리하는 과정이 별도로 필요하지 않다. 예를 들어 계단을 설계할 때, 2D CAD방식은 선을 그리고 나서 단수와 폭을 조정하고 법규에 맞게 계단참과 오버헤드를 계산하는 반면, BIM은 처음부터 단수, 폭, 계단참, 오버헤드 등의 수치를 입력해야만 계단 3D 모델을 생성할 수 있다. 즉, 나중에 해결할 문제를 지금 해결하는 것이다.

BIM의 이런 특징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건축사분들도 많다. 컨셉을 잡기 위해 스케치업이나 라이노 같은 소프트웨어로 대략적인 3D 모델만 필요한데, BIM은 직관적이지 않고 자세한 정보를 설계 초기 단계부터 요구하여 사용하기 까다롭다는 것이다. 설계 프로세스는 개인마다 다르므로 소프트웨어의 선택도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설계안 정리를 숙제로 미뤄 놓지 말고, 설계 초기 단계부터 차근차근 설계안의 정확성을 확보해 나가는 것이 이제는 중요하고, 그런 면에서 BIM보다 우수한 설계 소프트웨어는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많은 미국 건축사사무소들은 개성 있는 디자인을 자유롭게 시도할 때 라이노(Rhino)와 레빗(Revit)을 함께 사용한다. 라이노로 다양한 형태를 만들 수 있지만 그 형태를 엔지니어링 요소로 정확히 표현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BIM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McNeel Rhino: Data Exchange Connector Now in Release(Autodesk Building Solutions)

BIM은 레고가 아니다

BIM을 도입하기 위해 중소규모 건축사사무소에 필요한 템플릿과 라이브러리(Library Management System)에 대한 연구가 10여 년 전부터 국내에서 활발히 이루어졌다. 그 결과, 템플릿과 라이브러리가 없으면 BIM설계를 제대로 할 수 없고, 구축하는데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BIM을 포기하시는 건축사분들도 있었다. 그러나 템플릿과 라이브러리는 초기 BIM파일 설정을 위한 기준이지, 설계를 진행하는데 크게 영향을 주는 요소는 아니다.

템플릿과 라이브러리는 사실 2D CAD에도 존재했지만, CAD는 변형과 출력 도면크기와 스케일에 제약이 없어서 복사, 확대, 축소, 수정을 도면시트마다 자유롭게 적용할 수 있었다. 반면 BIM은 템플릿과 라이브러리를 데이터로 만들어 일괄적용하기 때문에 주의 깊게 만들어야 한다.

프로젝트의 특성에 따라 기존 템플릿과 라이브러리에서 파생적으로 만들기 때문에, 도각(title block)을 제외하고는 프로젝트마다 같을 수 없다. 특히 라이브러리 제작은 설계과정의 일부로, 설계를 진행하면서 3D모델, 도면별로 보여지는 그래픽, 일람표에 나오는 정보가 바뀌기 때문에 미리 다 만들어 놓을 수도 없다. 

설계 컨셉에 따라 소수의 라이브러리에서 파생 라이브러리들을 생성(커스터마이징)해가면서 설계를 진행한다. 레고처럼 주어진 블록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결합해가는 과정이 아니다. 도면 템플릿도 기본 평·입·단면도부터 시작해서 설계안의 규모와 형태에 따라 확대, 파생도면들의 템플릿을 만들어간다. 템플릿과 라이브러리의 자동화, 표준화는 없는 셈이다.

템플릿과 라이브러리 디벨롭을 통한 도면화 작업이 BIM설계 상당부분을 차지하지만 커스터마이징 된 템플릿과 라이브러리는 끊임없는 BIM 3D모델의 변경사항을 도면에 오류 없이 정확하게 반영해주어 이후 도면수정 시간을 드라마틱하게 줄여준다.

설계과정의 변화

BIM은 지난 15여년간 외부의 요구로 건축사사무소에 도입되었지만, 설계업무프로세스의 변화를 가져오지 못하고 성과물 제출에 그치고 있다. 건축사사무소에서 BIM의 마지막 ‘M’이 Model ‘성과물’로 인식되는 것인지 아니면 Modeling ‘과정’으로 인식되는 것인지에 따라 건축사사무소의 BIM설계전환의 성공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미국 건축사사무소는 ‘과정’을 목적으로 삼았고, 국내 건축사사무소는 ‘성과물’을 목적으로 삼았다. 그게 지금의 차이다.

‘성과물’이라면 지금처럼 특별한 노력 없이 2D CAD설계를 유지하면서 더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 BIM용역업체를 구할 것이다. 반대로, ‘과정’이라면 익숙한 설계과정을 바꾸기 위한 노력하고, 그에 따른 보상이 따라올 것이다. 상식적으로 ‘설계과정’의 변화는 조직이 유연하고 민첩한 중소규모 설계사무소가 대형건축사사무소보다 유리하다.

다음 칼럼에서는 마지막으로 ‘BIM과 저녁이 있는 건축사사무소’에 대한 필자의 바램을 적어보겠다.

전재일 교수

- 건축사 (한국, 미국)

- 현 세종사이버대학교 자산관리학부 건축·도시계획학과 교수
- 한양대 건축공학부 졸업
- 일리노이대학 건축학 석사
- 컬럼비아대학 도시설계학 석사
- De Stefano Partners 근무
- (주)현대종합설계건축사사무소 근무

- 이메일 jaeil.jeon@sjc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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