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M, 왜 두려운가?

세종사이버대학교 자산관리학부 건축·도시계획학과 전재일 교수

BIM은 건축사사무소의 레버리지 

① BIM, 그 오해와 진실
② BIM, 왜 두려운가?
③ 시공 BIM과 설계 BIM의 차이와 해결해야할 숙제
④ 소규모 건축사사무소 BIM 따라잡기
⑤ BIM과 저녁이 있는 건축사사무소

BIM은 최초의 비직관적 설계 도구

이제 BIM 교육을 학교에서든 아니면 사내 강사를 통해 받지 못한 분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왜 실무에서 적용은 30년이 넘도록 더디기만 한 걸까? 6년전 회사의 건축사사무소 선배가 뒤처진다는 두려움에, 사내 BIM 교육을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했지만, BIM은 답답하고 신경질 나서 못 하겠다고 자기는 은퇴할 때까지 CAD만 할거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OO종합건축사사무소의 BIM집체교육(자료제공=전재일)
㈜OO종합건축사사무소의 BIM집체교육(자료제공=전재일)

BIM은 직관적인 도구가 아니다. BIM을 이용한 설계는 연필이든 CAD든 일단 선부터 그려보거나 다른 프로젝트의 CAD 파일을 복사해 수정해서 시작하는 방식이 아니라, 위치할 장소의 좌표와 방향, 건축 및 구조 부재, 재료 등을 준비해야 시작할 수 있고, 단계마다 납품할 도면의 정보와 도면에 들어가는 부 View의 연결체계도 미리 계획해야 한다.

기존 방식대로 스케치업, 라이노 등 3D프로그램이나 건축 모형을 통해, 발주처 요구사항을 수용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대안을 만들어 놓고, 발주자나 설계자가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는 프로세스는 BIM 설계에 적용하기 힘들다. 이런 프로세스는 직관을 통한 빠른 모델링 능력과 재설계를 위한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BIM은 프로그램이 원래 무겁기도 하지만, 전체 모델링 정보가 각 도면에 특성 및 범위에 따라 보여주는 정보들이 실시간으로 필터링되기 때문에 굼뜰 수 밖에 없다. 즉, 다 그려놓고 개수를 세는 CAD 작도방식이 아니라 객체 중심으로 하나씩 객체가 생성될 때마다 카운트나 컬러링이 되고 조건에 맞는 것만 도면과 일람표에 보여주다 보니 직관이 아닌 계산적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그 선배는 BIM으로 설계를 진행하는 것은 마치 칼질로 요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첨단 찜기에 재료를 넣고 요리를 뽑아내는 것 같다고 했다. 이는 설계 경험이 풍부한 건축사의 손 스케치나 도면이 부재들의 디테일과 물량, 현장 상황까지 계산한 것과 비슷한 이치다. 정확한 비유는 아닐지라도, 지금처럼 경험과 직관으로 손님이 좋아할 만한 다양한 요리를 최대한 많이 차려놓고 손님의 입맛에 맞는 것을 고르게 할 건지, 손님에게 내올 음식의 맛, 양, 시각을 미리 정해놓고, 한정된 재료와 시간에 맞게 요리를 준비할 건지 둘 중에 이제는 현명한 선택을 해보자.

대형 건축사사무소의 온전한 BIM 설계 경험 부재

대형 건축사사무소의 시공 도면작성 업무가 하도급이 일상화된 것처럼 건축사사무소에서 BIM은 설계 프로세스에 속하지 못하고 하도급 업무로 후속 작업이나 병행작업으로 취급되고 있다. 그래서 많은 BIM 설계 전문가들이 있다고 하지만, 하도급이기 때문에 막상 설계안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아닌, 짧은 시간에 결정된 설계안을 BIM 모델로 표현하거나 검토하는 역할에 한정된다. 하도급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건축사들이 BIM을 통한 효율적인 설계업무를 미처 경험해 보기도 전에 BIM이 CG 랜더링처럼 후속 공정으로 넘어간 것은 아쉽다.

하지만, 시공 도면작성을 외주업무로 하기 힘든 소규모 건축사사무소에서는 오히려 처음부터 끝까지 BIM으로 설계를 진행해본 경험이 더 많다. BIM을 통해 업무의 효율성을 맞본 1인 건축사들은 필요 없이 중복되고 반복되는 설계업무를 줄이게 된다. 워드, 엑셀, 스케치업, 라이노, 캐드, 엔스케이프, 포토샵 등 여러 개의 소프트웨어로 단계마다 나눠진 업무처리 방식과 중간 성과물을 어떻게든 1개의 BIM 소프트웨어로 해결해보려는 노력을 통해 시간과 외주를 줄이는 것이다.

국내 유명 대학의 어느 건축공학과 CM 교수님께서 국내 설계시장 여건상 건축사사무소들이 BIM을 도입하는 것은 어렵지 않겠냐고 질문한 적이 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씀인 것 같다. 국내 대형 건축사사무소는 이미 여러 하도급업체를 관리하며 발주처를 상대하는 종합건설사처럼 관리조직으로 바뀌고 있다. 그들에게 BIM은 하도급업체들의 도구일 뿐이므로 BIM 설계를 통해 설계업무의 효율성 향상에 별로 관심이 없다. 반면 소규모 건축사사무소는 그렇지 않다. 설계업무의 변화는 작은 곳에서부터 시작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제는 BIM과 같이하는 설계관리

학교에서 3D 모델링으로 설계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훈련을 받지 못하고 3D 모델링을 2D 평면, 입면, 단면도의 결과물로만 생각하는 세대는 BIM이 어려울 수 있다. 세상 모든 프로젝트가 정해진 일정과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지 않기 때문에, 정해진 설계 기간 내 발생하는 변경을 수용하기에 3D 모델링은 2D 도면에 비해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

하지만 조삼모사처럼 2D 도면은 3D인 건물의 각 부분을 2D로 왜곡하여 표현한 것으로, 수정된 부분을 3D로 이미지화 후 파생된 모든 2D 도면을 업데이트해야 한다. BIM은 이 부분을 프로그램이 담당하는 것이고, CAD는 사람이 챙겨야 한다. 그래서 간결하게 보이는 2D 수정의 유혹을 물리치고 우직하게 3D 모델링 수정을 고수하는 길이 결국 돌아가지 않는 길이다. 경험해 보지 못한 입장으로서 얼마나 편한지 설득당하는 것은 언짢겠지만, BIM은 설계자들이 편하기 위해서 개발되었고 발전되고 있다.

추가 운영비가 아닌 대체 운영비로

업계 선후배님들께 이제는 BIM 도입할 것을 권유하면 대부분 레빗 또는 아키캐드의 막대한 연간 구독료 때문에 난감해 한다. 오토데스크사의 레빗이 한 개 카피의 월 사용료는 46만원, 3년이면 1,100만원이 넘는다. 같은 회사의 오토캐드는 월 사용료가 32만원, 3년이면 770만원이고, 약 1.4배 정도 비싸다. 오토데스크가 부담되어 ZWCAD 등 대안 캐드를 도입한 경우도 있지만, 오토캐드는 아직 대부분 건축사사무소가 쓰고 있는 설계 소프트웨어다.

사실 이 비싼 구독료는 오토데스크 본사가 위치한 미국의 건축사사무소들에게도 고민거리다. 하지만 다른 점은 미국 건축사사무소들은 오토캐드를 더이상 구독하지 않는다. 레빗을 사용하지 않는 컨설턴트들의 캐드 파일은 레빗의 DRAFTING VIEW에서 수정해 사용하거나 링크한다. 이들도 BIM으로 설계 도구를 전환할 때는 상당한 투자를 했을 것이지만, 생존하기 위해 CAD 관련 비용을 신속하게 절감했다.

이에 반해, 국내 설계업계는 BIM이 대안이 아닌 추가 설계 도구로 아직도 인식되어 비싼 운영비에 한몫하고 있다. BIM으로 설계 성과물의 제작, 수정, 검토, 관리 등 업무시간이 줄어 인력감축이 가능하다는 것은 저번 회차에서 말한 바 있다. 필자가 실무에서 어이가 없었던 말은 BIM에 친숙해지기 위해 설계는 하던 대로 CAD로 진행하면서 도면으로 그리기 어려운 부분이나 천장 공간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 되는 부분들을 시간 내서 BIM으로 모델링 해보라는 것이었다. BIM으로 설계를 한다는 것은 2D로 생각하고 표현하는 것과 이제 이별을 고하는 것이다. 익숙한 것과 이별하기 두려울 수 있지만, 이제는 앞으로 나갈 때다. This is the Way!

전재일 교수

- 건축사 (한국, 미국)

- 현 세종사이버대학교 자산관리학부 건축·도시계획학과 교수
- 한양대 건축공학부 졸업
- 일리노이대학 건축학 석사
- 컬럼비아대학 도시설계학 석사
- De Stefano Partners 근무
- (주)현대종합설계건축사사무소 근무

- 이메일 jaeil.jeon@sjc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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