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의 ‘영화 속 건축 이야기’

건축영화 1902 - 메트로폴리스에서 원초적 본능까지 표지(자료제공=정예씨 출판사)
건축영화 1902 - 메트로폴리스에서 원초적 본능까지 표지(자료제공=정예씨 출판사)

「건축영화 1902」은 시공을 초월해 오래도록 폭넓게 사랑받는 영화들 가운데, 건축적인 메시지가 담긴 작품을 선정하여 건축영화의 범주에서 영화 속 주제들을 해설하고 설명한다.

대표적으로 SF 영화의 시초인 <메트로폴리스>에서부터 ‘주목할만한 극영화와 기록영화(다큐멘터리)’를 망라하며, 건축물과 건축가, 건축 스캔들(사건/사고), 나아가 현대인의 삶과 욕망을 함의하는 집, 도시, 그리고 디자인이라는보편적인 주제로 확장한다.

또한 저자가 추천하는 ‘건축영화 베스트 100’과 약 1,500여 편의 ‘연대별 건축영화 목록’이 책 말미에 부록으로구성되어 독자마다 건축과 영화, 건축영화에 대한 인식과 지평을 스스로 넓혀갈 수 있도록 한다.

첫번째 장 「건축영화, 무엇부터 볼까」에서는 비교적 대중에게 잘 알려진 상업영화 속 건축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영화마다 그리는 삶의 주제들, 이를테면 사랑, 행복, 모험, 외로움, 기억, 치유 등이 건축의 주제와 크게 다를 바 없다고 저자는 말하며 둘의 연관성을 살핀다. 

2장 「내 집을 꿈꾸는 사람들」은 ‘집’에 관한 영화들로 구성되어 있고, 집을 둘러싼 거주문화, 생활 양식, 다양한 가치기준에 대해 이야기한다. 특히 지금은 사라진 둔촌 주공아파트, 사회성 부족한 건축주를 위한 집, 몸이 불편한 건축주를 위한 집, 이웃간의 관계를 고양시키는 공동주택, 2차 대전 이후 유럽국가들의 주거문제를 해결한 조립식 주택 등 다양한 집들이 영화에 어떻게 담겨있는지 살핀다.

특히 르코르뷔지에, 렘 콜하스, 니시자와 류에, 비야케 잉겔스 등 건축 거장과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주택 작품을 다룬 영화들이 소개되는데, 건축 개념과 특성뿐만 아니라 우스꽝스러운 비사, 그러나 법적 분쟁과 같이 결코 웃지못할 이야기들이 곁들여져 있다. 무성 코미디 영화 시대를 연 배우/감독 버스터 키튼의 영화,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의 거장 비토리오 데 시카의 영화, 인류 최초의 기록영화에 등장하는 집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이외에 집에 대한 부모자식 세대별 가치관, 집에 투자할 비용을 놓고 일어나는 고민 등이 사실적으로 표현된 집 짓기 영화들도 소개된다

교제와 이벤트 공간으로 사용되는 건물 옥상. 영화 중에서 (본문 68쪽)(자료제공=정예씨 출판사)
교제와 이벤트 공간으로 사용되는 건물 옥상. 영화 중에서 (본문 68쪽)(자료제공=정예씨 출판사)

3장 「건축가는 누구인가」에서는 건축가에 대해 조명한 영화들을 소개한다. 인류의 미래를 여는 혁명가, 때로는 사회의 공익요원, 때로는 헌신적인 문제 해결사로 건축가들이 등장한다. 또 위대한 건축가의 명성 뒤로 출세와 욕망에 지배되는 인간의 모습, 그 그늘에 가려진 가족 이야기도 소개한다. 새로움을 향한 열망, 인간과 세상을 향한 애정, 동시에 질투와 열등감, 편집증과 워커홀릭 등과 같이, 영화가 조명하는 건축가에 실재하는 면면들을 살핀다.

무엇보다도 건축역사의 이면에 가려진 여성 건축가의 영화는 근대건축 5원칙이나, 건축작품의 크레디트와 같이 세상에 공히 알려진 사실들이 다른 이의 성취와 공헌을 가로채 만들어진 것은 아닌지, 아일린 그레이와 르코르뷔지에, 릴리 라이히와 미스 반 데어 로에 등을 조명한 영화를 통해 추론한다.

그리고 건축과 정치/권력의 관계를 조명한 영화들이 4장 「숨겨진 이야기, 건축 스캔들」에서 이어진다. 아파트 붕괴사고와 도시 재개발을 둘러싼 이탈리아 정치권의 암투와 권력형 비리가 이 책의 독자들에게도 낯설지 않을 것이다. 국회의사당 건축에 담긴 스코틀랜드의 독립과 정체성, 국립도서관 건축에 담으려 했던 프라하의 민주체제에 대한 열망도 소개된다. 뿐만 아니라 권력이 쥐고흔든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는 건축가 사임이라는 스캔들을 넘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킨다고 저자는 말한다. 덧붙여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건축이 정치와 행정, 시민사회, 나아가 한 국가의 문화 수준이 만들어내는 것임을 영화를 통해 강조한다.

한편으로 쿠바혁명의 주역 피델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가 기획한 국립예술학교, 그리고 독재자 히틀러와 그의 건축가 알베르트 슈페어가 꿈꿨던 강력한 중앙집권적 도시도 소개된다. <스타워즈>나 <반지의 제왕>이 차용한 독일 나치영화의 소품, 의상, 포스터 디자인은 흥밋거리다.

도시 문제와 이슈가 담긴 「인류의 삶터, 도시 이야기」에서는 도시 건축의 교과서라 할 SF 고전과 기록영화들이 등장한다. 특히 현대 도시계획의 본류에서 비켜 일대 전환기를 연 제인 제이콥스의 삶을 다룬 영화들을 비롯해 근대건축의 아이콘인 프루이트 아이고 철거, 수도 브라질리아 이전계획의 막전막후를 기록한 영화들이 소개된다.

한편으로 도시화가 수반한 소외공간 방리유(파리의 변두리)와 파벨라(리우데자네이루의 슬럼가)가 전하는 영화적 메시지와 함께 전지구적인 도시화의 실상과 이면을 이야기하며, 그 틈새를 비집고 활약하는 도시 게릴라들과 얼굴없는 그라피티 아티스트 뱅크시의 영화도 소개된다.

:: 강병국 ::
건축가이자 씨네필. 서울시 건축상(2009), 경기도 건축상(2008), 아산시 건축상(2008), 한국건축문화대상(2004) 수상하였으며, 대표작으로 연세의료원 종합관, 상연재, 호서대 벤처산학협력관, 논산 쌘뽈요양원 등이 있다. 서울국제건축영화제, 서울건축문화제 ‘건축과 영화’, 파주 건축문화제 ‘건축과 영화’ 등의 주간으로 건축과 영화를 소개하고 알리는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주간조선 2012년 ‘영화, 건축을 말하다’ 외 다수의 연재물과 출판물이 있다. 현재 와이드건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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