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주의 지향점과 아이디어를 해석하고 공감을 통해 접점을 찾아가는 과정을 소신있게 이어가는 것은 AI의 날쌘 솜씨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만큼 의미있는 여정임에 틀림없다. 상대의 삶에 대한 진지한 인식과 세심한 질문들을 던져야만 그 공간에서 어떤 행복을 누릴 수 있는지 공간적으로 구현이 가능하다. 공간에 위트있는 힌트들만 담는다고 행복감을 줄 수 없고, 기능과 아름다움의 균형을 적절하게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제이와이제이 건축사사무소 정경모·정양호 건축사를 만나 공간을 통해 행복의 스펙트럼 담아내는 과정을 들어보았다.

Q.여유당의 의미가 공간의 어떤 점에 반영되었나요?

여유(餘裕)의 사전적 의미는 물질적·공간적·시간적으로 넉넉하여 느긋하고 차분하게 생각하거나 행동하는 마음의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 집은 건축주에게 그런 집이었으면 싶었습니다.

모든 실들을 남향의 마당과 테라스에 면하게 배치하여 햇살과 변화하는 자연을 조망할 수 있도록 하고, 그러한 시각적 변화가 주는 공간적 경험이 일상의 즐거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랬습니다. 공간과 공간 사이를 지나며 마당에서 자연의 변화를 느끼고, 빛과 그림자로 시간의 변화를 느끼고, 바람을 맞으며 하늘과 별을 바라보는 것이 이 집이 주는 일상의 즐거움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Q.설계 주안점과 설계 과정에서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도 궁금합니다.

도로가 남측에 있어 채광과 조망, 프라이버시 사이의 접점을 찾고, 주변상황과 안정감 있는 내부를 구성하기 위해 사용공간은 마당을 중심으로 ‘ㄱ’자로 배치했습니다. 마당과 연계된 필로티 주차장과 그 위 넓은 테라스를 만들어 ‘ㄷ’자로 배치해 최대한 다양한 외부공간 접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습니다.

건축주는 안방에서는 좌식생활을 원해 앉아서 또는 바닥에 누워 마당을 바라볼 수 있도록 창문을 설계하였는데 공사중 침대를 사용하기로 변경되어 부랴부랴 창문을 바꾸기도 했고, 도로에 면한 테라스에 햇빛 좋은 날 큰 빨래를 널 수 있는 빨래건조대를 만들었는데 현실에서는 먼지가 생각보다 많아 사용하기 힘들다는 피드백도 있었습니다.

Q.(주)제이와이제이 건축사사무소를 2가지 키워드로 표현한다면?

(주)제이와이제이 건축사사무소의 키워드는 '건강한 건축물'과 '사람들의 행복'입니다.

건강한 건축물은 건축물 자체와 그 안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환경과 관련이 있습니다. 또한, 지속가능한 재료와 효율적인 에너지 시스템을 활용하여 환경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또한 건축물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행복은 편안하고 안락한 생활 환경을 의미합니다. 이는 공간이 개인의 취향과 용도에 맞게 설계되어야 하며, 공간의 심리적인 측면 또한 고려하해야 합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생활을 지원하는 공간은 사람들의 행복감과 만족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Q. 설계를 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가치가 있다면?

공간과 인간과의 관계입니다.

알랭 드 보통이 행복의 건축에서 말한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는 말은 공간이 인간의 행동, 감정,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는 인간이 활동하는 공간의 구조, 배치, 디자인 등이 인간의 행동 패턴과 인식에 영향을 주어 그들의 행동을 제어하거나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건강한 건축물과 거주하는 인간의 행복을 추구함으로써, 건축물의 기능성, 안전성, 환경 친화성, 심리적 만족 등을 고려하여 공간을 설계하고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지속가능한 도시 및 사회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두 분이 설계하면서 같으면서도 다른 지향점이 있다면?

지향점이 달랐다면 아마도 같이 사무소를 개소하지 않았을 듯 합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서로 다른 의견이 있을 때도 있지만 결과물을 도출하기 위해 서로 조율을 하는 편이고, 서로 맡은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의 의견을 존중하는 편입니다.

공간에 대한 의견을 내고 그걸 해결하기 위한 구조와 디테일을 구상하다보면 건축주의 예산을 생각할 수 밖에 없기에 조금은 현실적으로 결과물이 나올 수 밖에 없긴합니다. 하지만 올바르고 건강한 건축물을 만들기 위해 서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Q.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다면?

건축가로서 내가 살 집을 설계 해보고 싶습니다. 가지고 있는 땅도 없지만, 시간이 날 때 대지도 알아보러 다녀보고 계획설계를 해봅니다. 하지만 인간의 욕심이 끝이 없어서인지 어렵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나만을 위한 작고 소박하지만 풍부한 공간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Q.건축사로서 그 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어떻게 작업하고 있는지, 미래에는 어떤 건축사로서 자리매김 하고자 하는지 궁금합니다.

건축사사무소를 개소하기 이전엔 대형건축물을 위주로 작업을 하다보니 프로젝트 관리와 협업, 일정관리 능력을 향상시켰지만, 건축에 대한 감성과 열정을 담기엔 부족함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무소를 개소한 지금은 그 경험을 토대로 공간에 대한 감성과 열정을 우리 스스로 결정할 수 있기에 소규모 건축물에 맞는 건축주의 예산과 비용 효율성을 고려하여 최적의 재료와 기술을 활용하여 가성비 높은 건축물을 제공하려 노력하며, 건축주의 요구와 목적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기능성과 효율성을 갖춘 아름다운 디자인을 추구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건축은 단순히 기능적인 측면 뿐만아니라 아름다움과 감성을 담아낼 수 있는 예술적인 표현 수단이기도 합니다. 또한, 사회적인 가치와 공동체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사회적인 연대와 상호작용을 도모하며, 사람들의 행복과 공동체의 번영을 위한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싶습니다. 건물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문화를 반영하는 상징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열정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영감과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건축사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