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유당건축사사무소(주) 김관수 건축사

김관수 건축사
김관수 건축사

건축이 사회와 관계하는 방식으로서 역할을 한다면 그 속에서 사람들의 삶도 큰 영감과 변화의 계기를 맞는다. 여유당건축사사무소(주) 김관수 건축사는 사옥을 계획하면서 이러한 맥락에서 여유당을 풀어낼 결심을 했다.

12년 전 독립하면서 새로운 연고지를 찾던 중에 지도를 보고 사통팔달인 장소를 물색하다 수원을 택했다. 오피스텔에서 시작해 10년이지나니 직원들이 늘어감에 따라 이사를 여러번 하게 되었다. 넓은 업무공간과 주차는 새로운 공간을 계획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였다고 한다. 

여유당이 들어선 대지는 경사지에 3면이 도로에  면한 좁고 긴 형태로 철로와 대로가 연접해 있고, 마을버스 차고지로 소음과 배기 오염으로 민원도 많았던 곳이었다.

“대지를 계약한 후 어느 날 저녁을 먹고 이곳에 오니 길은 어둡고 10분을 서 있어도 지나가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어둡고 침침한 길이었다. 이때 이 거리를 밝게 하는 건물을 만들자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건축사라는 직업은 항시 남을 위한 직업으로 내 건물 은 ‘공공적인’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여유당의 역할과 방향이 설정되었다.”

인터뷰를 위해 들어섰던 오전의 여유당의 모습과 다르게 카페가 운영되는 오후 시간의 에너지는 사뭇 달랐다. 특별히 사람들에게 여유당을 인식시키지 않더라도 어느새 사람들이 머물고 모여들어 거리를 밝히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긍정적인 변화에 대한 동네 주민들의 소소한 피드백을 듣곤 한단다.

여유당 계획 스케치(자료제공=여유당건축사사무소(주))
여유당 계획 스케치(자료제공=여유당건축사사무소(주))

여유당을 계획하면서 건축주와 건축사의 입장에서 고려해야 할 것들은 상당히 달랐다. 사옥을 짓는 건축주는 합리적인 건축비와 수익을, 건축사로서는 공공을 먼저 생각해야 했다. 

계획에서부터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 건축주의 경제적인 문제와 건축사로의 설계에 대한 고뇌는 계속되었다. 내 건물이기 때문에 모든 취향과 바람을 담을 수 있었는가에 대한 질문에 오히려 ‘덜어내기’에 집중하게 되었다는 현실적인 답이 돌아왔다.

여유당 외관 전경(자료제공=여유당건축사사무소(주))
여유당 외관 전경(자료제공=여유당건축사사무소(주))

지하층은 주차장 20대, 1층에는 지역의 공공장소 역할을하는 카페로 작은 내외부 정원과 수공간을, 2, 3층은 16세대의 다가구 주택, 4층은 건축사사무소로 설계하여 사옥 및 수익창출이 가능한 용도로 계획하였으며 밝은 거리를 만들고자 외장재는 지붕까지 모두 화이트로 하였다.

1층 여유당 카페의 동선은  가늘고 긴 호흡에 집중했다. 외부 전망이 좋지 않고 복잡하여 차단했으며, 필요한 곳에만 창문을 두었다. 폐쇄적인 벽은 내외부의 인상적인 공간들이 이어져 입체적인 흐름을 만들어 냈다.

또한 고건축 자재와 한국적인 소품들로 공간 곳곳에  멋스러움을 연출했으며  실내조경으로 분위기를 만들었다. 철로와 큰 도로의 인접으로 인한 소음에 대한 고민은 수공간을 만들어 물이 흐르는 소리로 도시의 소음을 대신했다.

1층 여유당 카페
1층 여유당 카페

4층은 여유당건축사사무소(주)의 업무공간으로 여유당의 근사함이 가장 잘 드러난 곳이다. 설계실, 도서관, 다목적 홀, 회의실, 대표실, 외부발코니(파티장)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기 다른 크기 와 형태로  실마다 쓸모에 맞게 개성을 지니고 있다. 또한 시간의 흐름에 따른  빛의 유입량과 보는 위치에 따른 조망은  다양한 볼거리와 공간감의 깊이가 느껴진다.

설계실은 가장 중요한 장소로 동선의 가장 마지막에 두었다. 업무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고, 창의적인 업무를 위해 천장을 높게 하고 이를 더 큰 공간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작은 통로를 두어 도서관을 배치했다.

다용도 홀은 한옥학교, 파티장, 회의장, 영화관 등으로 활용한다. 가장 높은곳에 있는 다락면적은 소장실로 발코니도 두어 조망과 실의 확장으로 하늘과 연결된 프라이빗한  공간이 연출된다.

업무공간(사진=손경애)
업무공간(사진=손경애)
회의실
회의실
다목적 홀
다목적 홀

이번 여유당 건축을 통해 김관수 건축사는 건축주, 설계자, 감리자 세 역할을 직접 하면서 즐거움과 아쉬움이 뒤섞여 있다고 했다. 특별한 것보다 늘 해왔던 일이었다는 것에 집중했다면서 현실적인 고민과 수정 발전 과정에서 후회가 없도록 애썼다고 소회를 밝혔다.

“건축은 준공되었다고 설계가 끝났다고 보지는 않는다. 공간이 계획대로 잘 활용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이 있어야한다. 1층은 동네 사랑방처럼, 4층은 한옥학교, 야외공간은 여유당 식구들과의 정기적인 파티 장소 등등 밝고 재미있는 공간으로 역할을 이어가길 바란다.”

김관수 건축사는 그간 현대건축 뿐만 아니라 한옥과 문화재 관련 업무에 전문성을 키워왔다. 수원 화성에 대한 연구도 이어가고 있고, 관련 지식들을 집필 중이다. 특히 시민들과 소통하면서 한옥에 대한 것들을 나눌 수 있는 한옥학교에 대한 포부도 있다.

“한옥은 역사를 거쳐오면서 발전을 해왔다.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 전기, 후기 다 다르다. 하지만 지금은 다 똑같은 건물이라고 인식한다. 구조도 바뀌고 발전을 해왔는데, 조선 후기부터 정체되어 있다. 많은 기술자들이 나오고 많은 건물들이 지어졌다면 발전을 이어 왔을 것이다. 현대건축에도 한옥의 형태도 담아내려고 노력했어야 했는데 오히려 지탄받았다. 내 자신의 정신도 ‘나’이고 내 외형도 ‘나’인 것처럼, 한옥의 개념 및 정신과 더불어 외형적인 것도 건축에서 오마주할 필요도 있는 것이다.”

근래에는 한 단계 나아가는 한옥을 탐구 중이다. “한옥 특성상 대형공간을 만들기 쉽지 않은데, 지금 시대는 큰 공간을 요구한다. 대형공간이 필요한 한옥은 지하에 큰 공간을 넣고 지상에는 작은 한옥이 출입문 역할을 하는 정도에 그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한옥 자체가 지상에서 큰 공간을 담을 수 있도록 고심하고 있다. 또한 절충된 디자인을 필요로 할 때는 오히려 단순한 것이 들어와야만 융합이 된다. 그래서 초현대적인 단순한 디자인이 한옥과 접합점을 이루면 보기 좋은 건물이 될 것이다.”

“공간은 100년도 넘게 많은 사람들이 그 속에서 삶을 살아가기에 우리가 하는 설계는 덕을 쌓는 일과도 같다. 이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 어떻게 설계해야 되는지 생각하면 전혀 다른 건물이 된다”면서 일반건축이나 한옥 모두 ‘사람을 위한 공간’이라는 대전제가 있기 때문에 이용자가 공간에서 행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내는 것이 ‘건축사의 일’이라고 김 건축사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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