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초제조창에서 문화제조창으로

111cm(자료제공=수원특례시)

수원하면 떠오르는 단상들... 수원화성, 정조대왕, 이것은 갈비인가 치킨인가, 삼성전자, 광교.. 아주 오래전부터 2023년을 살아가는 현재까지 수원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은 최초의 계획도시인 수원화성과 그것을 만든 정조대왕이다.

111CM(111센티미터가 아니다) 수원시 정자동 111번지에 들어선 111 COMMUNITY를 소개하기 위해 이제부터 아주 오래전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에 위치한 대유평(大有平)은 수원의 북부 지역에서 가장 넓은 평야지대로 조선조 후반기의 성군이었던 정조대왕의 개혁의지와 애민 정신이 깃든 곳이었다.

수원에 화성을 축조해 실용 도시를 만들고자 했던 정조는 둔전을 설치하여 ‘대유평’이라 칭하고 백성들에게 경작지로 하사하였다. 1794년 화성을 축조하던 와중에 큰 가뭄이 들어 백성들이 식량난에 빠지자, 장안문 북쪽 지역의 거친 땅을 개간하여 백성들을 구호하려는 방편에서였다.」

쇠락한 공간,가치를 입다, p.118 – 수원 특례시

현재 신도시 계획의 시초라할 수 있는 하워드의 전원도시 개념(이상적 자립도시)보다 100여 년 앞서 조선의 22대왕인 정조대왕은 현재의 수원화성에 이 실험적인 신도시 계획을 실행하였다.

2023년 K-컬처가 세계적인 패러다임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IT강국의 우연이 아닌 오래전 유전자에 새겨진 이런 저력이 숨어 있어서는 아닐까 생각해본다.

만석거(자료제공=수원특례시)
축만제(자료제공=수원특례시)
축만제(자료제공=수원특례시)

「대유평 인근에는 2017년 유네스코 세계 관개 시설물 유산으로 등재된 ‘만석거와 축만제’ 등 수리 시설이 조성되어 있는데 이 저수지들은 국영농장이었던 대유평에 물을 댈 수 있도록 한 수원(水原)이었다.

이처럼 대유평은 만석거, 축만제 와 함께 일자리이자 먹거리를 조달하는 공간으로 화성에 거주했던 백성들에게 생명의 젖줄과도 같은 것이었다. 이후 거주민들의 삶의 역할을 충실히 담당했다.

1967년 정부주도의 산업화 바람을 타고 담배인삼공사의 담배생산공장인 연초제조창이 세워지며 수원의 산업화를 이끌었다. 36만 3,000㎡(11만평)의 광활한 대지위에 연면적 7만5,000㎡(2만2,700평) 규모로 건설된 연초제조창은 연간 담배 생산량이 1,100억 개비에 육박했고 국내에서 소비되는 담배 대부분을 생산하는 메가팩토리였다.」

쇠락한 공간,가치를 입다, p.118 – 수원 특례시

1970년대 연초제조창 모습, 공장건물 일부를 존치해 현재 111CM으로 조성(자료제공=수원특례시)

이처럼 수원의 산업화를 이끈 연초제조창은 32년만에 담배사업의 쇄락과 공장의 자동화로 문을 닫았다. 학창시절 홍콩느와르 영화에서 멋지게 담배를 물고 액션을 담당하던 스타배우도 현재 공영방송에서는 모자이크 처리로 봐야만 하며, 다방에서 재떨이가 사라지고 담배를 피우러 흡연구역을 찾는 이들의 더없이 초라한 뒷모습을 보노라면 요즘 젊은 세대들은 연초제조창이 뭔지 모르는게 당연한 시대인거다.

이렇게 연초제조창은 시대의 외면과 함께 20년 가까이 방치되었다. 그리고 그동안 연초제조창주변은 서서히 도시의 모습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대유평 지구단위계획이 조성될 때 이 연초제조창이 도시의 쉼과 문화공간으로 재탄생 되었다. 식량이 필요할 땐 논으로, 경제개발이 필요할땐 연초제조창으로, 이제 가득 채워진 도시의 쉼과 문화공간으로 우리의 필요를 채워주고 있다.

그리고 이 대유평이 가진 이야기를 후대에 지속적으로 전해주고 싶어 연초제조창의 흔적을 남긴채 111CM으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111CM 1층 안내도(자료제공=111CM)

111CM은 크게 3부분으로 설명할수 있다. 좌측부터 휴게공간, 아카이브, 복합문화공간으로 구성된다.

이학순베이커리 대유평공원점 (자료제공=111CM)
이학순베이커리 대유평공원점(자료제공=111CM)

휴게공간은 현재 이학순베이커리(카페)가 입점해있다. 우리 주변의 카페는 이제 집을 나선이들에게 교제의 장으로, 북카페로, 힐링의 공간으로 필요를 채워주고 있으니 고마울 따름이다.

111CM을 둘러보고 카페에 앉아 유리벽을 통해 아카이브에서 춤연습과 이런저런 탈것들을 즐기는 청소년들을 바라보고 있으니 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아카이브(사진=최선옥)
아카이브(사진=최선옥)
아카이브에 설치된 111CM역사 영상조형물 (자료제공=111CM)
아카이브에 설치된 111CM역사 영상조형물 (자료제공=111CM)

아카이브는 휴게공간과 복합문화공간을 연결하는 열린공간이다. 이 아카이브는 비워져 있는 열린 공간이기에 놀이터로, 들고나는 통로로, 111CM을 방문하는 이의 발걸음을 가장 먼저 머물게 하는 공간이다. 이 아카이브 공간에 설치된 4개의 사각기둥 위에 영상으로 연초제조창으로 쓰였던 장소성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아카이브 좌우로 휴게공간과 복합문화공간이 나뉘고 앞쪽으로 펼쳐진 잔디밭의 너른 마당과 뒤쪽 높은 둔덕(하부도로)으로 연결되는 대유평공원으로 열려있다.

하여 111CM은 보여지는 건축물이 다가 아닌 앞쪽 숙지공원과 뒤쪽 대유평공원과의 들고나는 공간인 셈이다(아직은 대유평공원 지하주차장 등 2차공사가 완료되지 않은상태이다).

대유평공원(사진=수원특례시)
대유평공원(사진=수원특례시)

이 대유평공원은 2022년 제12회 대한민국 조경대상을 수상한 공원으로 111CM에 방문하면 꼭 한번 둘러보길 바란다.

복합문화공간 외부(사진=최선옥)
복합문화공간 외부(사진=최선옥)
복합문화공간 내외부가 통유리로 구획되어 디자인의 통일감이 강조되었다.(사진=최선옥)
복합문화공간 내외부가 통유리로 구획되어 디자인의 통일감이 강조되었다.(사진=최선옥)

복합문화공간은 전시공간, 라운지, 창의예술 실험실, 야외강연장, 창작활동 교육실로 구성되어 있다. 전시실과 라운지 그리고 공연을 할 수 있는 무대가 설치된 대공간은 구획이 아닌 열려있는 가변 공간이다.

과거의 콘크리트기둥 곳곳에 철보강을 덧입어 9미터의 높은 열린공간의 구조를 그대로 노출하고 한옥의 서까래를 보듯 나무격자를 이용해 담백하게 공간을 구성했다. 한옥의 대청마루가 때로는 제사를 지내는 공간으로, 때로는 글공부를 하는 공간으로, 때로는 휴식의 공간으로 가변성을 갖듯 전시공간과 라운지가 통합된 하나의 공간안에 언제든지 필요에 따라 변화할 수 있도록 비워져 있다.

전시공간(사진=수원특례시)
전시공간(사진=수원특례시)

공장을 리모델링한 인더스트리얼 디자인이면 의례 투박하고 거친 마감이 연상되지만 이곳 111CM에서는 인더스트리얼 디자인이 이토록 깔끔하고 정제된 모습으로도 가능하구나라는 깨달음을 준다.

라운지-비긴어게인 촬영지(사진=최선옥)

내부의 구획된 실들은 모두 예약을 통해 시민들에게 개방되는 공간으로 북수원 시민들의 문화제공처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가장 최근인 지난 4월 22일 토요일 이곳에서는 시민들과 함께 '대유평 111마르쉐'가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대유평 111 마르쉐(사진=111CM)
대유평 111 마르쉐(사진=111CM)
대유평 111 마르쉐(사진=111CM)
대유평 111 마르쉐(사진=111CM)

1층 아카이브에 설치된 누드 엘리베이터로 2층의 휴식공간과 목재데크로 연결된다. 이곳에서 주변 고층건물들 사이 펼쳐진 대유평공원과 녹지마당을 바라보며 조용히 쉼을 얻을 수 있다.

또 바로 옆에 한참 공사중인 스타필드(대형쇼핑몰)를 지척에서 볼 수 있다.

옥상 휴식공간과 목재데크(사진제공=수원특례시)
옥상 휴식공간과 목재데크(사진제공=수원특례시)
111CM 옥상에서 바라본 스타필드 수원(사진=최선옥)
111CM 옥상에서 바라본 스타필드 수원(사진=최선옥)

코로나19가 한창인 2021년 11월 문을 연 111CM은 북수원 문화거점으로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며, 앞으로 여러모양으로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갈 111CM의 프로젝트들이 더욱 기대된다.

이곳 111CM에서 문화갈증을 해소하고, 쉼도 얻고, 2023년 12월에 개관하는 스타필드에서 쇼핑도 해볼길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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