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닫힌 상자로부터의 해방, 지는 건축, 새로운 공공성 등 미래 건축 방식을 끊임없이 모색해 온 구마 겐고
- 관계와 지속을 추구한 그의 새로운 건축 철학을 통해 건축의 현재와 미래를 다시 생각해 본다.

구마 겐고,  나의 모든 일(자료제공=나무생각)
구마 겐고, 나의 모든 일(자료제공=나무생각)

건축가는 장거리 주자처럼 달려야 한다

《구마 겐고, 나의 모든 일》에는 공업화 시대와 탈공업화 시대의 경계를 타넘으면서도 구마 겐고가 지치지 않고 장거리 주자처럼 비슷한 속도로 꾸준히 달려올 수 있었던 비밀이 담겨 있다. 건축가로서의 첫 걸음을 시작한 1986년부터 최근의 생각과 활동까지를 총 네 기간으로 나눈 뒤, 그의 생각들이 어떻게 변화되고 발전되어 왔는지, 삼저주의를 표방하던 그의 사상이 어떻게 작품으로 실현되고 완성되었는지를 세세히 보여주고 있다. 이례적으로 그가 직접 선별하여 수록한 55개의 작업물에 대한 에피소드들이 사진과 함께 수록되어 있다. 한마디로 구마 겐고의 집대성이다.

구마 겐고는 건축을 신용의 산물이라고 말한다. 하나씩 정성스럽게 신용이라는 벽돌을 쌓아 올리지 않으면 일이 들어오지 않는다. 갑자기 점프를 하기는 어렵다. 그러자면 지속적으로 벽돌을 쌓아 올릴 수 있는 장거리 주자 같은 체력과 주력(走力), 정신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구마 겐고가 제1기부터 꾸준히 실행하고 있는 것이 바로 ‘삼륜차’라는 방법이다.

첫 번째 바퀴는 대형 프로젝트다. 두 번째 바퀴는 작은 파빌리온 같은 소형 프로젝트다. 건축사무실을 열고 작업을 하다 보면 대형 프로젝트를 주로 맡아 진행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구마 겐고에게는 작은 파빌리온이나 설치물에 대한 비중도 크다. 여러 사람의 이해가 얽히지 않고 자신이 창조하고 싶은 것을 만들어 세계로 메시지를 발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 바퀴는 글을 쓰는 행위다. 글을 쓴다는 것은 그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건축은 어떠해야 하는지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바퀴다. 이 세 개의 바퀴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균형을 이루는 과정에서 어떤 작품들이 탄생했는지 들여다 보자.

 

:: 구마 겐고(隈研吾) ::

1954년 가나가와현에서 태어났다. 일본을 대표하는 건축가이며, 작고, 낮고, 느린 삼저주의로 안도 다다오 이후 일본 건축의 한 축을 받치고 있다. 1979년 도쿄대학 대학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컬럼비아대학 객원연구원을 거쳐 1990년에 구마겐고건축도시설계사무소를 설립했다. 지금까지 20여 개 국가에서 다양한 건축물을 설계했다.

1997년 ‘모리부타이 도요마마치 전통예능전승관’으로 일본건축학회상을 수상하고, 같은 해에 ‘물/유리’로 미국건축가협회 듀퐁 베네딕투스상을 받았다. 2001년 ‘돌미술관’으로 국제석재건축상을 수상, 2002년 ‘히로시게미술관’을 비롯한 목재 건축으로 ‘스피릿오브네이처 국제목재건축상’을 수상했다. 2010년에는 ‘네즈미술관’으로 마이니치예술상을 수상했다.

그 밖의 대표작으로 ‘산토리미술관’, ‘대나무집’, ‘아오레나가오카’, ‘브장송예술문화센터’, ‘국립경기장’, ‘무라카미 하루키 라이브러리’ 등이 있다. 지은 책으로 《구마 겐고, 건축을 말하다》, 《나, 건축가 구마 겐고》, 《삼저주의》, 《작은 건축》,《나의 장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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