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향한 변화는 계속되어야 한다」

2022년 전반기에 경기도건축사회 편집위원회에서는 경기도 31개 시·군 지역건축사회 회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였다. 3월 다락, 4월 대지안의 공지, 6월 소방관진입창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는 동일한 법령 과 규제 내용이 지자체마다 다르게 해석되어 적용되고 있다는 경기도건축사회 회원들의 목소리를 통해 그 실태 여부를 확인하는 일로부터 시작되었다. 경기도건축사회 회원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자료 조사 및 그 결과를 건축사뉴스에 게재하였다. 이번에는 3개의 기사를 돌아보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 법령이 지자체 마다 다르게 적용되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다.

이번 기획기사를 시작할 때 어느 정도 예상하였으나, 설문조사를 통해 그리고 회원들의 개별 목소리를 통해 다시 한번 더 확인하게 되었다.

다락의 경우 다락 바닥에 대한 구조방식을 제외하고 모든 요소에 대해 지자체 마다 다른 적용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고, 대지안의 공지와 소방관 진입창의 경우는 설문조사 모든 항목에 대해 어느 하나 공통된 대답이 없었으며, 모두 해석이 다른 규제를 경험 하거나 또는 못 하거나 한 경우가 전부였다.

세부적으로 의견들을 정리해보면 다락에 대해서 최고 높이나 형태를 임의로 규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외관적으로 건물의 조형적인 특징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지붕이다. 그리고 다락 내부의 공간을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다양하게 만드는 법은 건축사의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는 창의적 공간이다. 가끔 다른 건축사들이 계획한 다락 공간을 경험하였을 때 정말 면적과 높이를 위해 짜깁기 한 공간도 있었지만 공간적으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계획된 건축적 장치들을 볼 때면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이 든다. 이렇게 우리의 삶을 건강하게 바꿀수도 있는 건축적 요소인 다락을 지나친 규제로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또한, 대지안의 공지는 크게 주차장 구획과 기타 조경요소 등 비건축적 요소의 포함 여부로 정리된다. 건축사들의 의견을 정리해보면 대지안의 공지는 말 그대로 공지이다. 피난이나 안전을 위해 방해가 되는 물건이나 고정물을 제외하고는 억지스럽고 지나친 규제로 건축사들을 길들이는 식의 행정조치는 개선되어야한다.

마지막으로 소방관진입창에 대해서는 관계 단체들이 세부적 기준을 정리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미 현장에서 대부분의 건축사들은 안전을 위한 소방관진입창의 필요성 그 자체에 대해서는 부정하지 않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기준의 적용이 대지의 상황에 비추어 협의의 여지가 있어야 하며 계획안을 변경해 오라는 식의 행정기관의 태도는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소방과 관련해서는 소방서의 법 적용에 대한 의견과 건축 허가청의 의견이 다른 경우도 있다. 이런 부분도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 건축사들의 노고와 시간을 헛되이 낭비되게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역마다 다르게 적용되는 법령은 미국과 같이 땅 덩어리가 넓은 나라에서 총기나 술에 대한 기준이 다른 것처럼 그 지자체의 고유한 특성이라고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작은 나라, 게다가 경기도 지역 내에서 1개의 법령을 놓고 여기서는 이렇게 해도 되고 저기서는 안됩니다라는 상황은 누구라도 과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이런 부분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훌륭한 건축사란 지자체의 보이지 않는 규제를 다 꿰뚫고 있거나 지역마다 인간관계가 좋아 정보력이 좋은 건축사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제 갓 건축사 자격을 취득하고 개소한 건축사들도 정당하고 적절하게 업무를 할 수 있는 환경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 일관성이 없는 법령 규제를 확인하다.

기획기사를 위한 설문조사 중에 가장 놀라웠던 것은 같은 지자체 내에 건축사들의 의견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물론 개인적으로 상황이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수도 있고 설문지에 자신의 개인 감정이 녹아 있었을 수도 있다. 그래도 누구는 되고 누구는 되지 않는 상황은 없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설문조사 아이템을 떠나 필자가 속한 지역건축사회 내에서도 같은 불만은  때때로 나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일관성이 없는 규제는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기준이 바뀌는 경우도 있다.

올해 용인지역의 모 건축사가 건폐율 적용을 놓고 국토부 질의회신, 지역건축사회, 대한건축사협회의 지원까지 받아 가며 대응하였다. 그러나 모두가 허사였다. 그런데 최근에 담당자 인사이동 후 원래 계획안 대로 설계변경 진행 중이라고 소식을 접하였다. 앞으로는 담당자에 따라서 법 적용이 달라지는 이런 해프닝이 발생하지 않도록 경기도건축사회와 대한건축사협회가 좀 더 힘을 실어주기를 기대한다.

◇ 변화를 위한 힘이 부족하다.

3회에 걸친 기획기사를 통해 많은 건축사들의 관심과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소중한 의견에 대해 다시 한번 경기도건축사회 회원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겉으로는 "지역건축사회와 대한건축사협회가 하는 일이 없다"라고 푸념하시는 분들도 많지만 그 속 마음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작은 설문조사 하나에도 적극적으로 지역건축사회가 하나되어 같이 동참하고 의견을 적어주시는 모습에 희망이 있음을 또 한 번 확인 할 수 있었다.

그래도 아직 필자의 가슴 속에 지워지지 않는 글 한 줄이 있다.

“너무 애쓰시지 마세요, 이렇게 해도 변하지 않습니다. 시간낭비하지 마세요.”

그 건축사의 글 한 줄 속에는 필자를 걱정하는 마음도 경기도건축사회에 대한 아쉬움이 같이 녹아 있었다. 사실 경기도건축사회 편집위원회가 이번 기획기사를 준비하면서 최종적인 목적은 불합리한 법규정 해석의 실태를 파악하고 나아가 작은 변화의 불씨를 만들어 개선으로 이어지기를 한 마음으로 원하였다. 그러나 그 이 후의 과정은 생각보다 편집위원회의 기대와는 달리 변화에 대한 추진력도 없이 지지부진하였다.

◇ 희망을 향한 변화, 다시 시작

자기계발서로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는 〈누가 내치즈를 옮겼을까?〉라는 책이 있다. 이 이야기 속에는 매우 단순하지만 직관력이 뛰어난 생쥐 2마리와 이성과 경험을 가진 2명의 인간이 등장하고 창고에 있어야 할 치즈가 사라진 사건으로부터 전개되는 이야기이다.

생쥐들은 변화를 수용하고 주저 없이 행동으로 옮기지만, 인간들은 계속해서 현실 부정과 얼굴모를 누군가를 비난만 한다. 그런데 2명의 인간 사이에서도 태도의 차이가 생긴다. 1인은 더 이상 원인을 외부에 두지 않았고 스스로 움직여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나머지 1인은 문제 파악을 더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짧은 이야기가 담긴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의 결론은 안주하고 있던 현실에서 벗어나 새로운 치즈를 찾으라고 말한다.

기획기사를 정리하면서 경기도건축사회 회원들의 변화에 대한 뜨거운 바람과 다른 한편으로 그 기대에 대응하지 못하는 현실 사이에서 많은 감정적인 낭비의 시간을 보냈다. 이제 다시 새로운 치즈를 찾으로 떠나야 한다는 생각으로 다시 재무장을 하게되었다. 이 변화에 대한 노력은 나 자신을 위해서라기보다 미래의 건축사들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 미래의 건축사들이 내 아들 딸이 될 수 있음을 생각한다면 분명히 생각과 태도가 달라질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

2022년 전반기 준비한 기획기사 “경기도 31개 시·군별 다르게 적용되는 법령” 의 1막은 여기서 마무리 하고자 한다. 변화를 위한 새로운 노력을 위해 다시 시작할 것이다. 그 동안 많은 협조와 호응을 해 주신 경기도건축사회 회원들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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