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생산 역사 1, 2, 3 표지(자료제공=도서출판 마티)
건축 생산 역사 1, 2, 3 표지(자료제공=도서출판 마티)

『건축 생산 역사』는 고대 이집트에서 현재에 이르는 서양 건축의 역사를 다룬다. 그러나 이 책이 긴 시간을 꿰뚫는 키워드로 삼은 것은 양식이 아니라 ‘생산’이다. 건물이 무너지지 않도록 동원했던 당대 최고의 공학기술, 미술이나 음악과 비교하기 힘들 만큼 소요되는 시간(개인의 수명을 훌쩍 뛰어 넘는 공사기간), 공사 단계마다 개입하는 다양한 인력 등 건축은 창작되기보다 ‘생산’된다. 건축은 예술가의 개별성보다 사회나 정치, 산업 등 시대와 더 깊이 연루되어 있다. 

로마 여행에서 누구나 경탄하는 판테온을 두고 저자는 로마 건축가들의 탁월성, 형태의 완벽한 아름다움보다 어떻게 43.2미터에 달하는 원형 내부 공간을 만들 수 있었는지, 무너지지 않게 6미터의 두꺼운 벽에 무엇을 넣었는지에 더 관심을 기울인다. 그리고 갖은 수를 써가며 왜 저런 건물을 지으려 했는지를 묻는다.

저자 박인석은 재직 중인 명지대학교에서 20년 넘게 ‘건축생산기술사’라는 다른 학교에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과목을 가르쳐왔다. 건축의 역사를 생산과 기술, 구조의 관점에서 파악해 온 긴 시간 축적된 노하우와 내공을 999컷의 사진과 1000여 쪽에 달하는 『건축 생산 역사』(전 3권)에 담았다.

1권은 서양 건축사는 고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에서 시작하고서 왜 이후에는 이 지역 건축에 대해서 일언반구도 없을까? 우리가 그리스와 로마에 대해 가지는 시각은 언제 형성된 것일까? 과연 그 옛날에도 고전주의가 확고한 규범으로 자리 잡고 있었을까? 이런 질문을 던지고 답한다.

2권에서 저자는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고전주의는 르네상스에서 만들어진 것이라 단언한다. 전통이 전 유럽의 절대왕권으로 어떻게 스며들어갔는지 정치, 경제적 측면에서 추적한다.

3권의 주인공은 모더니즘 건축이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건축이 특정 계급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진보에 기여할 수 있다고 믿음이 어떻게 형성되었고 또 무너졌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가치를 완전히 저버릴 수 없는 상황에 대해 이야기한다. 미술사나 문화사에서 미흡하게 다루어지는 건축이란 퍼즐이 빈자리에 딱딱 제자리에 맞아 들가는 쾌감을 선사한다.

:: 박인석 ::

박인석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명지대학교 건축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제6기 대통령직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건축적 사고와 전략에 대한 이해 없이 표준 해법과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도시 주택 정책을 비판하고 대안을 찾는 일에 관심을 두고 있다. 한편으로는 ‘건축 생산의 역사’라는 강의를 통해 서양건축사를 다른 시각으로 조망하는 작업을 시도해왔다.

『건축이 바꾼다』, 『아파트 한국사회: 단지공화국에 갇힌 도시와 일상』 등을 비롯해 『아파트와 바꾼 집』, 『한국 공동주택계획의 역사』, 『주거단지계획』(이상 공저)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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