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猫頭縣鈴(묘두현령) -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건축사는 건축법을 바탕으로 건축물의 설계와 관련 행정업무를 주업으로 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실제 일을 해보면 아래 이미지(k-arch.link – 한국건축링크)처럼 건축법 외에 수 많은 타 법 규정 및 기준들을 동시에 알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넓게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과 같이 땅을 이용하는 광역적인 법부터 ‘에너지 절약 설계기준’이나 '건축물의 피난 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 처럼 아주 작은 부분까지 구체적이고 상세한 규제를 알고 일을 해야 한다.

한국건축링크(K-arch.link) 갈무리(자료제공=김국환 건축사사무소)
한국건축링크(K-arch.link) 갈무리(자료제공=김국환 건축사사무소)

그런데 이 수많은 규정들 중 어떤 규정들은 기본적으로 다루는 건축법과 만났을 때 불합리하게 부딪히는 지점이 있다는 것을 많은 건축사들은 실무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그리고 매번 불편해 하고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입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정작 변화가 일어날 조짐조차 보이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

부제 猫頭縣鈴(묘두현령) -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는 쥐들이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기로 결정하였지만, 실제로 달 수 있는 쥐가 없었다는 내용의 이솝우화 중 한 이야기로 ‘행하지 못할 것을 공연히 의논함’을 이르는 말이다.

6월, 건축사뉴스에서 세 번째 기획기사를 위한 설문을 진행하면서 일부 건축사들로부터 전해진 마음은 猫頭縣鈴(묘두현령)과 같은 마음이다. ‘어차피 바꾸지도 못하면서 굳이 이런 일을 하는가?‘, 역설적으로 보면 많은 건축사들은 희망이 없어 보이지만 마음 속으로는 누군가 나서서 이 불편한 진실을 해결할 방울을 고양이에게 달아 주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전반기 마지막, 세 번째 주제로 「소방관진입창」을 선정하였다. 경기도건축사회 23개 지역건축사회에 설문지를 모바일로 배포하였고, 364명의 경기도건축사회 회원들이 관심을 가지고 회신하였다.

경기도건축사회 23개 지역건축사회 설문참여도
경기도건축사회 23개 지역건축사회 설문참여도

본론으로 들 어가면  소방관진입창에 관한 규정은 건축법 49조 3항에서 시작된다.

건축법 제49조(건축물의 피난시설 및 용도제한 등) 중.

③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건축물은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소방관이 진입할 수 있는 창을 설치하고, 외부에서 주야간에 식별할 수 있는 표시를 하여야 한다. <신설 2019. 4. 23.>

그리고 건축물의 피난 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에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건축물의 피난 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18조의 2(소방관진입창의 기준)

법 제49조제3항에서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기준”이란 다음 각 호의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것을 말한다.

1. 2층 이상 11층 이하인 층에 각각 1개소 이상 설치할 것. 이 경우 소방관이 진입할 수 있는 창의 가운데에서 벽면 끝까지의 수평거리가 40미터 이상인 경우에는 40미터 이내마다 소방관이 진입할 수 있는 창을 추가로 설치해야 한다.

2. 소방차 진입로 또는 소방차 진입이 가능한 공터에 면할 것

3. 창문의 가운데에 지름 20센티미터 이상의 역삼각형을 야간에도 알아볼 수 있도록 빛 반사 등으로 붉은색으로 표시할 것

4. 창문의 한쪽 모서리에 타격지점을 지름 3센티미터 이상의 원형으로 표시할 것

5. 창문의 크기는 폭 90센티미터 이상, 높이 1.2미터 이상으로 하고, 실내 바닥면으로부터 창의 아랫부분까지의 높이는 80센티미터 이내로 할 것

6.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유리를 사용할 것

가. 플로트판유리로서 그 두께가 6밀리미터 이하인 것

나. 강화유리 또는 배강도유리로서 그 두께가 5밀리미터 이하인 것

다. 가목 또는 나목에 해당하는 유리로 구성된 이중 유리로서 그 두께가 24밀리미터 이하인 것

[본조신설 2019. 8. 6.]

인허가 현장에서는 지금 소방관진입창에 관한 세부규정의 적용을 놓고 많은 건축사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이번 소방관진입창에 관한 설문을 통해 경기도건축사회 회원들이 경험한 내용들을 같이 공유하고자 한다.

먼저 인허가 시 소방관진입창 관련된 규정으로 어려움을 경험한 적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67.9%가 '있다'고 답했다. 규정의 옳고 그름을 떠나 적용을 하는 과정에서 건축법에 대한 건축사, 인허가권자, 협의기관인 소방서 간의 해석의 차이가 아주 크다는 사실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결과이다.

소방관진입창 계획 시 적용되는 규제 중에서 건축사들을 가장 당황스럽게 만드는 것이 '평면 상의 위치'이다. 소방관진입창의 평면 상 설치 위치 및 설치 개소에 대해서도 과반이 넘는 건축사가 기준 적용 시 인허가 기관 및 협의기관(소방서)과 다른 해석으로 규제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을 하였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그 이유들을 들여다보면 주로 소방차 사다리 접근이 가능한 공지 확보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 하였다. 필자도 같은 경험을 하였다. 그런데 이 규정을 문구 그대로 건축물과 대지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적용하게 되면 계획 자체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기타 의견 중에는 당장 막다른 도로의 끝에 위치한 대지의 경우 소방차 접근과 소방관진입창 계획이 쉽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좀 더 나아가 실제로 경기도 내 모 지역에서는 직접 인허가 담당자로부터 소방관진입창 기준에 맞게 세대 조닝 계획을 변경 요구를 받았다고 한다.

다음은 소방관진입창의 입면과 단면 상 크기와 높이에 관한 기준에 대한 설문이었다. 다수의 건축사들이 공통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항목이다. 인허가 시 어려움에 대한 설문에서도 과반에 가까운 비율로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항목의 핵심은 소방관진입창의 설치 위치(바닥에서 80센티미터 이하)와 건축법에서 규제하는 안전난간의 위치와 높이 기준(바닥에서 120센티마터 이상)이 근본적으로 상충한다는 것이다.

모두들 문제가 무엇인지 알고 있지만 나서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실무 현장에서는 허가 시 소방서 협의로 결정된 창호 높이가 사용승인 시에는 건축과에서 안전난간 높이 미달로 문제 삼는 경험을 하였다는 사례도 있었다. 심지어 소방서에서 이 법 자체를 모르는 곳도 있었다는 지적도 있었다.

입면·단면상 위치에 대한 규정 적용에서 다양한 문제점들이 있었다. 근원적인 문제는 유사시 쉽게 깨뜨려야 하는 소방관진입창의 특성과 쉽게 깨지지 않아야 하는 안전난간의 목적과 상충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소방관진입창은 오로지 소방관의 진입시 부상없이 쉽게 들어가야하는 높이가 필요한 것이고, 건축물의 안전난간은 추락을 방지하는 목적이기 때문이다.

소방관의 안전한 진입이 목적이라면 창을 넘어서 발판이 있는 구조나 안전난간의 높이와 소방관진입창 높이를 통일 시키는 방법은 안되는가? 미국의 안전난간에 대한 안전성검토 기준은 42인치±3인치, 99센티미터에서 115센티미터인 셈이다. 안전난간과 소방관진입창 높이를 1미터로 통일 하는 것을 제안 해본다.

다음은 소방관진입창의 유리 기준에 대한 설문이었다. 이 또한 과반에 가까운 비율로 어려움을 경험했다고 조사되었다. 이 설문의 핵심은 현재 소방관진입창 유리 기준이 에너지절약설계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어려움의 가장 많은 부분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발코니 창호 형태의 이중유리가 되어 있는 이중창을 지역에 따라서는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필자는 다른 지역에서 발코니 창호로 소방관진입창 계획을 하였으나 유리 두께와 구조에 관해서는 무리 없이 진행하였다. 이 부분에서 문제는 앞서 언급하였듯이 소방관진입창은 최대한 깨뜨리기 쉬운 유리의 구조를 가진 기준을 적용하고, 건축사의 입장에서는 단열 및 에너지와 관련된 기준도 충족시켜야하는 두 조건이 상충하기 때문이다.

많은 논란과 문제가 발생하니 실제로 2022년 1월 건축물의 에너지절약설계기준 일부개정(2022.01.28.)안이 고시되고 7월 29일부터 시행되는 기준이 아래 내용이다. 소방관진입창은 에너지 절약설계기준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다. 그 정도는 단열 성능이 미달이 되어도 된다는 이야기다. 이 내용을 알고 있는 건축사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

건축물의 에너지절약설계기준

제6조(건축부문의 의무사항) 제2조에 따른 열손실방지 조치 대상 건축물의 건축주와 설계자 등은 다음 각 호에서 정하는 건축부문의 설계기준을 따라야 한다.

1. 단열조치 일반사항

가. 외기에 직접 또는 간접 면하는 거실의 각 부위에는 제2조에 따라 건축물의 열손실방지 조치를 하여야 한다. 다만, 다음 부위에 대해서는 그러하지 아니할 수 있다.

(중략)

7) 「건축법」제49조제3항에 따른 소방관진입창(단, 「건축물의 피난ㆍ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제18조의2제1호를 만족하는 최소 설치 개소로 한정한다.)

이 변경 기준 관련 내용을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면 특정 업체의 소방관진입창이 등장하는 것을 쉽사리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설문에서도 많은 건축사들이 특정 업체의 창호 사용을 유도하게 하는 부분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였다. 게다가 에너지관련기준을 변경해 가면서 까지 소방관진입창에 대해 예외 조항을 만드는 법제도 개선에 대해 쉽게 이해되지 읺았다.

그 외에 경기도건축사회 회원들의 의견을 소개한다.

테라스 혹은 발코니를 통해 진입할 수 있는 소방관진입창 규격보다 큰 유리 창호의 경우 소방관 진입이 가능한 바 진입창 표기 등이 없어도 진입창으로 인정했으면 좋겠음.(포천지역 건축사)

위급시 가장 큰 유리창으로 소방관이 진입하는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됨. 굳이 소방관진입창이라는 규격화된 창으로 진입하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특정 업체 일감 몰아주기는 아닌지 이해가 안됨.(성남지역 건축사)

좀 더 명확한 법정리 필요. 1)이중창 가능여부, 2)공용공간에 미 설치시 세대별로 설치 안해도 되는지 등의 여부, 3)높이 기준이 유리 기준인지 프레임 기준인지 여부, 4)허가접수 시/준공협의 시 소방서 체크사항인지 건축과 체크사항인지 등 모호한 사항이 너무 많음.(구리남양주지역 건축사)

학교(교육연구시설) 창호교체 시 학생들의 안전 상 각 층 마감 1,200㎜ 이상으로 설치되고, 1,500㎜ 높이까지 안전난간을 설치하는데, 이 점이 소방관진입창 위치 규정과 충돌합니다.(오산화성지역 건축사)

소방서에서 소방관진입창 자문을 받을 때 사다리차 등 활동 공간이 가능하다고 하여도 지자체에서는 건축법에서 적용한다는 이유로 소규모건물에도 과도하게 활동 공간을 요구함.(안양지역 건축사)

허가시에는 소방서 협의로 인해 소방관진입창 규정에 맞는 설치로 허가를 받는데, 사용승인시에는 건축법 적용사항이라고 체크가 안돼 규정에 맞지 않는 설치가 되어있어 사용승인검사시 분쟁이 발생한적이 있습니다.(평택지역 건축사)

정리하면 소방관진입창의 기준에 불완전한 점이 너무 많기 때문에 다시 한 번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다수의 경기도건축사회 회원들의 목소리이다

최근 필자가 모 심의장에서 경험한 고층건물의 피난안전구역의 위치에 대해 있었던 일이다. 소방관련 심의위원들 끼리 논쟁이 벌어졌다. 피난안전구역을 소방관이 진입할 수 있도록 최대한 낮게 배치하라, 또 한 쪽에서는 피난안전구역은 사용자 즉, 거주자의 안전을 위해 재실자 수를 고려한 안전구역의 크기와 제연기능을 위해 최대한 위쪽으로 배치해야한다라는 것이다.

결국 누구의 시각에서 볼 것인가이다. 소방관의 안전이 우선이냐 사용자인 국민의 안전과 편의를 위한 것이 우선인가이다.

소방관진입창도 다르지 않다. 밀도가 높은 도심지 내 3, 4층짜리 주택의 현재 소방관진입창의 기준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한 번 생각 해보아야 할 것이다.

삶의 질이 높아지고 우리 사회가 수준이 높아지면서 약자에 대한 배려와 안전에 관한 부분들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긍적적인 변화이며 모든 국민들이 공감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관심이 높아지고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을 넘어 그 기준들이 또 하나의 보이지 않는 힘과 권력을 만드는 것처럼 국민들이 느끼게 해서는 안될 것이다.

국민이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또다른 누군가의 생활에 피해를 주는 시위에 대해 국민 전체가 한 목소리로 공감하지 않는 것처럼 국민의 안전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국민의 권리와 자유를 계속해서 지나치게 제안하는 것 또한 국민 전체의 공감을 얻지 못할 것이다.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공공복리를 위하는 건축사의 일이 이러한 수많은 힘의 벽에 부딪히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알리는 것만으로는 猫頭縣鈴(묘두현령) -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에 그치고 말 것이다. 작은 변화를 위한 움직임을 만들기 위해 다같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제 다시 누가 이 방울을 고양이 목에 달 것인지 문제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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