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업, 더 비기닝-건축예술의 문을 열다

건축사사무소 푸리, 대표 건축사 한종훈

2022년은 김중업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에 안양문화예술재단 김중업건축박물관(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안양예술공원로103번길 4,석수동)에서는 『김중업, 더 비기닝 / 건축예술의 문을 열다』 라는 기획 전시를 하고 있다.

사진1. 안양박물관, 김중업건축박물관
사진1. 안양박물관, 김중업건축박물관
사진2. 김중업건축박물관
사진2. 김중업건축박물관

청년 김중업이 한국 건축예술을 대표하는 건축가로 거듭날 수 있었던 초창기의 주요작품을 시기별로 선보이고 있다.

사진3. 김중업, 더비기닝 전시 안내(김중업 건축박물관)
사진3. 김중업, 더비기닝 전시 안내(김중업 건축박물관)

이번 「김중업 탄생100주년 기념, 김중업 건축을 돌아보다」 건축답사를 기획하면서 제일 먼저 그의 작업들을 돌아보면서 답사 계획을 다시 정리하게 되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김중업의 건축예술관을 확인할 수 있는 건축모형, 도면, 자필 수첩, 스케치, 사진자료 등 300여 점을 선보이며, 주한 프랑스대사관과 르 꼬르뷔지에 재단이 후원을 하고, 조병화문학관과 여러 소장자들의 도움으로 풍성한 자료와 영상을 에피스드별로 소개한다.

사진4. 청년 김중업
사진4. 청년 김중업

특히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뉴욕세계박람회 한국관(1964/1965)의 자료와, 김중업이 문화재위원으로서 참여한 석굴암 보수공사 관련 자료 등을 최초로 공개한다.

사진5.  김중업 연보
사진5.  김중업 연보

이번 기획전시는 크게 3개의 주제로 나누어 김중업 건축박물관 1층 상설 전시실에서 전시한다.

1부 ‘청년, 꿈을 키우다’에서는 1922년 평양에서 출생하고 평양고등보통학교와 일본 요코하마 고등공업고등학교에서 수학하며 예술로서의 건축관을 다진 후, 해방되어 한국에서 문화 예술가들과 활발하게 교류했던 여정을 볼 수 있다.

사진6.  청년 김중업, 꿈을 키우다
사진6.  청년 김중업, 꿈을 키우다
사진7.  김중업 평양시기
사진7.  김중업 평양시기

1944년 한국에 돌아온 김중업은 국내 여러분야의 문화예술가들과 활발하게 교류하였으며, 1950년 6.25전쟁 발발로 부산으로 피난 갓을 때에도 조병화 시인을 위한 『패각의 집(송도의원)』을 건축하고 국전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등 예술가들과의 연대활동을 이어나갔다. 1952년 부산 광복동 금강다방에서 열린 전국문화단체종연합회 결의로 당대의 미술가, 문인들과 함게 〈제1회 국제 예술가대회〉의 한국대표로 참석하게 되었다.

2부 ‘건축가의 여정과 도약’에서는 청년 김중업이 1952년 제1회세계예술가대회(베니스)의 한국대표로 참여한 후, 파리 아틀리에 코르뷔지에에서 서구 근대건축 실무를 익히고 세계적인 건축가들과 교류하며 선보인 1950년대 건축작업들과 『김중업 건축 작품 전시회(1957)』를 소개한다.

사진8. 건축가의 여정과 도약
사진8. 건축가의 여정과 도약

김중업은 1952년뷰터 1955년까지 파리의 아틀리에 르 코르뷔지에에서 일하면서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 설계 과정에 참여하게 되는데, 이는 한국 현대건축사에서 매주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르 코르뷔지에로부터 익힌 최근 건축 기술과 경향을 한국에 도입하여 서구 건축과 한국 건축의 접점을 마련했다.

사진9. 르 코르뷔지에 건축
사진9. 르 코르뷔지에 건축

김중업은 1957년 4월 소공동에 있는 공보실 공보관에서 『김중업 건축 작품 전시회(1957)』를 개최했다. 이는 한국 건축계에서는 최초로 기획된 개인 전시였다. 귀국 1주년을 기념하는 아 전시회에서는 부산대학교 본관, 명보극장 등 김중업건축연구소에서 설계한 15개 작품이 출품되었으며, 이후 세 차례에 걸쳐 자신의 건축전시회를 준비하여 개최하였는데, 그때마다 변화된 작품 경향을 선보이며 그의 건축을 알리고자 하였다.

사진10. 부산대학교 본관
사진10. 부산대학교 본관

3부 ‘한국 건축예술을 대표하다’에서는 김중업이 서구 근대건축과 한국 전통문화를 재해석하여 제시한 한국 현대건축 작품들을 볼 수 있다.

김중업은 귀국한 후 1956년 종로구 관훈동에 김중업건축연구소를 열고 국가적 차원의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한국 건축의 정체성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그는 르 코르뷔지에로부터 익힌 서구 근대건축과 한국 전통건축 및 예술을 재해석하여 한국 현대건축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특히나 한국 현대건축사에서 기념비적인 건축물로 평가되는 주한 프랑스대사관. 이 건물은 1959년 설계안이 당선된 후 1962년 완공되었다. 한국 전통가옥의 배치에 따라 경사진 대지 위에 균형 있게 대사관저, 대사집무실, 영빈관을 배치하고 브릿지와 통로를 통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대사집무실의 지붕 처마선은 한옥 기와지붕의 곡선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으로 한국 현대 건축을 공부한 분들은 많이 알고 있을 것이다. 특히 대사관저 외벽 모자이크 벽화는 화가 윤명로과 김종학의 작품이며, 영빈관의 난간에는 전통 문양이 응용되었다. 김중업은 이 건물로 한국 전통 건축을 재해석한 독창성을 인정받고 1965년 프랑스 정부로부터 국가 공로훈장을 수여 받았다.

사진11. 주한 프랑스대사관 배치
사진11. 주한 프랑스대사관 배치
사진12. 주한 프랑스대사관 모형
사진12. 주한 프랑스대사관 모형
사진13. 석굴암 보수공사
사진13. 석굴암 보수공사

그리고 김중업이 문화재위원으로서 참여한 석굴암 보수공사 관련 자료 등을 최초로 공개했다.

또한,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김중업이 설계한 뉴욕 세계박람회 한국관한국 건축가가 건축을 통해 한국의 발전된 모습과 정체성을 국제사회에 공식적으로 보여준 첫 사례로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한국관은 전시관, 레스토랑(코리아 하우스), 불국사 다보탑 모형으로 구성되었다. 전시관의 유기적인 곡선의 형태의 외벽은 알바알토의 물결치는 벽면과 공간을 연상시키며, 출입구 벽면의 오프닝과 경사로는 르 코르뷔지에의 롱샹 성당과 건축적 산책로를 시사한다. 레스토랑은 한국 전통 지붕과 창호문양의 모티브가 현대적으로 구현되어 한국의 고전미를 대표하며 전시관의 현대적인 디자인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사진14. 뉴욕 세계박람회 한국관
사진14. 뉴욕 세계박람회 한국관

김중업의 노트 속에

“건축이란 희열을, 삶에의 찬가를, 노래와 춤과 시로 로망을 던져주는 것. 작가가 정성껏 꾸민 것을 시간이 인간에게 되돌려주는 것.

사람이 반기고 아끼고, 그러다가 하루는 신의 소유물이 되는 것. 쓸모가 있고 아름답고 의젓한 것이 다시금 대자연 속에 되돌려지는 것. 그러기에 인간이 남긴 기호들이 상징의 세계 속에 승화되는 것.

얼마나 건축가란 멋있는 삶이냐. 자연 속에 되돌려 보내는 성스러운 작업이냐. 만에 하나의 확률 속에 생애를 불태우는 뚜렷한 의지완 작렬하는 행위, 전신전령의 몸부림. 이를 위하여 진리와 교양과 기술과 문화에 도전하는 용감한 예술가. 아릿한 꿈을 갖고 뜨거운 사랑으로 착하고 바보스럽게 순한 개체가 인간 전체를 위한 소중한 희생이 강요되는 건축가란 얼마나 멋있는 삶이냐 말이다."

지금 필자가 하고 있는 직업인 건축가가 얼마나 멋있는 삶을 사는 사람인지를 알려주는 그의말에 위안을 삼는다.

사진15. 건축가란 얼마나 멋진 삶이냐
사진15. 건축가란 얼마나 멋진 삶이냐

김중업은 필자에게

건축이란

살고 싶어져야 하잖은가?

꿈이 있고 시가 있고

사람들이 옹기종기 정다웁게

모여살고 싶어져야 하잖은가?

라고 강한 질문을 한다.

그에게 건축은 종합예술이자 인간에의 찬가, 또 하나의 자연이었다. 그가 타계한 이후에도 그의 건축은 한국 현대건축의 고전으로서 푸리를 포함한 젊은 건축가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사진16. 김중업 건축가의 길. 체험공간
사진16. 김중업 건축가의 길. 체험공간

1층의 기획전시는 김중업의 건축물에 채색하는 체험코너를 마지막으로 구성되어 있으니, 혹시나 자녀가 건축가의 꿈을 가지고 있다면 함께 체험을 해봐도 좋겠다.

사진17. 2층 상설전시장 안내
사진17. 2층 상설전시장 안내

전시를 보고 나오면 2층 전시장에 대한 안내가 있으니, 그의 건축을 좀 더 깊이 이해하려면 상설 전시장도 들러보아야 한다.

2층 상설 전시장에 들어서면

“집이란 사는 이에게 종알거리고 때로는 아양도 떨며

계절과 시간의 바뀜에 따라 꾸준히 인상을 바꾸어가며 정이 깊이 속으로 스며드는,

그럼으로 잊혀질 수 없는 시간들이 축적되며

삶에의 신비와 조화를 인간의 근원의 착함을 되새겨줘야 하는 것”

이란 김중업의 말을 되새기게 된다.

사진18. 제주대학교 본관 모형
사진18. 제주대학교 본관 모형

개인적으로 지금은 사라져버린 제주대학교 본관 건축이 가장 안타깝고답사기에서 다시 이야기가 되겠지만, 지금의 필자가 건축을 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한 유엔묘지 모형과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19. UN묘지 정문 모형
사진19. UN묘지 정문 모형

일로 빌딩에 얽힌 이야기 중에 끝내 설계비조차 받지 못하고, 프랑스로 떠나야 했던 그의 이야기에 씁쓸하게 미소가 지어진다.

, 예나 지금이나 똑같구나.’

사진20. 건축이란 존재
사진20. 건축이란 존재

“건축이란 그리 흔한 존재가 아닙니다. 헤아릴 수도 없이 구축한 무질서 속에서도 고고히 자신을 지키고 있는 귀한 존재만을 건축이라고 부릅니다. 그러기에 건축이란 만의 하나 정도의 확률밖에 없고 이를갈아 맞추는 건축가란 시간과 공간 속에 자신을 송두리째 불사르는 이들입니다” 라는 그의 말을 끝으로 전시를 마무리 한다.

지금 필자가 하고 있는 건축가(건축사)라는 직업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그의 말을 마음속에 새기면서 이번 김중업 건축 답사에 대한 다짐을 해본다.

김중업 탄생 100주년 기념 『김중업, 더 비기닝 / 건축예술의 문을 열다』 기획 전시를 시작으로 박물관에서는 여러 기획을 하고 있다. 평소 김중업 건축가를 존경했던 필자는 건축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된 그의 건축을 답사함으로써 다시 되짚어보고자 한다.

우주과학자, 로봇과학자를 꿈꾸던 한 소년의 있었다. 그런 그의 꿈을 바꿔버린 사건이 일어난다. 동네 형을 따라 놀러 간 부산대학교 본관 공간에서 느낀 놀라운 첫 경험인데, 기존 흔한 건물의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과는 다른, 빛이 노는 공간. 딱 느낌이었다(사진10 참조). 빛이 놀고 있구나, 빛은 행복하겠구나. 지금 나도 행복하구나. 나도 이런 공간을 만들고 싶다.

이 사건이 발단이었다.

2022년 현재, 필자가 건축을 하고 있는 이유.

사람이 행복해지는 공간. 그것을 만드는 직업, 건축가.

필자는 어릴 적 꿈을 이루어 대한민국의 건축사가 되어 있다. 이것만으로도 성공한 삶이지 않는가. 멋진 일이지 않는가?
이번 답사는 전문가들이 연구를 위하여 하는 학술적 답사는 아니고, 「필자-푸리가 좋아서 하는 일」의 일환으로 순전히 개인적인 관심으로 벌린 일임을 미리 밝혀두면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내용으로 정리하고자 한다.

이번 답사를 위해 기존에 가지고 있던 도서들을 참고하여 전국적으로 분포해 있는 김중업의 건축 작업들에 대해 정리를 해보았다. 그러던 중 6.25전쟁 때 잠시 부산으로 피난하여 여러 대학들과 필자의 모교인 부산공업고등학교에서도 강의를 했다는 내용이 있다. 어쩌면 이것이 필자와 김중업과의 만남이 예정되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사진21. 김중업 관련 자료
사진21. 김중업 관련 자료
사진22. 부산공업고등학교에서의 김중업
사진22. 부산공업고등학교에서의 김중업

이를 토대로 답사 계획을 세워보고자 한다.

처음으로는 푸리(필자: 건축사사무소 푸리를 운영하고 있는 한종훈 건축사)가 나고 자란 부산으로 가보려 한다.

위에서 언급한 부산대학교 본관과 각종 소풍과 수학여행, 사생대회로 자주 다녔지만, 자라면서 김중업 건축임을 알게 된, 부산 충혼탑과 UN묘지 공원의 정문, 채플, 경남(구 진주)문화예술회관 까지 다녀올 예정이다. 물론 중간에 값싸게 건축관련 책들을 접할 수 있었던 보수동 책방골목에서도 김중업의 흔적, 혹은 절판된 책들도 찾아볼 예정이다.

그 후 전국적으로 혼재(주로 서울, 경기지역)되어 있는 건축물을 답사하고 그 느낌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물론 개인적인 공간이 있고, 현재 없어진 건축물도 있어서, 정리를 해 가면서 답사를 해보려 계획한다. 중간 중간 자주 다니기는 하겠지만 마지막 답사지는 처음과 마찬가지로 안양지역에서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 푸리의 제2의 고향인 안양 『김중업건축박물관』이 될 예정이다. 그렇게 답사를 다녀오면서 기록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혹시나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 김중업 건축과 관련한 내용이나 제보하고자 한다면 언제든지 환영한다.

깊이 준비하면 할수록 일이 점점 커지는 걸 느끼지만, 이 또한 좋아서 하는 일이니 만큼 개인적인 성취감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조그만 희망을 가져본다.

참고로 『김중업, 더 비기닝 / 건축예술의 문을 열다』 기획 전시는 온라인으로도 다양하게 운영된다고 한다.

2021년 12월 31일부터 김중업건축박물관홈페이지(www.ayac.or.kr/museum)의 ‘온라인박물관’에서 디지털로 구현된 온라인 3DVR 전시를 생생하게 관람할 수 있고, 온라인 전시연계프로그램 <김중업 온라인 건축강좌>를 통해 김중업의 초기 건축과 활동에 관한 전문가 강좌를 김중업건축박물관 홈페이지와 안양문화예술재단 유튜브에서 시청할 수 있다고 한다. 평소에 김중업 건축에 대해 관심이 있거나 이번 기회를 맞아 관심있게 보려는 분들은 온라인으로 먼저 보셔도 좋겠다. 그런 다음 김중업 건축박물관으로 가서 직접 관람하면 좋겠다.

안양박물관 온라인 전시 바로가기

https://www.ayac.or.kr/museum/contents/view?contentsNo=55&menuLevel=2&menuNo=49

[프로필]

한종훈(건축사사무소 푸리, 대표 건축사)

現 경기도 공공건축 사업계획 사전검토 자문위원

現 경기도교육청 공공건축지원센터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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