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전시관 이야기 2

계원예술대학교 건축디자인과 어정연 교수

리옹 콩플뤼앙스 뮤지움과 쿱 힘멜블라우의 건축언어

건축에 있어서 모더니즘을 극복하려던 다양한 노력들에 의해 공간 개념에 비표준화와 다양화를 추구하는 해체주의 건축이 등장하게 되었다. 해체주의 건축의 등장과 함께 건축공간을 조형적으로 구성하는 방식이 대두되기 시작했는데, ‘쿱 힘멜블라우’는 그러한 방식으로 공간을 창출하는 대표적인 건축 회사이다. ‘쿱 힘멜블라우’는 1968년 볼프 디터 프릭스(Wolf Dieter Prix)와 헬무트 스비친스키(Helmut Swiczinsky)와 미하엘 홀처(Michael Holzer)가 오스트리아 빈에 설립한 합동 건축 설계 회사로 해체주의를 대표하는 건축 집단 중에 하나이다.

쿱 힘멜블라우(Coop Himmelb(l)au)는 독일어 단어들을 조합하여 만든 이름으로 의미를 살펴보면, "Blue Heaven Cooperative" 또는 "Sky Building Cooperative"로 표현할 수 있는데, "파란 하늘 합동 회사" 또는 "하늘 건물 합동 회사"로 직역할 수 있다. 이들은 1988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그리고 2000년에는 멕시코의 과달라하라에 사무실을 개설하고 도시계획, 건축, 미술 및 디자인 분야에 탁월한 재능을 발휘해오고 있다. 쿱 힘멜블라우의 대표작으로는 오스트리아 빈의 ‘팔케스트라세 지붕 증축’, 네델란드 ‘그로닝겐의 박물관’을 비롯하여 뮌헨 ‘미술 아카데미’, 프랑스 리옹 ‘콩플뤼앙스 뮤지엄’, 미국 오하이오주 ‘애크런 아트 뮤지엄’ 등이 있으며, 아시아에서는 ‘부산 영화의 전당’과 중국 ‘센젠 현대미술관’을 대표적 작품으로 꼽을 수 있다. 쿱 힘멜블라우는 1960년대 후반 ‘아키그램(Archigram)’의 영향을 받아 초현실주의적 경향을 보이기도 하였는데, 그들이 추구한 해체주의 건축의 특성은 비정형성, 비영토성, 투명성, 반중력과 역학, 무목적성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번 호에서는 이러한 쿱 힘멜블라우의 건축 언어를 프랑스 리옹에 위치한 ‘콩플뤼앙스 뮤지엄’을 통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2014년에 개관한 콩플뤼앙스 뮤지엄(Musée des Confluences)은 프랑스 제2의 도시 리옹(Lyon)에서 위치해 있으며 자연사, 인류학, 사회 및 문명의 다양한 콘텐츠가 있는 복합 박물관이다. 프랑스어 ‘콩플뤼앙스’는 ‘합류’를 의미하는데, 콩플뤼앙스 뮤지엄은 리옹 반도의 남쪽 끝에 있는 론강과 손강이 합류하는 지점인 ‘라 콩플뤼앙스’ 지역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쿱 힘멜블라우는 두 개의 강이 합류하는 지점이라는 지리적 특성을 "지식의 합류점"으로 의미를 확장시킴과 동시에 콩플뤼앙스 뮤지엄이 리옹(Lyon)이라는 도시의 문이자 입구로 인식될 수 있도록 계획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콩플뤼앙스 뮤지엄 프로젝트는 2001년 현상설계 공모를 통해 시작되었고, 2002년부터 2004년까지 디자인 발전 과정을 통해서 2006년에 착공하게 되었다. 하지만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여러 가지 사정으로 공사가 중단되었다가, 2010년부터 다시 2차 공사를 시작하여, 2014년에 마무리되었는데 완공되기까지 13년의 시간이 걸렸다.

콩플뤼앙스 뮤지엄 위치(구글지도 참고)(좌), 콩플뤼앙스 뮤지엄 전경(사진=어정연)(우)
콩플뤼앙스 뮤지엄 위치(구글지도 참고)(좌), 콩플뤼앙스 뮤지엄 전경(사진=어정연)(우)

콩플뤼앙스 뮤지엄의 건축 개념에는 쿱 힘멜블라우의 미래사회에 대한 인식이 반영되어 있다고 한다. 쿱 힘멜블라우는 미래에는 우리를 둘러싼 현상들이 모호한 경계 또는 희미함을 가지고 있어서 사전에 정해진 규칙이나 정의들에 의해 특정 방식으로 확정되지는 않을 것이라 예측한다. 그리고 특정 방식으로 확정되지 않은 모호함과 희미함이 보다 더 창의적인 발전을 가져다 줄 것이라 주장하면서 이러한 양상을 구름으로 표현하였다. 여기서 구름은 모호하고 희미한 것들이 지속적인 중복과 혼성을 거듭하면서 지식의 발전을 생성하는 혁신적이고 역동적인 대상으로 비유되었다. 이러한 인식이 그들의 건축 개념에 반영되면서 콩플뤼앙스 뮤지엄은 ‘지식의 크리스탈 구름’으로 명명하기도 하였다. 실제로 콩플뤼앙스 뮤지엄에서는 변형, 침투, 기형, 동시성이라는 구름의 속성들이 상호작용과 융합을 통해 공간 구성 요소에 건축 언어로 적용된 경우를 다양하게 볼 수 있다.

콩플뤼앙스 뮤지엄은 지적으로 특정한 사람들만을 위한 전당이 아니라 우리 시대 누구나에게 지식에 대한 접근성을 용이하게 제공하는 공공장소의 역할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곳은 전통적인 박물관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는 장소일 뿐만 아니라,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열려 있는 장소이어야 한다. 따라서 이곳은 문화적 학술적 공간이기도 하지만 이용을 장려하는 이벤트와 레저의 공간이 될 수 있다. 콩플뤼앙스 뮤지엄은 이렇게 유형학적으로 서로 다른 것들이 유기적으로 결합되는 양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는 공간을 하나의 의미로 결정하지 않고, 그 공간에서 함께 창출된 형태들과 상호관계를 통해 의미가 확장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쿱 힘멜블라우의 건축 개념과 일맥상통한다.

광장에서 바라본 전경(사진=어정연)
광장에서 바라본 전경(사진=어정연)
도로면에서 바라본 입구 전경(사진=어정연)
도로면에서 바라본 입구 전경(사진=어정연)

전면 유리와 금속 판넬로 이루어진 외관은 우리에게 익숙한 건축적 맥락을 벗어나 예측할 수 없는 우연성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방향의 직선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비정형의 외관은 해체주의 건축의 특성을 잘 나타내고 있다. 쿱 힘멜블라우의 비정형의 공간 개념은 외관뿐만 아니라 내부공간에서도 적극 적용되고 있다. 쿱 힘멜블라우의 대표적인 건축 언어로 많은 프로젝트에서 사용하고 있는 거대한 곡선의 브릿지는 중앙 홀이라는 공간에서 3차원적으로 꼬이고 구부러지면서 빠르게 움직이고 회전하는 형태로 표현됨으로써 마치 새로운 공간이 창출될 것처럼 느껴지는 자유공간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듯하다.

콩플뤼앙스 뮤지엄 내부전경(사진=어정연)
콩플뤼앙스 뮤지엄 내부전경(사진=어정연)

내부공간에는 외관과는 다른 곡선의 형태가 그 중심에서 중심을 잡고 있다. 빈 공간을 가로지르는 곡선형태의 브릿지는 홀에서 연결되는 경사로와 연결되어 매우 장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비어있는 공간에서 비어있지 않음을 표현하고 있다. 이는 디자인 개념을 표현하기 위해 자기 나름대로의 규약 체계(code)에 따라 기존의 형태를 파괴, 단편화하거나 단편들을 꼴라쥬하며, 단순한 형태를 변형, 조합, 중첩, 회전, 전치(transposition)에 대한 공간으로 볼 수 있다.

중앙홀의 원형 경사로(사진=어정연)
중앙홀의 원형 경사로(사진=어정연)

특히, 옥상에서 외부로 뻗어있는 ‘크리스탈 구름 지붕’의 형태는 자연에 순응하거나 거스르는 그러한 일반적인 개념에서 출발한 것이 아닌 갑자기 튀어나온 예기치 못한 장면을 연출함으로써 방문객들에게 당혹스러운 경험을 하게 한다. 우연을 가장한 의도적 공간연출이 해체주의 건축물에서 우리가 발견하는 공간의 유희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옥상테라스 전경(사진=어정연)
옥상테라스 전경(사진=어정연)

외관과 옥상에서 나타난 의외성은 공간을 연출하는 가구와 각종 사인물에도 반영되어 옥상 테라스의 카페 의자와 전시실 입구에 있는 사인물의 형태, 심지어는 전시 공간 내에서도 그 연속성을 찾아 볼 수 있다. 형태적인 의외성뿐만 아니라 전시 기획도 매우 특이해서 클래식한 아날로그 방식에서부터 최첨단 디지털 콘텐츠 전시까지 다양한 공간 연출을 통하여 방문객에게 미래 사회에 대한 상상력을 높여주는 체험의 공간으로 제공되고 있다.

옥상 테라스 카페 테이블과 의자
옥상 테라스 카페 테이블과 의자(사진=어정연)
전시장 입구 사인물(사진=어정연)
전시장 입구 사인물(사진=어정연)
콩플뤼앙스 뮤지엄 전시공간(사진=어정연)
콩플뤼앙스 뮤지엄 전시공간(사진=어정연)
콩플뤼앙스 뮤지엄 전시공간(사진=어정연)
콩플뤼앙스 뮤지엄 전시공간(사진=어정연)

한편, 쿱 힘멜블라우는 2005년 국제 디자인 공모를 통해 ‘부산 영화의 전당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는데, 이는 그들이 진행한 아시아 최초의 프로젝트였다. ‘부산 영화의 전당’은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전용극장이자 영화와 공연예술이 결합된 복합문화공간으로 2011년 9월 29일에 개관하였다. ‘부산 영화의 전당’은 한국 영화계의 상징적인 건물로, 부산국제영화제 외에도 연중 다양한 영화 관련 행사가 진행된다. 길이가 163m, 폭은 61m의 빅루프(big roof)는 ‘조형미의 극치’라는 찬사를 받았으며, 세계 최대의 캔틸레버 지붕으로 인정받아 기네스 북에 등재되기도 하였다.

이 건축물에서는 쿱 힘멜블라우의 세 가지 건축 개념을 찾아볼 수 있는데, 그 첫 번째는 오픈스페이스의 확장이다. 영상센터, 방송국, 복합 건물과 주거 공간으로 구성된 주변 도심의 역동적인 흐름을 수영강에 근접해 있는 영화의 전당 광장으로 끌어들이고, 이를 오픈스페이스로 확장시키고자 하였다. 이러한 의도는 영화의 전당을 주변 도심과 수영강이라는 자연의 연결고리로 활용하고자 한 것이다.

수영강변 반대편에서 바라본 부산 영화의 전당 전경(사진=어정연)
수영강변 반대편에서 바라본 부산 영화의 전당 전경(사진=어정연)

두 번째는 대지와 하늘의 관계를 해석한 건축 조형이다. 영화의 전당은 건물 전체가 평면에서 융기된 언덕이나 작은 산으로 보인다. 즉, 대지 전체를 광장으로 인식하고, 산과 언덕으로 표현된 높이의 공간을 거주공간으로 조성한 것이다. 의도적으로 들어 올려진 지형처럼 보이는 건물과 인위적으로 형성된 하늘(빅루프) 사이의 공간을 통해 공공공간을 형성한 것이다. 마지막 세 번째는 미래를 담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의 전당으로 형성된 다목적 도시 광장은 추후 확장을 고려하여 계획된 것이다.

영화의 전당은 매우 독특한 경관을 연출함으로써 주변 지역의 경관을 주도하고 있다. 수직의 도시 공간에 수평의 거대한 지붕을 지닌 영화의 전당이 들어서면서 인접해 있는 강과 바다라는 자연의 요소와 도시 공간이 시각적으로 조화롭게 연결된다. 특히 일몰 후 환상적인 시각 효과를 제공하는 LED 조명 플레이트는 건물들이 광장과 연결되어 새로운 공공 도시 공간을 연출한다. 영화의 전당에서 보여준 이와 같은 쿱 힘멜블라우 건축 언어는 전형적인 구조에 맞서 싸우면서 환상적이고 반중력적이며 역동적인 이미지를 추구하는 방식으로 표현된다. 이를 통하여 중력과 안정성의 자연법칙을 깨고 일반적인 건축 상식을 초월하여 새로운 형태와 공간의 창조를 통해 실험적인 공간을 창조하고 있다.

부산 영화의 전당 경관조명(사진=어정연)
부산 영화의 전당 경관조명(사진=어정연)

쿱 힘멜블라우의 독특한 건축 언어들은 중국의 ‘센젠 현대미술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 미술관은 2016년 9월 25일 개관하였는데, 6m에서 17m 높이의 기둥 없이 개방된 다이내믹한 전시 공간 등은 매우 혁신적인 디자인에 해당한다.

센젠 현대미술관 입구 전경(사진=어정연)
센젠 현대미술관 입구 전경(사진=어정연)

특히 내외부에 사용된 재료와 가급적 공해를 유발하지 않도록 설계된 시스템과 설비는 에너지와 환경에 대한 깊은 고민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또한 건물의 지붕은 전시관에 햇빛을 통과시켜 주는 동시에 인공조명의 필요를 줄여주는 역할을 맡는다. 이와 같은 최첨단 기술구성 요소와 콤팩트한 건물의 체적, 단열재와 효율적인 태양열 차양의 조합 등으로 센젠 현대미술관은 획기적일 뿐만 아니라 생태학적, 환경 친화적인 벤치마크 프로젝트로 평가되고 있다.

센젠 현대미술관 내부 중앙홀 전경 1(사진=어정연)
센젠 현대미술관 내부 중앙홀 전경 1(사진=어정연)
센젠 현대미술관 내부 중앙홀 전경 2(사진=어정연)
센젠 현대미술관 내부 중앙홀 전경 2(사진=어정연)

힘멜브라우의 이름 자체가 파란색 하늘 건축을 만들어간다는 의미처럼 이들이 펼쳐 보이는 건축은 다분히 파격적이면서도 신선한 건축언어로 넘쳐난다. 문화적 진화와 결부시키는 정신을 가진 건물만이 건축이라고 인정하는 그들의 가치관은 미래적 디지털 건축의 상징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여러 가지 사례를 통하여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우리가 해석할 수 있는 것은 힘멜블라우는 과거의 해체주의 건축의 대표 건축가의 하나로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미래 건축의 선두에서 활동하는 디지털 건축의 상징이라는 점이다.

[프로필]

계원예술대학교 건축디자인과 어정연 교수

한양대학교 대학원 도시계획 박사

프랑스 국립건축6대학교 건축설계 석사

홍익대학교 공과대학 건축학과 학사

 

한국건축사/프랑스국가공인건축사

렌조피아노빌딩워크샵(프랑스, 파리) 근무

㈜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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