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너머의 세계를 향한 치열한 질문과 성찰

서가명강17 「건축, 모두의 미래를 짓다」 표지(자료제공=21세기북스)
서가명강17 「건축, 모두의 미래를 짓다」 표지(자료제공=21세기북스)

“건축은 불순한 학문이다!”

고상한 예술론에서 벗어나 건축 본래의 의미를 묻다!

건축하는 사람들은 말한다. "건축은 언제나 아름답고, 인간을 생각하며, 환경에 순응한다”고. 과연 그럴까? 그렇다면 건축이야말로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아름다운 산물이어야 하고, 건축가는 누구보다 행복한 직업이라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는 아름답지 못한 건축물도 많고 건축가가 가장 행복한 것도 아니다. 건축계 거장이자 건축학도들의 큰 스승인 김광현 명예교수는 이런 식으로 건축을 묘사해서는 세상에 도움이 되는 새로운 건축물을 생산하지 못한다고 말하며 건축을 아름다운 예술 작품으로만, 그저 고상한 분야로만 바라보고 찬미하는 태도는 지양해야 함을 강조한다. 또한 그는 ‘건축’에 대해 인간과 사회에 복잡하게 관련되어 있는 잡학이며, 과거부터 건축으로 우월함을 뽐내며 주변과 구별 짓고 나아가 주변을 제압하려 했던 점을 들며 태생적으로 배제하는 것이고 이기적인 산물이라고 말한다. 더욱이 근대 건축 대부분은 순간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건축을 지향해 언제나 새것으로 보이는 순간의 가치를 우선하게 된 점을 들며, 시대에 따른 건축의 변화와 현재 건축을 둘러싼 관계를 통해 건축이 품어야 할 시간은 순간이 아님을,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보면 지금의 건축물은 아름다운 그릇이 아님을 우리에게 강하게 전달한다.

그가 말하는 건축의 뛰어난 목적은 “그것이 아름답건 아름답지 못하건 함께 사는 사람들이 공동의 가치를 공유하고 지속하게 해준다는 데 있다”. 건축과 사회에 대한 저자의 40여 년에 걸친 치열한 고민이 담긴 이 책은 건축의 속성을 제대로 직시하고, 건축 본래의 목적, 그 궁극적 본질을 발견하도록 우리를 안내하며, 나아가 건축의 지속적 가치를 되살리기 위해 고민해온 저자의 깨달음을 감동적으로 전한다.

‘모두의 건축’을 향한 건축 강의의 정수!

건축 뒤에 숨은 사회를 탐구하고, 건축 본래의 의미를 성찰한다!

건축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우리는 근본적으로 어떤 질문을 해야 할까? 저자는 건축에 대한 이해는 유명한 건축가들을 안다고, 건축 양식을 공부한다고, 인문학적 건축이라며 건축을 멋있게 포장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건축은 국가, 자본, 대중, 욕망으로 생산되고 유통되고 소비되는 것이며, 이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않다. 건축 뒤에는 우리가 모여 사는 ‘사회’가 그대로 숨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건축에 대한 이해는 ‘사회’에 대한 이해부터 시작해야 하는 이유다.

사회가 건축을 만드는 것일까, 건축이 사회를 만드는 것일까? 이렇게 물으면 거의 모두 “사회가 건축을 만든다”고 답할 것이다. “사회가 건축을 만든다” 이 말에는 사회라는 공동체는 언제나 아름답다는 전체가 깔려 있다. 그러나 그 사회가 어떤 사회이기에게 그 요구대로 건축물을 지어야 하며, 그 사회에 대응해 건축은 어떤 답을 내놓아야 하는가? 이러한 물음 없이 사회가 건축을 만든다는 말을 공리처럼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과연 사회는 선하기만 한 존재일까? 저자는 이에 대해 단호히 말한다. 사회는 결코 선하기만 한 존재가 아니라고. 사회는 건축을 평탄하게 만들고, 균질화시키며 장소를 파괴하기까지 한다. 이렇게 바꿔 말해야 한다. ‘사회는 건축 뒤에 숨어 있다.’

이 책은 건축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위한 첫 시작으로 건축 뒤에 숨어 건축을 조종하는 사회의 민낯을 파헤치고, 그러한 사회가 건축에 어떻게 반영되며, 우리의 삶에 어떻게 연결되는지 치밀하게 짚어 나간다. 사회의 요구에 따라 지어진 건축물은 획일화, 균일화를 낳고, 장소를 파괴하기까지 하며, 사회는 건축에 기대 질서를 형성한다. 그렇기에 건축은 나쁜 힘도, 좋은 힘도 오래 지속된다. 따라서 건축이 사회를 위해 새로운 제안을 하지 않는다면, 사회는 건축에 무리한 질서를 요구하게 된다. 모든 이가 의지를 가진 생활인으로서 ‘건축’을 제대로 이해하고 실천해야 하는 이유다.

저자는 ‘건축 뒤에 숨은 사회’를 벗어날 때 비로소 건축 본래의 가치를 되살릴 수 있다고 말하며, 건축이 ‘모두의 기쁨’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건축가라는 마음으로 건축을 알고 실천해야 함을 강조한다. ‘건축의 본질’을 찾기 위한 40여 년에 걸친 저자의 치열한 질문과 성찰이 담긴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건축의 지속적 가치와 궁극적인 본질을 발견함으로써 모두의 건축을 향해 함께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건축이란 결국 기쁨이다!”

한나 아렌트에서 루이스 칸까지, 건축의 근원적 희망을 찾기 위한 질문들!

이 책은 크게 네 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건축을 마냥 좋고, 아름다운 것으로만 바라보는 시선에 반론을 제기하며, 건축이 지닌 본래의 성질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한다. 저자는 건축에는 생각 이상으로 사회에 대한 지식과 시선이 다양하게 연결되어 있고, 모든 학문과 관계하고 있는 건축이야말로 불순한 학문이라고 거침없이 말하며, 건축을 고상하게만 바라보고 해석하는 태도를 지양할 것을 강조한다. 2부에서는 한나 아렌트의 철학을 바탕으로 ‘사회’의 속성을 파헤치며, 사회 질서가 공간에 어떻게 반영되어 왔는지, 사회의 권력과 제도는 건축에 어떤 영향을 미쳐왔는지를 추적해간다. 3부에서는 건축물이 공산품처럼 대량 생산되어 세계를 균질하게 만들기 시작한 공업화 사회의 건축, 그리고 소비재로서 계급을 만들어내기 시작한 건축을 면밀히 들여다본다. 마지막 4부에서는 루이스 칸의 건축 사상과 함께 건축이 존재하는 이유는 ‘모든 이의 기쁨’이라는 깨달음을 전하며, 건축 뒤에 숨은 사회를 벗고 우리 사회의 근원적 희망을 드러내는 건축을 모두 함께 찾아 나설 것을 제시한다.

:: 김광현 ::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와 동 대학원 석사과정을 거쳐 도쿄대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8년까지 42년간 서울시립대학교와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에서 건축의 공동성(共同性, commonness)에 기초한 건축의장과 건축 이론을 가르치고 연구했다. 대통령 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 대한건축학회 부회장, 한국건축학교육협의회 회장을 역임했고, 대한건축학회 사회공헌진흥원 원장, 젊은 건축가들을 가르치는 ‘공동건축학교’ 교장을 맡고 있다.

한국건축가협회상(1997, 2008), 대한건축학회상(2002), 가톨릭미술상 본상(2005), 대한민국 생태환경건축대상(2013), 한국건축문화대상 올해의 건축문화인상(2018), 김정철건축문화상(2020)을 수상했으며, 무엇보다도 건축학도들의 큰 스승으로 오랫동안 우리나라 건축계를 이끌어왔다. 2008년 《시사저널》이 조사한 ‘가장 존경받는 인물’로 선정된바 있으며, 2012년에는 서울대학교 ‘훌륭한 공대 교수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는 『건축 이전의 건축, 공동성』, 『건축 강의』(전 10권), 『건축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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