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서식지와 인간의 주택

계원예술대학교 건축디자인과 어정연 교수

인류는 오랜 시간동안 진화와 발전을 거듭해오면서 동물과는 비교를 할 수 없는 지구상의 유일무이한 존재가 되었다. 그러한 까닭으로 인간이 동물과 같은 하나의 종으로서 진화하고 발전했다는 사실은 과학책에서만 볼 수 있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마치 인간과 동물이 아무런 상관성이 없는 존재인 것처럼 말이다. 특히 인간의 세계에서만 의미를 찾을 수 있는 문화적 현상에서는 더욱 더 그러하다.

이 글에서는 공간과 건축을 인간과 동물의 본질적인 차원에서 바라보려는 ‘쟝 미셀 꼬제(Jean M. COGET)’교수의 프랑스 건축 문화적 시선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꼬제 교수는 프랑스 파리 라빌레트 건축대학교(Ecole Superieur d’Architecture de Paris la Villette)에 재직 중인 교수로서 엔지니어이자 경제학자이다. 그는 건축을 엔지니어적 차원과 경제학적 차원에서 바라보는 융합적 관점을 지녔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꼬제 교수는 인간과 공간의 관계에 대한 내용을 주로 강의하였고, 이러한 내용들로 저서를 쓰기도 하였다. 오늘 우리는 그의 저서에서 언급한 “서식지와 주택” 대한 그의 건축적 시선을 알아보고자 한다.

꼬제 교수의 주장에 의하면, ‘서식지’와 ‘주택’은 오늘날 행정 문헌과 법률에서 잘못 사용되고 있거나 혼동되어 사용되는 두 가지 용어라고 할 수 있다. 즉, 이 두 가지 용어는 같은 의미로 사용할 수 없는 단어라는 것이다.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서식지’와 ‘주택’은 서로 어원이 다른 단어라는 점을 제시한다.

‘서식지’는 9세기부터 시작된 라틴어 용어인 ‘아비투스(habitus)’에서 유래되었으며, 추후 서식지를 지칭하는 ‘하비타(Habitat)’로 변화되었다. 이 ‘하비타(Habitat)’는 서식지에 대한 보편적이고 포괄적인 개념의 공간을 설명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반면에 ‘주택’이라는 용어는 군사용 어휘에서 비롯된 것으로, 13세기 중세에 처음 등장한 것으로 추측된다. 따라서 ‘주택’은 군인의 진영에만 관련된 용어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이 용어는 추후에 군인의 진영에서 벗어나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사용하게 되었으며, 내용적으로도 매우 큰 규모를 지칭하는 용어로 변화하였다. 이와 같이 어원이 상이한 서식지와 주택이라는 용어는 현대에 이르기까지 때로는 구분되고 때로는 혼용되면서 사용되어 왔다.

오늘날 프랑스 주택은 프랑스 공공 정책의 중요하고도 원칙적인 목표 중 하나이다. 이 말은 주택이 프랑스 행정에 근원적이고 원칙적인 대상 중에 하나라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프랑스의 행정 및 규제 문헌에서 주택이라고 하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지칭하는지 설명하기 위해서는 주택에 대한 근원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러한 접근들은 프랑스의 건축 및 도시 프로그래밍을 공부하는 건축가 교육 과정에서 비중 있는 연구 과제로 다루어지고 있다.

주택은 다양한 기능을 담지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세탁물을 씻고, 말리고, 숙소를 환기시키고, 자연의 빛을 받아들이고, 소음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고, 몸을 따뜻하게 하는 등의 기능을 한다. 우리는 이러한 일반적인 기능을 종합하여 ‘주택은 거주자가 편히 쉬는 곳’이라는 아주 추상적인 개념으로 정의하기도 한다. 하지만, 꼬제 교수는 주택의 용도와 기능에 초점을 맞춰서 명확하게 분석하고 난 후에 공간과 건축의 형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가 가장 주목한 주택의 용도와 기능은 특이하게도 ‘종의 생존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주장하기 위해 새의 서식지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서아프리카에 서식하고 있는 대머리 황새(marabouts)의 행태는 인간의 건축과 도시계획에 대하여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대머리 황새는 확실히 몸은 크지만 머리는 매우 작다. 이러한 신체 구조적 특징을 지닌 대머리 황새에게는 나무의 작고 가느다란 가지로 둥지를 짓는 것은 별로 현명해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선택은 대머리 황새로 하여금 큰 잔가지를 사용하도록 강요하는데, 그 결과 대머리 황새 암컷은 알을 품을 때, 자신의 엉덩이가 편안하지 않다고 느낄 것이다. 즉, 불편함이 문제로 부각되는 것이다. 따라서, 건축 설계의 첫 번째 원칙은 이와 같은 문제에 대한 답을 찾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신석기 시대 이후로, 인간 서식지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종의 생존’이다. 고양이가 자신의 무게를 지탱할 수 없을 정도로 얇은 나무 가지 위로 나아가지 않는 것은 매우 본능적이고 직관적 행위이다. 즉, 자신의 안전을 담보하는 일은 어떤 행위나 상황을 판단하고 결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기본 조건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서식지의 조건에서 첫 번째 고려 사항이 안전이 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건축 설계의 첫 번째 원칙은 ‘종의 생존’, ‘안전’이라고 할 수 있다.

건축 설계의 두 번째 원칙은 좀 더 본질적임에 있다. 어떤 위험에 직면하든 서식지에서는 다양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새의 둥지가 나무의 몸통에 가까운 가지에 위치하면 고양이가 가지 위를 점프하여 새의 새끼를 잡을 수 있다. 반면에 나무 몸통에서 먼 곳에 위치하면, 아직 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어린 새가 여린 가지가 구부러지거나 부러져서 땅에 떨어질 수 있다. 날지 못하는 어린 새가 땅에 떨어지면 고양이의 입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기 때문에 이러한 본능적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하여 동물들은 자연스럽게 본능적으로 생존의 원칙을 익히고 배운다.

또한, 큰 나뭇가지는 공기가 통과할 수 있는 요소이다. 밤이 너무 시원하면 암컷이 품고 있던 알도 식을 것이고, 새끼는 부화되지 않거나 부화가 늦어질 것이다. 이런 변수들을 감안해 보면, 큰 나무 가지에 새가 둥지를 짓는 경우는 밤이 충분히 따뜻한 기후대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들이 시사하는 바는 구조적인 관점에서 현실적 문제를 연구할 가치가 있는 것이며, 이는 열에너지 관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두 번째 원칙은 생존 가능한 서식지는 용도에 맞는 기능을 최적화시키기 위해서는 모든 위험으로부터의 안전보다는 생존이라는 한 가지 기능에 최적화시키는 것이다. 이를 인간을 위한 주택이라는 공간으로 보자면, 구조적, 환경적 관점에서 최적화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먼 거리를 이동하는 철새인 제비의 경우, 이동의 양쪽 서식지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는 두 개의 서로 다른 기후 상황과 환경에서 두 개의 서식지를 발견하고 구축할 수 있었기 때문이며, 그렇기 때문에 훨씬 더 "지능적"이라 할 수 있다. 흔히 ‘생물 따위가 일정한 곳에 자라를 잡고 사는 곳’으로 정의되는 서식지는 본능적인 생존의 기능이 조화롭게 타협된 공간이며, 이는 사람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유효한 원칙을 지닌 공간이기도 한 것이다.

비가 오는 지역에서는 비가 내리는 땅이 진흙으로 변하여 붕괴되기 때문에 구조적 보호 덮개 아래에 건설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오늘날 흙 건축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있는 많은 건축가들은 흙 건축에 대한 이러한 주요 위험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제비는 새끼에게 먹이로 줄 파리와 날개 달린 개미를 찾을 수 있어야하기 때문에 덮개 아래에 있으면서도 동시에 닫히지 않은 장소를 찾아야하는 것이다.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제비는 집안의 위치에 대한 기억뿐만 아니라 둥지를 짓는 노하우도 전수한다.

제비처럼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죽기 전에 물려 줄 수 있는 많은 유형과 무형의 유산을 가지고 있다. 동물과 비교할 때 인간이라는 종은 가장 많은 수의 서로 다른 지구 기후 상황에 성공적으로 적응한 종이기도 하다. 인간 다음으로는 개미가 두 번째로 적응력이 좋은 종이다. 그러나 개미들은 얼음 위에서 이글루를 만들어 서식지로 정착시킨 ‘이누이트족(Inuit)’처럼 얼음 위에서는 살아남지 못한다. 이글루는 단일 물질로 만들어진 이글루와 독특한 모양인 돔이며, 이는 매우 예외적인 경우이다. 일반적으로 토착 서식지는 다양한 재료로 구성된다. 예를 들어, 진흙집을 덮기 위해 사람은 비로부터 진흙 벽을 보호하기 위해 돌출된 잎으로 지붕을 만드는 것이다.

수만 년 동안 인간은 모든 종류의 생체 물질 서식지를 구축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인간은 서식지에 물을 가져오고 관리하기도 하였고, 열대 우림의 캐노피를 만들어 비바람과 동물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등의 다양한 방법을 개발함으로써 가장 위험한 상황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토착 서식지를 구축하여 왔다. 인간은 이러한 방식으로 서식지를 설계하고 구축함으로써 인간 종의 뛰어난 예술을 보여주는 건설적 지능을 발휘하고 전승하는 것이다.

건축 설계의 세 번째 원칙은 서식지는 동물들의 “지능적” 경험과 기억을 전수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간은 오랜 시간 속에서 축척해온 생존을 위한 본능적인 방법을 전수하고 발전시켜오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제비와는 다르게 이를 예술적인 경지까지 발전시켜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동물의 서식지 구축 연구를 통하여 우리의 주택 전문가들이 잊고 있었던 필수적인 주택의 기능에 대해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첫 번째는 서식지의 "보이기와 숨기기" 기능의 감소이다. 이 기능들은 서식지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기능들이지만 내용적으로는 상호 간에 역설적이다. 많은 새들은 노래하고, 유혹하고, 번식하고, 영토를 표시하고, 둥지를 지을 자재를 찾고, 먹이를 찾고, 새끼를 보호하는 행태 속에서 드러내 보이기도 하고 숨겨서 보호하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는 이와 같은 “보이기 / 숨기기” 기능이 모든 사회와 종교에서 매우 다른 방식으로 감소되었음을 발견하였는데, 같은 가족 내에서도 각자 자신의 방식으로 상반된 양면의 기능을 관리하려고 한다.

인간은 자신의 신체 전부 또는 일부를, 그리고 자신의 취향이나 소유물을 보여 주거나 숨기는 등 다양한 행태를 취한다. 이러한 행태들은 인간의 욕구나 욕망의 표출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인간의 욕구나 욕망의 추구는 건축가가 해결해야 하는 매우 다양한 세계를 기대하게 만든다. ‘보이기 / 숨기기’ 기능은 장소에 따라 달라지며 집 내부, 개인 영역, 커뮤니티 영역 등에서 문턱 효과1)가 있다.

두 번째, 인간이 ‘태어나거나, 늙어 가거나, 병이 들어 치료를 받거나, 죽는 것’을 수용하는 것은 서식지의 또 다른 필수 기능인데, 이러한 것을 우리는 잊고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에서 점점 더 빈번하게 발생하는 문제는 시신을 담은 관이 엘리베이터나 계단을 통하여 수평으로 이동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택 환경의 조건들은 더 이상 집에서 죽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며, 프랑스에서는 그러한 집들이 건설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서식지의 필수 기능 중에 하나가 잊혀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세 번째는 ‘자녀 키우기 / 가르치기’ 기능인데, 이는 양육과 교육을 통해 지식과 정보를 전승하는 것을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서식지를 설계하고 건설하고 유지하는 기술을 전승하는 것을 말한다. 토착 서식지에서 이러한 기술을 전승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양상이 나타난다. 부모로부터 기술을 전승받는 과정에서 부모의 권위를 알게 되고, 이 능력을 습득하게 됨으로써 다시 전승할 수 있는 권위를 확립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각 세대가 주체로 탄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 사회에서는 이러한 전승 과정에서 발생하는 주체의 문제, 권위의 문제가 완전히 바뀌게 된다.

최근까지도 서식지를 짓는 일은 많은 인구를 위한 디자인과 건축의 예술적 활동이었다. 19세기와 20세기 초부터 서식지를 건설하는 일은 가족의 틀을 벗어나 사회적 수준에서 실행되고 있다. 이는 가족의 단위보다 훨씬 더 복잡한 요소와 과정을 고려해야 하지만, 반면에 부모의 권위로부터는 조금 느슨해진 통제를 받게 되는 변화를 수반했다. 하지만, 프랑스의 경우, 현재까지도 이러한 원칙이 일괄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것은 빈민가의 경우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인구 통계학적 변화에 따른 것이다.

우리는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 인구가 폭발하는 과정에 있는 국가들을 주목한다. 이 국가들은 대부분 산업화된 국가들이며, 주택이 적극적으로 건설되고 있는 국가들이지만, 그 주택들은 토착 서식지의 기본에 충실한 주택이 아니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때에는 많은 인구를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서식지의 기능이 될 뿐이다. 반면, 인구 학자들은 2064년부터는 인구 통계학적 변화로 인해 세계 인구가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때에도 많은 인구를 수용하는 것이 서식지의 가장 중요한 기능일까?

토착 서식지는 수천만 년 동안의 인류 발전과 함께 이루어진 인류의 산물이다. 결론적으로, 현재 설계되어 지어지고 있는 주거공간의 모델들은 인간이라는 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발전 양상이라고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서양의 도시 개발 모델을 채택한 모든 국가에서 보여 지는 일반적인 모델은 인간의 서식지로서 가져야 할 본질을 잊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사회가 발전 할수록 우리는 원초적으로 인간이 가져야할 본질을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 꼬제 교수의 글은 우리에게 그러한 기회를 주는 작은 쉼표 같은 것이 아닐까 한다.

1)문턱(limit)은 'boundary(path between fields)'라는 개념에서 ‘한계(선), 한도, 경계, 범위, 제한, 지정가격, (수학)극한, 한정하다, 제한하다'의 뜻이다.

 

[프로필]

계원예술대학교 건축디자인과 어정연 교수

한양대학교 대학원 도시계획 박사

프랑스 국립건축6대학교 건축설계 석사

홍익대학교 공과대학 건축학과 학사

 

한국건축사/프랑스국가공인건축사

 

렌조피아노빌딩워크샵(프랑스, 파리) 근무

㈜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근무

저작권자 © 건축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