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회 경기도건축문화상 사용승인부문 주거 은상
㈜조호 건축사사무소 이정훈 作

선이 춤추는 집

개인적으로 주택설계는 다양한 건축 용도 중 가장 기본이 되는 것임과 동시에 가장 난이도가 높은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땅을 마주하여 건축적 해결책을 내놓아야 하는 건축가에게 있어서 매일 삶을 지속하는 공간을 만족시킨다는 것은 그만큼의 경험과 에너지가 필요한 것 같다. 이처럼 주택이 건축의 백미라 불리는 것은 대지가 주는 지극한 아름다움과 이를 해석하는 건축가의 풍미에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개인적으로 과천 주택은 대지가 품은 산의 아름다움에 반해 시작했지만 건축이 자연 속에 놓여질 때 만들어내는 구축의 기쁨을 깨닫게 해 준 프로젝트이다.

개발행위 제한구역 내의 건축은 대지의 레벨을 함부로 변경하지 못한다. 기존의 지형의 질서를 존중하되 새롭게 구축되는 볼륨은 자연의 지형 속에 부드럽게 편입되어야 한다. 전면에 펼쳐진

관악산 줄기는 청계산 자락과 연결되어 마치 산과 산을 연결하는 지점으로서 대지를 해석하게 한다. 대지가 산을 품은 것인지 산과 산이 대지를 품어낸 것인지 착각하게 할 만큼 대지의 위치는 절묘하기 그지없다. 전면과 측면에 흘러내리듯 형성된 암반 덩어리는 산의 지세가 지닌 강인함의 끝자락에 본 대지가 놓여 있음을 직감케 하였다.

선으로 연결된 공간들

선은 산과 산을 시각적으로 연결한다. 이는 다시 호를 형성하고 면을 구축한다. 전면의 볼륨은 내부 공간과 외부 공간이 만나는 중성적 공간을 구축하기 위하여 다시 선적으로 비틀린다. 산을 면해 비틀린 전면의 볼륨은 하부의 주방에 일정한 그늘을 제공하며 상부의 마스터룸에서 외기를 맞을 수 있는 중성적 공간을 제공한다. 선과 선으로 연결된 비틀린 입면을 연결하면 이중 곡면이 생성된다. 이는 우리 전통 건축에서 볼 수 있는 처마선의 구조와 유사하다. STS 원형 파이프는 이를 자연스럽게 채우기 위한 직선 재료이다. 쉽게 구할 수 있는 직선의 재료를 선형에 따라 배열하여 곡면을 형성하고 내부의 조명과 더불어 그 존재감을 과시한다. 면을 채우는 것은 면이 아닌 선들의 집합이며 이들 사이의 군집은 선의 또 다른 미학을 만들어낸다.

자연과 조화를 위한 매스형성

기본 매스는 전망과 더불어 조경공간을 고려하여 전면의 관악산 자락을 마주하도록 배치되었다. 또한 기존 대지가 암반으로 이루어진 점을 고려하여 토목공사를 최소화하는 형태로 계획하였다. 수평적으로 길게 형성된 매스의 후면은 뒷집과의 프라이버시를 고려하여 최소한의 창을 내었으며, 전면은 전망과 환기를 위해 수평적인 창호들로 배열된다. 또한 내부 공간은 직접적으로 외부에 면하는 것 대신에 전이공간인 테라스를 통하여 자연을 면하게 된다. 이를 통해 정원을 바라보는 내부 공간은 자연의 변화를 차경적 요소로 감상할 수 있다. 캔틸레버 구조로 외부로 노출된 처마로부터 청계산과 관악산으로 이어지는 곡선이 펼쳐지게 된다.

패시브 시스템들과의 조화

선유재는 단순히 외적 미학만이 아니라 패시브 기준의 성능을 가진 주택이다. 47mm 두께의 트리플 로이코팅 유리, 고단열, 고기밀, 그리고 페열회수 환기 시스템을 적용하여 외기로부터 독립적인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했다. 특히 계단 면의 상단에는 암막 전동 블라인드 및 전동 환기창을 설치하여 내부의 기능과 온도에 따라 빛과 공기의 양을 조절 가능하다. 거실로 개방된 볼륨은 일종의 공기통로로서 대류현상을 통해 상부 전동창으로 공기를 순환시킨다. 이와 더불어 패시브 성능이 반영된 고기밀의 주택에서 필수적으로 적용되는 환기 시스템은 사계절의 특성과 미세먼지가 발생하는 기후에는 필수적인 요소이다. 여름철에는 처마의 각도를 통하여 그림자를 형성하며 습기로부터 내부 공간을 최대한 쾌적하게 유지한다. 겨울철에는 자연광을 최대한 유입하여 내부의 온기를 공간적으로 가두어 최소한의 에너지 소모를 유도하는 것이다.

저작권자 © 건축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