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공간은 일상생활의 힐링의 공간

외부공간은 일상생활의 힐링의 공간

국립한경대학교 디자인건축융합학부 이을규 교수

건축은 내부공간과 외부공간이 어우러져 조화가 이루어질 때 비로소 완성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외부공간이 더 비중을 차지할 경우도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내부공간이 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 경우도 있다. 외부공간의 디자인을 별도로 생각할 때 조경분야로 전문적으로 디자인하는 전문가에게 의뢰한다. 그런 조경분야는 엄연히 건축의 일부이다. 그래서 영어로 조경은 ‘Landscape Architecture’라고 하여 외부지형이나 환경을 ‘건축’하는 것이라는 의미로 대지 안의 건축의 일부인 것이다.

건축사는 외부공간을 조경전문가에게 의뢰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조경과 건축의 조화는 그리 신경쓰지 않는다. 건물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이런 경향은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 외부공간은 크게 식재가 되어 있는 녹지공간과 아무 식재가 없는 사람들의 다양한 행위를 위한 광장으로 나눌 수 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전자보다는 후자의 외부공간이 집집마다 있었다. 그건 바로 마당이였다. 마당은 기본적으로 농작물을 말리거나 도리깨질을 하던 가공작업의 공간이면서 가끔씩 열리는 결혼식, 장례식, 각종 집안행사의 이벤트 공간이 되기도 한다. 

동양과 달리 서양에서는 개인에게 주어진 외부공간이 적어서 마을 단위의 광장이 존재한다. 또한 중세 종교의 영향으로 성당 앞에 넓은 광장이 마련되어 있다. 이는 중세사회의 특징인 강력한 종교의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장소이기도 했다. 그와 동시에 시장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중세광장(베네치아)(사진=이을규)
중세광장(베네치아)(사진=이을규)
중세광장(로마)(사진=이을규)
중세광장(로마)(사진=이을규)

고대 아크로폴리스의 광장과 중세 성당 앞의 광장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그리스의 아고라에서 유래한 광장을 연상하기 때문에 민의를 수용하는 민주주의의 상징적인 장소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대부분의 유럽도시의 광장은 통치를 위한 광장에 가까울 지도 모른다. 현재 공산주의 국가의 천안문 광장과 같은 독재자의 권력을 보여주기 위한 광장에 그 성격이 가깝다고 하겠다. 카톨릭 신부의 힘이 막강했던 중세시대 유럽에서는 왕이나 영주의 임명은 교황이 승인하며 모든 결정사항은 교황과 그의 대리인 신부가 결정하였고 이에 대한 거역은 용서하지 않았다. 경우에 따라서 영주가 과도한 세금을 거두어도 하소연 할 수 없던 일반주민은 거의 노예에 가까운 삶을 강요받게 되어서 일부 평민들은 중세시대에는 농노라고 불렸다. 우리나라의 소작농이라고 할 수 있겠다. 농노들은 영주가 정하는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농지세, 포도주세, 방목세, 산림세 등 토지세와 가축세, 상속세, 인두세, 통행세, 재판세, 수세, 도로유지세 등 비토지세가 있는데 상당한 부담이 되었다. 영주는 왕의 토지에 대한 이런 세금을 거두어 왕에게 바치는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성당 앞마당인 광장은 이러한 통치를 위한 집회의 성격이 강했다고 보여진다. 그리고 이를 거역한 사람에 대한 재판과 처형의 장소이기도 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장소는 지방관청인 관아의 앞마당에서 이루어졌다. 성당이 일반시민의 통치 장소인 광장을 제공했다는 것이 그 시대의 힘과 권력을 그대로 보여준다. 건축은 이렇듯 그 시대의 실상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중세광장(체코)(사진=이을규)
중세광장(체코)(사진=이을규)
중세광장(체코)(사진=이을규)

현대사회의 광장(plaza)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광장과 공원을 생각하면 간단하다. 광장과 공원에서의 사람들의 행동은 대부분 휴식이다. 그야말로 자유로운 행동이다. 간단히 말하면 광장은 집회나 동적인 활동이 주로 이루어 진다면, 공원은 앉아서 쉬기, 자리깔고 누워있기, 음악듣기, 잠자기 등 주로 정적인 활동이 주가 된다.

그러나 공공시설의 광장이나 외부공간은 자유로운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는가를 보면 대부분 그렇지 않다. 서울시내의 외부공간은 너무 경직되어 있다. 대표적인 공공시설인 예술의 전당을 보면 잘 나타난다. 예술의 전당의 외부공간은 매우 넓다. 그러나 외부공간 이용자를 살펴보면 거의 이용자가 적다. 이용자가 적은 이유를 살펴보면 간단하다. 외부공간 이용자의 수요를 전혀 생각하지 않고 설계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술의 전당(사진=이을규)
예술의 전당(사진=이을규)
예술의 전당(사진=이을규)
예술의 전당(사진=이을규)
예술의 전당(사진=이을규)
예술의 전당(사진=이을규)

외부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행동패턴을 고려하지 않는 장소와 행동패턴의 고려없이 의자나 테이블이 놓여져 있다. 이용자의 행동심리를 미리 예측하여 의자배치 장소나 테이블 배치 장소를 고려하지 않으면 쓸데없는 예산낭비를 하게 된다.

간단히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서는 우선 편히 앉고 싶은 장소는 다른 사람의 시선이 신경쓰이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빈번하게 오가는 동선 근처에 놓여져 있으면 다른 사람의 시선이 부담스러워서 앉기가 불편하다. 그리고 여름에는 그늘이 지는 곳에 의자가 있어야 하고, 겨울에는 햇볕을 쬘 수 있는 곳에 배치되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을 고려하지 않고 설치되는 경우가 많다.

다음은 타인과의 관계를 고려하여 대화형 배치와 타인의 시선을 피해서 혼자 앉을 수 있는 배치 등의 고려가 필요한데 그런 심리적인 시점과 관계없이 배치되어 이용성을 굉장히 낮추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러한 심리적인 이유가 질 좋은 좌석의 배치를 좌우하기에 우리는 건축설계에 있어서 심리적인 부분을 더 세심하게 신경써야 하는 것이다.

예술의 전당의 외부공간 의자 배치를 보면 이용자가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장소에 의자가 배치되어 있지 않고 있음을 간단히 알 수 있다.

건축사들이 설계할 때 건축내부의 평면은 신중히 고려하지만 외부공간의 의자 배치는 거의 신경쓰지 않는다. 그러나 일반시민들이 공공시설을 이용할 때는 내부시설을 이용하는 사람 수보다 외부공간을 이용하는 사람 수가 몇 배나 많음을 알지 못하며 신경쓰지도 않는다.

그래서 우리 시민들은 자기가 의자를 가지고 나와서 장기를 두거나 각종 레크레이션을 즐기거나, 아니면 아무데나 앉아서 친한 사람들과 대화를 하는 모습을 시내 곳곳에서 우리는 볼 수 있다. 아무도 앉지 않는 의자와 시민들의 앉고자 하는 장소에서의 의자의 부재는 좀 더 건축사들이 신경써서 설계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길가에서 장기 두는 사람(사진=이을규)
길가에서 장기 두는 사람(사진=이을규)
길가에서 장기 두는 사람(사진=이을규)
길가에서 장기 두는 사람(사진=이을규)

마로니에 공원 이용자가 많을까, 그 공원을 둘러싼 공연장과 미술관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을까? 생각해보라 외부공간을 이용하는 사람이 열배, 스무배 이상 많을 것이다. 예술의 전당의 외부공간을 잘 설계 했다면 예술의 전당 이용자의 몇 배가 외부공간을 이용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이는 저자가 외국의 공공시설 조사에서 증명하였던 사실이다.

마로니에 공원(사진=이을규)
마로니에 공원(사진=이을규)
마로니에 공원(사진=이을규)
마로니에 공원(사진=이을규)
마로니에 공원(사진=이을규)
마로니에 공원(사진=이을규)
마로니에 공원(사진=이을규)
마로니에 공원(사진=이을규)

저자는 건축의 실용성을 더 중요시하는 관점을 가지고 있다. 외부공간도 멋있게 식재하고 멋있게 꾸미는 것도 좋겠지만 실질적으로 이용에 편안한 부분을 더 중요시한다. 

파리 시내 광장(사진=이을규)
파리 시내 광장(사진=이을규)
파리 시내 광장(사진=이을규)
파리 시내 광장(사진=이을규)

프랑스 파리에서 식사 후 겨울 따스한 햇볕을 쬐면 달콤한 휴식을 취하는 광장의 모습을 보며, 건축에서의 외부공간의 설계에 우리가 조금 더 노력을 기할 때 질 높고 실용적인 무료의 힐링공간이 우리 시민에게 주어진다는 생각을 가지면 우리들의 외부공간 설계에 대해서 우리는 좀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프로필] 이을규 교수 

•현 국립 한경대학교 건축학부 건축학전공 교수

•한양대 건축학과 졸업

•동경대 대학원 연구과 건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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