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의 시선으로 바라본 건축 올림픽

지난 4일 전 세계 건축인들의 시선이 서울로 향했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UIA 2017 서울세계건축대회’ 가 막을 올리며, 124개국, 3만여 명의 건축인이 참여하는 대규모 축제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건축을 전공하지 않은 본 기자도 설레는 마음으로 개회식을 찾았다. 과연 전세계 건축인들의 축제는 어떤 모습일까 호기심을 자극했다. 첫 인상은 복잡한 행사장을 찾기 어려운 불편함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어렵게 개회식이 열리고 있는 행사장을 찾으니 행사장은 이미 축제를 찾은 건축인들로 꽉 차 있었다. 국제적인 행사답게 외국인들의 참여가 크게 눈에 띄었고, 곳곳에는 영어 안내문들이 즐비했다. 국내 관람객들에 비해 대회를 찾은 외국인들이 즐겁게 축제를 즐기는 분위기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다만, 분명 서울에서 개최되는 행사임에도 한글 안내문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만약 사전에 등록을 하지 않고 찾은 관람객이라면 행사기간 동안 어떤 프로그램들이 준비되어 있는지 안내 또한 부족해 보였다. 건축인들을 위한 축제라고는 하지만, 건축을 사랑하는 일반 대중들에 대한 배려가 다소 아쉬웠다.

대회기간 동안 '도시의 혼(Soul of City)'이라는 주제 아래 학술대회와 전시, 대중강연, 공개토론회, 건축문화투어 등 총 55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특히나 강연 중심의 행사 진행으로 코엑스에서는 수준 높은 세계적 건축거장들의 강연을 접할 수 있었다. 그러나 본 기자처럼 건축을 배우지 않은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어려운 내용들로 구성되어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국제적 행사답게 대부분의 강연이 영어로 진행되었고, 동시통역기가 제공되었지만 다소 매끄럽지 않은 진행으로 인해 내용을 이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또한, 강연 내용에 대한 이해를 돕는 안내는 등록자들에게 제공되는 KIT의 복잡한 안내책자뿐이어서 더욱 아쉬움이 컸다. 세계적인 건축거장들의 한 번뿐인 강연에 대한 기대감이 컸지만 어려운 내용으로 인해 대다수의 건축인들을 포함한 일반 대중들에게는 다소 지루한 경험이 되었을 것이리라 짐작된다.

그렇다면 강연 이외의 프로그램은 어땠을까. 과연 어떤 작품들을 만날 수 있을까 기대감을 안고 찾은 전시장은 개회식 첫날부터 다소 준비가 덜 된 모습이었고, 대회기간 동안 매일 전시장을 찾았지만 크게 공감할 수 있는 컨텐츠를 찾지는 못했다. 특히, 전시내용에 대한 안내가 미흡하여 어떤 작품이 전시되고 있는지, 또 어떤 내용에 주목해야 하는지 이해하고 공감하기 힘들었다. 미술관을 가도 전시해설을 위한 도슨트 프로그램이 있는데, 이렇게 큰 규모의 전시에 친절한 정보제공이 없다는 게 놀라웠다. 또한, 서울에서 개최되는 대회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건축문화를 엿볼 수 있는 전시가 많지 않아서 더욱 아쉬움이 컸다. 분명, 전문 강연이 아닌 전시장만 찾는 일반 관람객들도 있을 텐데, 대중과의 소통을 위한 배려가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주요 강연이 열리는 코엑스 D홀 앞에서는 현장등록 및 투어예약 등의 안내부스가 마련되어 있었다. 그리고 외국인들을 위한 문화 이벤트가 진행되었다. 개회식이 열린 4일에는 가야금 연주와 전통다도 시연회가 열렸고, 대회기간 내내 전통차와 다과가 준비되어 서울대회를 찾은 외국인들과 관람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또한, 한국의 왕과 왕비가 되어 볼 수 있는 전통의복 체험은 외국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한국의 전통과 문화를 알릴 수 있는 중요한 기회임에도 문화 이벤트의 비중이 너무 작지 않았나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또한, 대회와 연계된 건축문화투어 부스도 볼 수 있었는데, 그 중요성에 비해 투어 프로그램에 대한 홍보가 충분히 이루어졌는지 되짚어 보았으면 좋겠다. UIA 2017 서울대회를 찾은 외국인들뿐 아니라 일반 대중들에게도 투어프로그램은 현장에서 보다 생생하게 우리 건축문화의 발전과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 되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본 기자도 조금만 더 미리 알았다면 가족과 함께 투어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도 의미 있는 경험이 되었을 것 같아 아쉬웠다.

이 외에도 어린이 건축한마당의 경우, 정보가 없어 미리 신청을 하지 못한 어린이들을 위해 현장에서도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가 함께 진행되었다면 어린이들과 함께 대회를 찾는 가족단위 관람객들에게 더 의미 있는 경험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았다.
화려한 폐회식을 끝으로 4일간의 대회 관람을 마치고 가장 크게 아쉬운 부분은 역시 소통과 공감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조금만 더 친절한 설명과 정보제공으로 일반 대중도 쉽게 즐길 수 있는 축제였다면 그들만의 축제가 아닌 우리의 축제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목소리를 내어본다.

건축은 우리의 삶이다. 어렵고 멀게만 보이지만 어떤 집에 살고 싶은지, 서울이 어떤 도시로 발전하기를 바라는지, 건축가가 아니라도 이미 우리는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다음이 있다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는 건축축제를 기다려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