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함께 하는 디자인'이라는 주제로 기조강연 열려

지난 4일부터 서울 코엑스에서  ‘UIA 2017 서울세계건축대회’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이날 5일에는 ‘역사와 함께하는 디자인’이라는 주제로 기조강연이 진행됐다. 리 시아오동 칭화대 건축대 교수, 서울시 초대 총괄건축가 승효상, 구마 켄고, 전봉희 서울대 교수가 강연자로 올랐다. 이날 강연은 동아시아의 현대 건축인들이 오랜 역사와 압도적인 전통의 잔재를 어떻게 인식할 것인지에 대해 담론을 여는 자리로 마련됐다. 승효상 외 초청된 건축가들은 ‘각자 자신의 디자인 실무 속에 역사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보여주었다.

 

 

리 시아오동 칭화대 건축대 교수가 첫 번째로 기조강연을 열었다. 칭화대 건축대를 졸업하고 네덜란드 델프트 공대, 아인트호벤 공대 연구원으로 활동한 그는 베이징 외곽에 위치한 ‘리위안 도서관(2012)’ 등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건축물로 세계적인 권위의 모리야마 RAIC 국제건축상(2014), 아가 칸 건축상(2010) 등을 받은 바 있다.

 

 

이날 강연에서도 리위안 도서관을 포함해 7개의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장소와 재료, 빛의 이해가 바탕이 된 소박하지만 힘 있는 건축물을 보여주었다. 그 중에서도 리위안 도서관은 콘크리트 대신 땔감용 나무로 외벽을 덮어 숲의 일부처럼 보인다. 천연 블라인드 역할을 하는 나뭇가지 틈으로 스며든 자연광 덕분에 아늑한 독서 환경이 조성된다. “농민 생활 수준 개선 등 정부 손길이 미처 닿지 않는 사회 문제까지 건축을 통해 해결하고 싶다”는 그의 바람대로 리위안 도서관은 설립 5년 만에 주말마다 500~600명의 관광객을 맞는 명소가 되었다. 지아오지에허 주민의 생활 형편도 관광 수입 덕분에 좋아졌다고 한다.

그는 이번 강연에서도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정체성이 필요하며 건축도 마찬가지이다. 좋은 건축은 정체성을 지녀야 한다’고 말하며 다시 한 번 건축의 정체성을 강조했다. 이처럼 지역과 자연의 이해를 바탕으로 한 그의 건축철학은 건설ㆍ개발에서 재생ㆍ보존으로 구심점을 옮겨 가고 있는 한국 건축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리 시아오동의 강연에 이어 서울시 초대 총괄건축가 승효상의 강연이 이어졌다. 건축계뿐만 아니라 문화예술 분야에서 국내외를 넘나들며 폭넓게 활동하고 있으며, '빈자의 미학' 건축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건축을 문화로 사유하고 채움보다는 비움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축 철학으로 유명하다. 유홍준 교수의 자택 '수졸당'(1993)을 비롯해 '고(故) 노무현 대통령 묘역'(2009), 미술관 건축의 백미로 손꼽히는 경주 '솔거미술관'(2015) 등은 그의 건축 철학이 반영된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이번 강연에서는 DMZ 프로젝트, 천개의 바람 프로젝트,  '고(故) 노무현 대통령 묘역'(2009), 명례성당 등의 작품들을 소개하고, 역사와 함께 도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야기했다. 특히, 건축을 통해서 시간을 초월하는 기억, 추억을 만들 수 있다며 건축이 기여하는 바를 시사했다. 또한, 서울의 달동네 백사마을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도시의 재생에 대한 그의 철학을 엿볼 수 있었다. 그는 유네스코에서 정한 4가지 규칙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첫 번째 골목길을 보존한다. 두 번째, 각각의 집이 가지고 있는 형태를 보존한다. 세 번째, 터 즉, 지형을 보존한다. 네 번째, 주민들의 삶의 양식을 보존한다. 이 4가지 규칙 안에서 프로젝트가 진행될 것이며 앞으로 개발이 아닌 재생의 관점에서 도시가 발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은 놀라운 경제발전을 통해 세계 6대 도시가 되었지만 안타깝게도 서울 시민들의 삶의 질은 높지 않으며, 그것은 불균형적인 발전, 무계획적 확장 중심의 건설 때문이다. 2014년부터 서울의 리드 건축가로 활동하고 있는 승효상 건축가는 강연 마지막에는 도시개발의 네 가지 새로운 키워드를 제시했다. ‘재개발이 아닌 도시재생’, ‘랜드마크 보다는 도시연결’, ‘마스터플랜이 아니라 도시침술’, ‘완성 보다 생성’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이야기 했다.

 

‘도시의 혼’이라는 큰 주제 아래 진행된 이번 강연은 앞으로 도시가 가지고 있는 역사와 함께 어떻게 발전해가야 하는가 즉,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계획하는 가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초청된 건축가들마다 역사에 대한 독특한 시각을 보여주었지만 차이점들 가운데 중요한 유사점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오늘날 우리 도시가 어떻게 역사를 품고 나아가야 할 것인가 공동의 방향성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강연이 되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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