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P수립과 실행– 건축사사무소에서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것들

우석대학교건축·인테리어디자인학과 은민균 교수

1. 건축사 사무소 BCP. 왜? 지금?

지난 네 차례에 걸쳐, 건축설계사무소를 위한 비즈니스 연속성 계획(BCP: Business Continuity Plan)의 필요성과 접근 방법을 살펴보았다. 1회에서는 팬데믹, 기후 재난, 경제 불안정, 법제도 변화, 핵심 인력 이탈 등 다양한 외부 리스크에 노출된 건축사사무소의 현실을 조명하며, BCP가 더 이상 대기업만의 선택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2회에서는 리스크 식별, 업무 영향도 분석(BIA), 대응 전략 수립, 복구 프로세스 등 BCP의 기본 틀을 제시했고, 3회에서는 개별 프로젝트 차원에서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실질적인 실행 전략, 즉 데이터 이중화, 역할 분장, 협력사 대안 확보, 복구 시나리오 작성 등의 방법을 구체적으로 다루었다. 4회에서는 디지털 기술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BCP 실행 방식에 초점을 맞추어, BIM 기반 설계의 클라우드 백업, 원격 협업 툴, AI 설계 보조 도구 등을 소개하며 BCP의 실행력을 높이는 기술 기반을 제시하였다.

이제 다섯 번째 회차에서는 위에서 살펴본 BCP 구성 요소들을 실제 사무소 환경에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그리고 지금 당장 무엇부터 시작할 수 있을지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완성된 계획이 없더라도, “긴급 연락망 최신화”, “PM 부재 시 인수체계 점검”, “설계자료 클라우드 백업 확인”과 같은 작은 실천만으로도 BCP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지금 우리는 재난이 아닌 ‘준비할 수 있는 평상시’에 있다. 이 시기를 활용해 실천가능한 항목부터 점검하고 실행함으로써,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예기치 못한 위기 상황에서도 사무소가 멈추지 않고 지속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BCP는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조직의 기본 전략이다.

2. 중소 건축사 사무소를 위한 BCP실행 4단계 프레임워크

앞의 내용을 바탕으로 건축사사무소에서 BCP계획을 수립하려면, 실행 가능한 다음과 같은 4단계 계획의 내용을 정리하면 된다. 즉 중소 사무소의 경우 BCP수립은 복잡한 프로세스의 계획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아래의 내용을 따라 BCP를 수립하도록 해 봅시다.

1) 핵심 업무 및 리스크 식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이 중단되면 가장 큰 손해를 입는가’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프로젝트별 주요 업무를 식별하고, 각 업무가 중단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영향도를 분석한다 (BIA: Business Impact Analysis). 예를 들어 실시설계가 중단될 경우 납기 지연과 함께 계약 해지가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복구우선순위를 정하고, 우선 관리할 리스크 항목을 도출한다.

리스크는 외부적 요인(지진, 화재, 감염병)과 내부요인(PM 부재, 설계자료 유실, 서버 장애)으로 나뉜다. 이중 에서도 자주 발생하는 리스크부터 관리체계를 세워야 한다

2) 대응 및 복구전략 수립

리스크가 식별되면 이에 대응하기 위한 실질적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예를 들어 BIM 도면은 로컬 서버와 클라우드에 동시에 백업하도록 설정하거나, 주요 프로젝트에는 2인 1조 체계를 구축하여 인수인계가 가능하도록 만든다. 협력 업체의 부재나 일정 지연에 대비해, 예비 협력사 목록을 작성하고 업무 연속 협약서를 체결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이 때 모든 복구전략은 ‘RTO(복구목표시간)’를 기준으로 한다. 예를 들어 PM이 부재한 경우, 24시간 이내에 대체 인력을 지정하고 고객과 연락을 유지하는 계획이 필요하다.

3) 위기 대응 시나리오 점검

이제 복구전략이 실제로 작동하는지를 확인할 단계다. 이를 위해 예상 위기 유형별로 ‘복구 시나리오’를 문서화한다. 예를 들어 도면 유실, 프로젝트 리더 부재, 협력사 일정 변경 등의 상황에서 누가 어떤 순서로 어떤 자원을 활용해 복구할 것인지 계획을 세운다.

이 시나리오는 구두가 아니라 반드시 문서로 작성되어야 하며, 분기별로 점검하고 갱신해야 한다. 시나리오 작성 시에는 다음 항목이 포함되어야 한다.

-복구목표시간(RTO)
-책임자와 대체자 지정
-활용할 자원 및 도구
-클라이언 트커뮤니케이션 절차

4) 지속적인 점검과 갱신

BCP는 ‘한번 수립하면 끝나는 계획’이 아니라, ‘살아있는 문서’다. 조직은 계속 변화하고, 인 력도 바뀌며,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되기 때문에 정기적인 점검이 필수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주기별 점검체계를 권장한다.

-매월: 클라우드 백업 상태, 비상 연락망 최신화
-분기별: 복구시나리오 테스트, 역할 분장표 확인
-반기별: 전체 BCP 문서업데이트, 인수 인계 체계 검토

3. 중소 건축사 사무소를 위한 실천형 BCP 수립 양식(간이 버전)

BCP수립 양식을 간단히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이 양식을 사무소의 상황에 따라 활용하면 된다.

1) 사무소 기본정보
                        -사무소명: 
                        -대표 건축사:
                        -직원수: ______명
                        -연락처:
                        -주요 프로젝트 분야:

2) 핵심업무 및 리스크 식별

① 핵심업무목록:
                        - 기본설계/ 실시설계/ 인허가 대응/ 현장설계협의 등 사무실 업무 목록

② 주요리스크:
                        - PM 부재/ 설계도면 유실/ 납기 지연/ 서버 오류/ 협력사 일정 차질

3) 복구 우선 순위 및 RTO 설정(예)

 4) 대체인력 및 역할분장 (예)

5) 자료백업및보안관리(예)

6) 비상연락망
                        -성명/ 역할/ 연락처

7) 협력사 업무연속성 협약
                        - 협력사 명: 
                        - 주요 업무: 
                        - 비상시 대응 방안: 

8) 복구 시나리오 요약
                        ① 도면 유실시: 클라우드복원→ 최종 도면 기준 재작업
                        ② PM 부재시: 부PM이 인수 인계 문서 기반 업무수행
                        ③ 협력사 지연시: 예비 협력사 A사로 견적전환

9) 최근 점검 및 훈련내역
                        - 클라우드점검일:                          / 점검자
                        - 복구시나리오테스트: (날짜)                / 참여자

4. 결론 : 지금 당장, 작게 시작하라

건축사사무소에 있어 비즈니스 연속성 계획(BCP: Business Continuity Plan)은 단지 재난이나 비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일회성 계획이 아니다. 그것은 설계 품질의 일관성, 고객 신뢰의 유지, 업무 인프라의 안정성이라는 조직 운영의 핵심 가치를 구조화된 방식으로 보호하고 강화하는 전략적 경영 수단이다. 특히 소규모 설계사무소의 경우, 단일 사고—예컨대 PM의 갑작스러운 부재, 설계 자료의 손실, 외주 협력사의 일정 차질 등—가 전체 프로젝트의 중단으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에, 사전적 준비 여부는 조직의 존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

BCP는 완성된 계획서나 거창한 시스템으로 시작되지 않는다. 긴급 연락망의 최신화, 클라우드 백업 경로의 점검, 핵심 업무의 복구 시나리오 초안 작성 등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작은 조치들에서 출발한다. 이러한 단위 실천은 위기 상황에서 작동하는 실질적 대응 체계로 축적되며, 조직 내 업무 연속성 문화를 형성하는 데 기여한다.

또한, BCP는 고정된 매뉴얼이 아닌, 지속적으로 진화해야 하는 실천 시스템이다. 기술 환경, 인력 구성, 프로젝트 유형의 변화에 따라 BCP 역시 정기적으로 갱신되어야 하며, 특히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건축 설계 환경에서는 클라우드 기반 설계, 원격 협업, 데이터 보안 시스템 등 디지털 요소와 연계된 대응 체계가 핵심적이다. 복구 목표시간(RTO)과 역할 분장, 클라이언트 대응 프로토콜 등을 내재화한 위기 대응 시나리오를 정기적으로 점검·훈련하는 루틴은 설계 조직의 회복탄력성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킨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직 리더십의 실행 의지와 구성원의 참여다. 대표 건축사나 PM 등 핵심 리더는 연속성 전략을 단지 기술적 절차로서가 아니라, 조직의 생존 전략으로서 인식하고 이를 실천 가능한 조직문화로 정착시켜야 한다. 이를 통해 BCP는 문서로서 존재하는 계획을 넘어, 업무와 의사결정, 협업 방식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전략적 운영 체계로 기능할 수 있다.

설계의 품질은 결과물만이 아니라, 그 결과물이 지속적으로 제공될 수 있는 체계와 환경에서 비롯된다. 지속가능한 건축 설계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위기에 강한 조직 인프라를 구축하고, 이를 일상 속에서 점검하고 훈련하는 체계를 수립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의 작은 실행이, 향후 위기 상황에서 조직을 멈추지 않게 하는 유일한 조건이다.

BCP는 결국, 설계를 멈추지 않게 하는 설계 전략이다.

은민균 교수

ㆍ現 우석대 건축·인테리어디자인학과 교수

ㆍ고려대 박사, 건축사
ㆍ기업재난관리자 (행안부)
ㆍ행안부 재난관리기관 평가위원
ㆍ충청북도 재난관리평가위원장
ㆍ건축학회 건축사시험제도개선 위원장

ㆍmkeun@woos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