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정 건축사
김재정 건축사

15년 동안 한 회사를 다니며 다양한 실무를 접해 보았다. 큰아이가 초등학교를 들어갈 무렵 시간에 대한 자유로움이 필요하게 되었고 우연한 기회가 찾아와 안양이라는 낯선 도시에서 개업하게 되었다. 당시에 서울에서 개업하던 친구들은 굳이 협회 가입을 하지는 않던 추세였지만, 주변에 도움을 주시던 분들이 일단 협회는 가입하고 시작하라는 조언들을 많이 해 주셔서 개업과 동시에 별생각 없이 건축사협회를 가입하였다.

직장생활과 다를 줄 알았던 개업 건축사의 생활은 집에 오나 회사에 있으나 계속 일에 매여 있게 되어 오히려 근무시간은 더 늘어나고 집과 회사의 거리가 멀어 더욱 시간에 쫓기는 생활이 반복되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회사일 외의 외부 활동에는 참여하기가 힘들었다.

사무실이 조금씩 안정되면서 미뤄뒀던 대학원도 마치고 사업영역도 넓혀 나갔으며, 결정적으로 서울에서 출퇴근하던 것을 사무실과 가까운 곳으로 집을 이사하면서 조금씩 외부 활동을 할 시간이 나기 시작했다. 아니 시간이 났다기 보다는 시간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먼저 활동하기 시작한 것은 한국건축가협회였다. 한국건축가협회는 문화체육부 소관의 예술인 단체로서 문화예술를 통한 사회공익에 이바지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경기건축가회는 매년 시민건축대학, 건축대전 등 일련의 활동을 통해 건축을 일반인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꿈다락건축학교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좀 더 직접적으로 아이들에게 건축교육을 하는 등 활발하게 건축문화발전을 위해서 노력해 왔다.

이렇게 경기건축가회에서 사무국장을 맞게 되는 계기로 사무실에서의 일을 벗어나 사회활동을 통해 봉사하는 것이 우리 건축계를 위해 필요한 일이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면서 알게 되고 느끼게 되는 다양한 경험들이 나의 건축을 더욱 깊이 있게 해 준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던 중 2018년 안양지역건축사회에서 안양시와 함께 건축문화제라는 행사를 처음으로 하게 되었고 큰 행사인 만큼 여러 파트를 나누어서 맡아줄 사람들을 모집하게 되었다. 자원한 것은 아니지만 어린이그리기대회를 맡아달라는 부탁에 경기건축가회에서 해왔던 활동들을 잘 녹여내면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흔쾌히 함께 하기로 하였다. 역할에 대한 자신감도 있었지만 그간 건축사협회에 가지고 있었던 선입견을 깨는 계기가 되어 죄송한 마음으로 수락을 하게 된 것이다.

당시에 큰일을 벌이신 안양지역건축사회 김기두 회장님의 모습은 정말 건축에 대한 열정과 건축문화를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고 이를 통해 건축사의 위상과 권익을 높이고자 하는 열정이 대단하셨다. 아무 경험 없이 어떻게 보면 무모한 도전으로 시작된 제1회 안양건축문화제는 폭풍우 속에서 건축사들이 우비를 입고 책상과 의자를 나르며 봉사한 덕에 성공리에 막을 내리게 되었고 작년에 치뤘던 제4회 안양건축문화제는 누적관람객 수 5,000명이라는 기록을 달성하며 시민들에게 정말 사랑받는 행사가 되고 있다.

직접 협회 활동에 참여하기 이전에는 건축사협회를 직능단체로써의 이익집단으로만 여겼던 생각은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많은 건축사들 덕에 완전히 깨지게 되었고, 이러한 개개인의 봉사가 모여 사회적 의미를 갖게 되고 내가 속해 있는 단체가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고 내가 좋아하는 일의 가치를 더 높일 수 있게 된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 다음해에는 안양지역건축사회의 실무임원진인 홍보이사를 하게 되었고, 부회장직을 거쳐 현재는 회장으로 활동 하고 있다. 8년 전에 협회의 울타리에 한쪽 발만 걸쳐 놓고 있던 모습과 비하면 격세지감을 많이 느끼게 된다. 전임 회장님에게 협회를 위해 100% 봉사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면 회장에 도전해 보겠노라고 했던 말이 어느덧 가슴에서 자라게 되어 그 역할을 맡게 되었고, 이제는 마무리 할 시점에 와 있다. 성공적인지는 모르겠지만 열심히 재미있게 활동한 시간이었다.

내가 정말 천직으로 생각하고 사랑하는 건축일은 잠시 소홀해졌을지 모르지만, 어쩌면 내가 잊고 있었던 아니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던 책임감과 새로운 보람을 협회 활동을 통한 사회적 역할을 해 나가면서 찾게 된 것이다.

흔히들 협회에 가입하라고 하거나 협회에 나와 활동하라고 하면 협회가 무엇을 해주는데 라고 묻는다. 예전에는 “협회에서는 이러한 것들을 합니다”라고 상세히 설명을 하곤 했다. 하지만 요즘은 누가 이러한 이야기를 하면 “협회에 나오셔서 건축문화 발전을 위해 봉사해 주세요. 협회는 당신의 역량을 펼칠 기회를 제공해 드립니다”라고 한다.

여전히 새로운 집을 지을 땅을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설렌다. 이러한 두근거림을 아마 많은 건축사들도 마찬가지로 느끼고 있을 것이다. 아름다운 건축문화가 저변에 확대되고 건축사들의 위상이 높아질 때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한 자긍심과 보람 또한 더욱 높아질 것이다.

이러한 문화적 바탕을 만들고 우리의 권익을 지켜주는 곳이 바로 건축사협회이다. 막상 협회 업무를 해 보니 정말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작은 일 하나라도 결실을 맞으려면 회장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함께 도와야 하는 일이다.

보다 많은 능력 있는 분들이 협회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분야에서 함께 활동을 해 주셔야 우리의 가슴 뛰는 일을 오랫동안 행복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협회를 보는 시선을 좀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스스로의 소속감과 역할을 찾기를 바라며, 그러한 활동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도 갖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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