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한 건축설계공모를 위한 작은 실천

이경구 건축사
이경구 건축사

2023년부터 건축관련 경기가 나빠지면서 많은 건축사 회원들이 민간발주사업에서 공공발주사업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건축사 회원 간의 경쟁이 시간이 갈수록 치열해 지고 있다는 것은 설계공모를 해 본 회원이라면 직·간접적으로 느끼고 있을 것이다.

대한건축사협회에는 여러 분과 위원회가 있다. 그 중에 “공정 건축설계공모 추진위원회”라는 분과가 있다는 것을 아는 회원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필자는 2024년에 공정 건축설계공모 추진위원회에서 기존에 주축 위원들과 같이 처음 1년 정도 같이 활동을 하게되었다. 4, 5년 전까지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면서 국내 공공주택 설계공모와 현상설계안을 만들어주는 디자인 용역을 경험했던 터라 설계공모의 현실과 부정적인 면을 조금은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위원회에서 공정설계공모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습을 처음 접했을 때,  ‘이렇게 한다고 뭐가 바뀌겠어?’라는 반신반의하는 부정적인 마음이 없진 않았다. 현재 설계비 1억 원 이상의 공공건축은 설계공모로 발주되고 있다. 위원회의 자료를 잠시 인용하면,

- 현재 설계비 1억 원 이상 공공건축 설계공모의 시장은 평균적으로 연간 110개 이상의 공모전에 설계비용도 8,000억 원에 달하며 한 공모당 응모하는 건축사사무소는 100팀 정도에 제출은 15-30개팀정도의 비율로 행해지고 있다.(자료: 스코어러, 마실와이드, 파주시, 서울시 등/ 작성자: 공정건축설계공모 추진위워회 우대성 건축사)

대한민국 민간부분을 포함함 건축서비스 산업 전체가 약 20조. 2022년 기준으로 보면 공공설계공모 0.8조원은 큰 의미없는 숫자로 보인다. 그러나 그 작은 숫자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행태를 분석하면 불공정함에 대해 알게될 것이다. 이와 관련된 데이터와 분석에 대한 엄청난 진실은 단순히 약간 불투명하고 불공정함을 넘어 놀랄만한 내용으로 조만간 뉴스로 접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지?
이를 거꾸로 말하면 온 마을이 무심하면 한 아이를 망칠 수 있단 뜻도 돼.”

위 대사는 “소년심판”이라는 소년범죄 관련 법정 드라마에 나오는 대사의 한 구절이다. 이 장면을 보면서 내가 알고 있는 건축설계공모라는 아이가 그 아이일 수 있겠다고 생각하였다.

2024년 2월26일 대한건축사협회 법제관리팀에서에서 16,685명 대한건축사협회 정회원 대한 민국 건축사를 대상으로 한 설계공모에관련하여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그 결과 내용 중 설계공모를 참여하지 않는 이유에 대하여 ‘설계공모의 불공정성’이라는 답변이 74.6%나 되었다. 그리고 설계공모에 참여한 응답자 중 94%가 불공정함을 느낀다고 답을 하였다. 이 결과로 보아 설계공모를 참여 여부를 막론하고 대한민국의 건축사들은 대부분이 설계공모에 대하여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출처: 2024_공정 건축설계공모 추진위원회)
(출처: 2024_공정 건축설계공모 추진위원회)

‘한 마을에 어떤 아이가 문제라더라’라는 말로 그 아이를 알지도 못한 나머지 사람들이 ‘맞아, 그 아이가 문제야’라고 의심없이 단정해서도 안되지만 진실로 그렇다면 제대로 된 마을이라면 주변에 있는 어른들이 그 아이가 문제 어른이 되기 전에 바르게 개선될 수 있도록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이 지면에서 필자는 설계공모의 불공정성에 대해 심증은 있으나 사건을 낱낱이 드러내고 증거를 제시할 수도 없으며 이해 당사자가 아니라서 그럴 권한도 없다. 하지만 현재 사무소를 하기 전 과거에 필자도 불공정한 설계공모의 경험이 있었음을 고백한다. 그리고 더 나은 건축문화발전을 위한 통찰과 건축 전문인로서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보다 현찰에 대한 욕심이 넘쳐나는 설계공모의 현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씁쓸함을 넘어 당연함과 무관심으로 중독되어 가는 상황이 매우 걱정이 된다. 이런 상황에 대한 심각성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기관에서 제도를 개선하고 심사위원의 자질을 검증하며 손을 놓지 않고 부단히 노력을 하고있다. 대한건축사협회도 예외는 없다. 2024년 대한건축사협회를 중심으로 한국건축가협회, 대한건축학회, 새건축사협의회, 여성건축가협회 5단체가 공정설계공모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시작으로 사전접촉 금지 서약 및 설계공모 지침 개정안 작업을 위원회를 중심으로 추진했다.

(출처: 건축사신문, 2024.10.10)
(출처: 건축사신문, 2024.10.10)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설계공모 제도에 가장 가까이에 있는 건축사들의 관심이다. 설계공모에 참여 여부를 떠나 무관심하게 방관자로 지나치지 말자는 것이다. 다시 한번 상기한다. “온 마을이 무심하면 한 아이를 망칠 수 있다.”

설계공모제도를 많이 경험한 나는 불공정이 끊이지 않는 여러 이유 중 건축사들이 불공정을 끊지 못하는 이유는 나만 순진하게 손해를 볼 것만 같아서이다. 결국 설계공모라는 판에서 서로에게 들이대고 있는 총을 다 같이 땅에 내려놓는 수밖에는 없다. 필자도 여전히 가까이에서 벌어지는 불공정을 경험하면서 나에게는 총알이 없음을 다행이라고 여기기 보다는 아직도 내가 총알이 없는 것에 아쉬워하는 것이 솔직한 마음이다.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것은 모두가 안다. 그리고 그 담배포장에는 지나친 흡연에 대한 경고문구가 인쇄되어 있다. 우리 모두 그래도 흡연을 할 사람은 다 할 거라고 예상한다. 그렇다고 흡연에 대한 경각심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 내가 흡연하지 않으니까 나랑 상관없다 라는 식은 안 된다. 안 될거라 생각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고 말씀드리고 싶다.

(출처 : 대한건축사협회)
(출처 : 대한건축사협회)

2025년 1월 건축사신문에 게제된 공정설계공모를 위한 캠페인에 동참한 건축사와 관련교수들의 명단이다. 2024년 가을부터 시작된 이 캠페인은 대한건축사협회 정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하고 있으며 현재는 3,600명 정도의 사람들이 이 캠페인에 동참하여 서명하였다. 여기에 자신의 이름이 없다면 불공정한 설계공모를 당연히 여기는 사람이거나 설계공모라는 아이를 문제어른이 되도록 무관심하게 방치하는 어른일 수도 있다. 이런 일이 무엇을 바꿀 수 있느냐고 반문하지 말고 내 자식이 내 후배가 경험하게 될 미래의 대한민국 공공건축설계가 공정하게 되기를 기원하고 노력해야한다. 그런 의미에서 아래의 QR코드를 스캔해 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16,000여 명 대한건축사협회 양심적인 정회원의 이름이 다 게재되는 날에는 변화가 반드시 생길 것을 나는 확신한다.

(출처 : 대한건축사협회)
(출처 : 대한건축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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