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설계를 위한 비즈니스 연속성 계획(BCP) - "건축사도 BCP를 알아야 하는가?"
① 건축설계사무소를 위한 BCP - 글로벌 트렌드와 소규모 건축사사무소의 지속 가능성 전략
② 건축사무소를 위한 BCP 수립 - 위험을 예측하고 대응 전략을 세운다
③ 건축설계 프로젝트의 연속성을 보장하는 BCP 실행 전략
④ 디지털 전환과 건축설계 BCP – 스마트 기술로 위기에 대비한다
⑤ BCP 수립과 실행 – 건축사무소에서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것들
건축설계사무소를 위한 BCP
글로벌 트렌드와 소규모 건축사사무소의 지속 가능성 전략
우석대학교 건축·인테리어디자인학과 은민균 교수
1. 서론: 현대 기업의 생존 전략으로서의 BCP(Business Continuity Plan)
과거에는 기업이 도산하는 주요 원인이 경영 실패나 경쟁에서의 패배였다. 그러나 오늘날 기업 운영의 가장 큰 위협은 예측할 수 없는 외부 요인에서 비롯된다. 금융 위기, 기후 변화, 팬데믹, 공급망 붕괴 등과 같은 외부 환경의 변화는 기업의 존속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예를 들어, 2023년 실리콘밸리 은행(SVB)의 파산 이후 수많은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연쇄적으로 타격을 입었다. 2021년 독일과 벨기에에서 발생한 홍수와 2022년 허리케인 이안으로 인해 수백 개의 기업이 폐업했으며, 브렉시트 이후 영국 건설업계는 EU 노동자 부족으로 프로젝트 지연을 겪었다. 또한, 팬데믹 이후 철강·목재·반도체 가격이 급등하면서 많은 건설 프로젝트가 차질을 빚었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단순한 위기 대응을 넘어 사전 예방적인 연속성 계획(BCP, Business Continuity Plan)이 필요하다. BCP는 위기 발생 시 기업이 신속하게 대응하고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돕는 전략적 시스템이다. 이는 단순한 재난 복구 계획을 넘어 조직의 생존력과 회복 탄력성을 높이는 중요한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2. BCP 기본개념과 필요성
1) 국제 표준과 BCP의 중요성
BCP의 중요성은 국제적으로도 인식되고 있으며, ISO 22301과 같은 표준이 이를 체계적으로 구축할 수 있도록 가이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재해경감을 위한 기업의 자율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약칭 : 기업재해경감법)이 제정되었고, BCP구축을 위한 기업재난관리표준을 공표하였다. 그리고 BCP적용 대상의 여러 분야 중 금융부분에서 금융감독원이 2006년부터 BCP모범규준으로 정리하여 산하 금융기관들이 BCP를 수립하도록 지도하여왔다.
특히, 9·11 테러 이후 글로벌 기업들은 BCP를 적극 도입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모건 스탠리를 들 수 있다. 이 기업은 사전 훈련과 대체 사무실 확보 덕분에 직원 대부분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었으며, 업무 중단 없이 영업을 지속했다. 반면, BCP를 준비하지 않은 기업들은 데이터와 인력을 모두 잃고 파산하거나 정상화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건축사사무소 역시 다양한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다. 자연재해, 법규 변경, 핵심 인력 유실 등의 위험은 중소규모 사무소의 존속을 위협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리스크를 사전에 대비하는 BCP의 도입이 필수적이다.
2) 소규모 건축사사무소가 겪는 현실과 리스크
대부분의 건축사사무소는 직원 10명 이하의 소규모 조직으로 운영되고 있다. 소규모 사무소는 대형 사무소보다 자본력이 부족하고, 위기 대응 여력이 상대적으로 낮아 외부 충격에 더욱 취약하다. 소규모 건축사사무소가 직면하는 대표적인 리스크를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대표 건축사의 건강 문제 또는 주요 인력 이탈 시 업무 마비/자연재해 발생 시 사무실 및 설계 데이터 손실 가능성/건축법 개정이나 행정 변화로 인한 프로젝트 중단 위험/경기 불황으로 인한 프로젝트 해지 및 현금흐름 차질 등이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 대비하지 않는다면, 사무소는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나 환경 변화 앞에서 심각한 경영난을 겪을 수 있다. 하지만 BCP를 도입하면 업무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으며, 조직의 생존력이 강화되고, 위기 발생 시 빠르게 정상화할 수 있는 회복 탄력성(Resilience)을 확보할 수 있다.
3. BCP 도입 사례 – 미국과 일본의 소규모 건축사사무소를 중심으로
BCP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형태로 적용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일본의 소규모 건축사사무소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있다.
1) 미국 – 허리케인 대응 및 IT 기술 활용 사례
미국의 EskewDumezRipple 건축사무소(직원 15명)는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해 사무실이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이들은 사전에 BCP를 구축한 덕분에 다음과 같은 조치를 신속하게 실행할 수 있었다.
ㆍ클라우드 기반 설계 데이터 활용 → 원격으로 프로젝트를 지속할 수 있었음.
ㆍ임시 사무공간 신속 확보 → 업무 중단 없이 프로젝트 진행 가능.
ㆍ재해 이후 복구 프로젝트 수주 → 오히려 새로운 기회를 창출.
2) 일본 – 지진 대응 및 데이터 백업 사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의 건축사사무소들은 BCP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BIM과 클라우드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여 설계 데이터를 보호하기 시작했다. 일본건축가협회(JIA)는 소규모 사무소를 위한 BCP 가이드라인을 제공하여, 재난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4. 소규모 건축사사무소를 위한 실천 가능한 BCP 전략
소규모 건축사사무소도 BCP를 어렵지 않게 도입할 수 있다. 비용과 리소스를 최소화하면서 효과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전략을 예로 들면 다음과 같다.
ㆍ설계 데이터 보호 및 클라우드 활용 → Google Drive, Dropbox 등 저비용 솔루션 활용
ㆍ긴급 시 프로젝트 지속을 위한 원격 근무 체계 구축 → Zoom, MS Teams 도입
ㆍ핵심 인력 부재 대비 업무 분배 및 협력업체 확보 → 프로젝트별 역할 정리 및 외부 파트너 구축
이러한 조치들을 통해 소규모 사무소도 예측할 수 없는 위기 속에서도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를 구체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개별 사무소의 핵심업무에 대한 분석과 사무실만의 리스크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 이후 각 사무소의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사무소의 대표건축사, 직원, 업무환경, 수주 경향 등 다양한 요소가 있기에 모든 사무소에 획일적으로 BCP를 제공하는 것은 불가하다.
결론: BCP는 소규모 건축사사무소의 생존 전략이다
오늘날 기업은 점점 더 복잡하고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 운영되고 있다. 건축사사무소 역시 기후 변화, 경기 불황, 법규 변경, 핵심 인력 이탈 등 다양한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 건축사는 공간을 창조하는 예술의 영역을 포함하지만, 사업체의 대표로 경영자이기도하기에 사무소가 지속적으로 운영이 될 수 있도록 이러한 위기에 대비하고 적절한 전략을 수립해야만 한다.
소규모 건축사사무소는 대형 사무소보다 자원이 제한적이지만, BCP를 통해 최소한의 비용과 노력으로 리스크를 관리하고 생존력을 키울 수 있다. 클라우드 기술을 활용한 데이터 보호, 원격 근무 시스템 구축, 핵심 인력 부재 대비 전략 등은 실현 가능한 해결책의 하나가 될 수 있다.
다음 회차에서는 “건축사사무소를 위한 BCP 수립 : 위험을 예측하고 대응 전략을 세운다” 라는 주제로 리스크 식별, 평가 방법, 대응 전략 수립 등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소개할 예정이다. 지금부터라도 BCP를 도입하여 소규모 건축사사무소도 예측할 수 없는 위기에 대비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은민균 교수
ㆍ現 우석대 건축·인테리어디자인학과 교수
ㆍ고려대 박사, 건축사
ㆍ기업재난관리자 (행안부)
ㆍ행안부 재난관리기관 평가위원
ㆍ충청북도 재난관리평가위원장
ㆍ건축학회 건축사시험제도개선 위원장
ㆍmkeun@woosuk.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