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영 건축사((주)한돌건축사사무소)
최인영 건축사((주)한돌건축사사무소)

2024년이 저물어가는 지금, 올해를 돌아보면 가장 많이 언급된 화두 중 하나가 단연 ‘AI’가 아닐까 싶다. 물론 AI는 새로운 기술은 아니지만, 올해는 그 활용도가 한층 더 보편화되고 실생활에 깊이 스며든 느낌이다.

필자 역시 AI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며 공부를 하고 있는데, 사용해 볼수록 그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여러 프로그램 실무에서도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 특히 유료로 사용하는 5~6개의 프로그램은 업무 효율을 크게 높여주고 있다고 생각된다.

처음 AI를 접했을 때만 해도 솔직히 “별거 아니네”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사용법을 익히고 본업에 적용하면서는 “이런 것도 되네?”, “다른 건 안 되나?”를 계속해서 되뇌게 됐다. 

한동안은 AI가 인간의 일을 대체할 것이라는, 건축사로서의 미래비전도 이제는 끝이구나 싶은 막연한 두려움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오히려 AI는 우리같이 전문지식이 있는 사람이 활용할수록 더 유용한 도구라는 확신이 든다.

AI를 활용하면서 가장 큰 변화는 단순반복 업무가 놀라울 정도로 간편해졌다는 점이다. PPT 작성, 엑셀 , 문서 작업 같은 작업들이 빠르고 쉽게 처리되니 이전보다 설계 작업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게 되었다. 직원들 역시 반복적인 업무에서 벗어나 창의적 작업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AI 기반 설계 도구도 마찬가지다. 대지 조건에 따라 적합한 건축 형태를 제안하거나 환경 분석을 통해 지속가능한 설계를 지원하는 기술이 이제는 실무에서도 흔히 쓰이고 있다. 예전에는 여러 자료를 뒤지고 시간을 들여야 했던 법규 검토나 사업성 분석도 이제는 몇 번의 클릭으로 해결된다. 이는 예전 <건축사뉴스>에서도 관련 프로그램을 소개한 적이 있다.

AI를 활용하면서 기본 적인 업무에는 많이 활용을 하게 되었지만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반복 업무와 기본적인 업무에 들이는 시간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덕분에 건축사의 역할이 더욱 창의적인 영역에 집중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고 있다.

그렇다고 AI가 모든 걸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다. 건축이란 단순히 기술적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을 담는 창의적이고 감성적인 작업이다. AI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효율적인 솔루션을 제안할 수 있지만, 문화적 맥락이나 사용자 경험, 그리고 미적 가치를 완벽히 구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결국, 이러한 부분은 인간, 특히 건축사의 고유한 감각과 판단이 필요한 영역이라는 것이다. 필자는 AI 시대의 건축사는 단순히 설계자가 아니라 기술과 인간성을 조화롭게 융합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술이 반복적인 작업을 맡아주는 시대일수록 건축사는 인간적인 가치를 탐구하고, 공간의 심리적, 문화적 요구를 반영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AI는 분명 건축사의 업무 방식을 변화시키고 효율성을 높여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건축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건축은 단순히 건물을 짓는 작업이 아니라, 인간의 삶을 담아내는 공간을 창조하는 일이다. AI는 그 과정에서 건축사가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도구일 뿐 인 것이다. 

변화의 시대를 맞이한 건축사로서, AI를 적극적으로 배우고 활용하며 인간적인 가치를 담아낸 공간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한다면 건축사의 역할은 앞으로 더 중요해지고, 그 범위는 더욱 확장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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