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영 건축사(건축사사무소 미고)

연일 내리쬐는 햇살에 여름이 이렇게나 길었나 싶은 날들이 계속 된다.

온열질환 유의하라는 안전문자가 계속 올 때면 행여나 현장에서 안전사고라도 생기면 어쩌나 싶기도 하고 올 해 유난히 예측할 수 없었던 비소식과 뒤이어 찾아온 무서운 더위에 작업자들 안위에 더해 혹여 전체 공기가 지연되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요즘 들어 건축사의 업무에서 중요해지고 있는 부분은 무엇일까라는 물음에 건축물의 디자인 뿐 아니라 전체 사업을 아우르는 총괄로서의 역할이 더욱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닿게 된다.

어떠한 건축 사업을 기획하고 설계하고 공사를 이어나가 준공을 하고 그 건축물이 최종 사용될 때까지 critical path는 무엇일까? 좀 더 세부적으로 건축설계를 진행함에 있어 가장 시간을 많이 배분해야하는 공정은 무엇일까?

건축설계 단계의 여러 가지 중요한 포인트 지점이 있겠지만 최근 사업소요기간을 책정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BF인증단계 또한 중요한 한 지점을 차지할 듯하다.

공공사업의 입찰 등에는 설계입찰 시 BF예비인증업무가 포함되어 발주된다. 그러나 일부 용역의 경우 과업지시서 상 ‘관련 인허가 득할 것’ 이라는 마법의 문구로 표기되어 BF인증에 대한 시간과 비용에 대한 고려 없이 발주되곤 한다.

BF인증을 받는다는 것은 우리가 설계하는 부분에서 장애인 관련법에 맞추어 설계한 내용을 인증받으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면 단순해진다. 그러나 현재 업무를 하고 있는 건축사분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장애인 관련 법규 숙지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첫째, 인증을 받기위한 절차가 너무 길다는 데 있다.

보통 계획설계 후 바로 BF예비인증접수 한다고 할 때 예비인증 완료까지 접수 후 사전심사 약1-2개월, BF예비인증 심의보완까지 약 5-6개월 소용된다고 본다. 사용승인 이후 BF본인증을 접수한다.(BF예비인증 결과는 1년간 유효) 이때 예비인증사항을 토대로 서류심사 및 현장심사를 하고 인증심의를 거처 완료된다.

먼저 BF예비인증의 절차를 보면 계획 설계 시 반영하여 설계를 했다고 하더라도 접수 후에 진행되는 여러 절차에서 보완사항을 반영하여야 다음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접수 후 바로 심의 상정되는 것은 아니며 사전심사를 통해 도면과 서류에 대한 지적사항을 보완하여야 하며 더 이상 지적사항에 대한 반영이 나오지 않을 때 비로소 심의접수가 되는 시스템이다. 심의접수 후 심의개설까지 대기하며 심의는 대면으로 진행된다. 물론 심의에서 나오는 지적사항은 다시 보완 반영의 과정을 거쳐야한다.

BF 인증절차(자료제공=정은영)
BF 인증절차(자료제공=정은영)

둘째, 인증범위의 확대 및 인증기관의 부족이다.

2007년 자율적으로 진행되던 BF 인증 업무는 2015년 공공건축물에 대해 의무화되었으며, 2021년 12월 신축 뿐 아니라 공공시설물의 증축, 개축, 재축 하는 경우로 확대되었다. 거기에 대상시설물 또한 건축물 뿐 아니라 공원과 민간시설, 여객시설로 확대되었다.

2024년 8월 현재, 보건복지부 공고에 의하면 BF인증기관은 9개이며 각각의 인증기관의 인증범위도 조금씩 다르다. 9개의 인증기관이 전국에 확대 시행된 인증업무를 맡아서 하다 보니 접수에서 인증까지 소요되는 날짜는 점점 더 늘어만 가고 있다.

인증기관과 인증업무 보건복지고시 제2023-265호(자료제공=정은영)
인증기관과 인증업무 보건복지고시 제2023-265호(자료제공=정은영)

예를 들어 BF인증이 확대 시행되기 전 이미 조성된 공원 내에 50㎡ 정도의 작은 화장실을 새로 지으려고 한다고 하자.

해당 공원은 당시 BF인증대상이 아니었으므로 부지 내에서 높이 차이가 있는 경우 경사도 1/12 이상으로 조성되어 있다. 반면에 화장실의 경우 2021년 이후 신축에 해당이 되니 건축물에 대한 BF인증 뿐 아니라, 공원 경계선에서부터 화장실까지의 접근로도 심의대상이 되어 BF인증기준에 따라 1/18 이상으로 적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원 내에 설치되는 50㎡ 정도의 작은 화장실 신축도 예비인증, 본인증 절차를 거쳐야 완료 된다는 점이다.

셋째, BF인증 업무에 대한 시간과 비용에 대한 인식이 확대 되어야한다.

요즘들어 발주되는 공공건물에 대한 설계공모사업 등의 요강에는 BF업무가 명시되어 있기도 하고, BF예비인증을 아예 별도로 발주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일부 사업의 경우 특히 규모가 크지 않을 경우 이전 프로젝트의 설계기간을 참조하여 기간을 책정하기 마련이다.

60일~80일 정도의 용역기간으로 주어지는 작은 프로젝트들의 경우 설계협의를 진행하면서 동시에 BF인증절차를 완료 할 수 없는 일정인 것이다. 이에 설계 용역중단을 하고 BF예비인증을 진행 후 용역이 마무리 되곤 한다. 그러나 앞서 말 한 대로 인증과정에서 발생하는 보완과 제출에 대한 백업업무는 중단기간에도 계속 되는 것이다.


BF설계와 관련하여 일선에서 애쓰고 계시는 다양한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A건축사 : 인허가시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의한 완화된 세부기준의 승인신청을 받은 부분에 대해서 BF심의 시 보완사항으로 심사결과통보 설계변경으로 통해 반영하였다. 

B심의위원 : BF인증접수 시 심의기간이 지연되지 않도록 기본 계획단계에서부터 barrier free 설계가 될 수 있도록 BF관련규정을 숙지하여 진행할 수 있도록 요청드린다.

C건축사 : 심의에서 나온 의견을 수용 반영하지 않으면 인증 접수자체를 반려한다고 한다. BF규정에 더욱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D건축사 : 인증업무가 너무 길다. 시간 또한 예측이 불가하다.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보완사항 하나 달리면 심의위원들 전체에게 회람되고 결과를 기다려한다.

E컨설팅업체 : 인증건수가 많아서 접수대기기간이 길며, 사전심사 및 심의 안에 대한 빠른 피드백이 되어야 인증절차를 줄일 수가 있다.

F시공사 : BF본인증의 경우 공사용역기간이 끝난 후에 진행될 경우 현장철수 뒤라 재시공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

G건축사 : 인증업무가 너무 길다. 시간 또한 예측이 불가하다.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보완사항 하나 달리면 심의위원들 전체에게 회람되고 결과를 기다려한다.


1999년 나사 화상기후탐사선(Mars Climate Orbiter)는 화성의 기후 및 대기성분을 알아내기 위해 발사됐다. 1억 2500만 달러짜리 탐사선은 화성궤도 진입 하자마자 폭발하고야 말았다. 왜 그랬을까. 탐사선의 제작 담당은 야드파운드법으로 제원을 작성하였고, 나사의 제트추진연구소는 미터법으로 추진력을 계산하였던 것이다. 여기에서 발생한 단위의 착오로 많은 사람들이 시간과 노력을 들인 프로젝트가 폭발로 끝나고야 만 것이다.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급하게 변경되는 각 종 법규, 수시로 날아오는 소방/장애인/녹색/신재생에너지 관련 규정들, 지자체 조례 등 규칙을 정할 때는 그 규칙이 전부인 듯 강력한 규제 속에서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BF설계도 법으로 가이드라인을 더욱 강화하면 해결되는 문제일까. 혹시 우리가 다른 단위를 쓰고 있는 것은 아닐까.

건축법보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 관련 규정이, 규정보다 BF인증 심의의견 반영이 우선시 되는 경우가 종종있다. 그러다보니 최초 업무수행기간을 넘어서 까지 용역이 마무리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프로젝트의 총괄을 맡고 있는 건축사사무소 뿐만 아니라 발주처, 인증기관, 심의위원 까지 BF인증업무를 하고 있는 많은 분야에서 업무기간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일관된 규정적용이 될 때 진정한 barrier free가 될 것이다.

어떠한 것에 룰을 만든 다는 것은 공동체 전체가 같은 인식이 공유될 때 성공적으로 정착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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