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스페이스반 건축사사무소 배연수 건축사
자신의 일에 진심인 사람이 개인 시간에도 진심인 법. 스페이스반 건축사사무소 배연수 건축사는 사진을 취미로 삶의 장면 장면에서 심미성을 찾아내는 즐거움을 누리는 중이다. 영감을 얻고 에너지를 채우는 배연수 건축사의 사무실 밖의 삶과 감도 깊은 취향을 들여다 보았다.
배 건축사는 건축학과에 진학하면서 필름카메라를 입학선물로 받게된 계기로 사진과 가까워졌다. 학창시절에는 설계수업에 필요한 현장사진, 모형사진, 건축 답사 사진 등을 주로 촬영하였다. 영국 유학시절에도 실무를 하면서도 눈으로 본 것을 사진으로 인상적으로 기록하고 싶은 욕구는 많았지만 카메라와 사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늘 아쉬움이 컸다고.
2001년경 디지털 카메라 장비들을 구비하고, 개인 블로그 작업을 시작하면서 사진을 제대로 공부해 보고 싶어 본격적으로 심혈을 기울여 공부하고 사진 동호회에도 가입하여 종종 출사에도 동행하기 시작했다. 2013년 한국사진작가협회에 가입하면서 부터는 동료 작가들과 함께 다니며 사진 작업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되었다. 현재는 한국사진작가협회 성남지부의 임원으로 활동하며 각종 협회행사 진행봉사, 다양한 전시에 참여하고 있다.
Q. 풍경사진을 즐겨 찍으신다고 들었습니다. 작업을 하면서 즐거움을 얻는 포인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산과 들, 바다, 숲과 나무, 꽃... 자연요소에 시선이 머무는 시간은 늘 평온함을 준다. 특히 파노라믹하게 펼쳐지는 풍경의 스케일감은 시야에 들어오는 순간 경외감이 느껴질 때가 많고, 보는 것만으로도 감탄을 자아낼 때가 많다.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풍경의 아름다움과 특정 시간의 자연현상을 순간적으로 포착하는 것은 사진 작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풍경사진은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감성을 표현할 수 있는 단순하고 명료한 구성으로 장면을 포착하는 것을 선호한다.
자연에는 다양한 교차점(하늘 - 바다, 바다 - 땅, 숲 - 물, 자연 - 인공, 밤 - 낮 등)이 존재하며, 가변적인 상황(일출, 일몰, 빛, 바람, 안개 등)이 연속된다. 이러한 교차점과 가변성 속에서 단순화된 관계를 포착해 내는 것은 고도의 몰입감을 유발하며, 기다림과 집중의 산물로 얻게 되는 드라마틱한 장면은 매우 큰 성취감으로 즐거움을 얻게 한다.
Q. 삶과 일의 균형을 얻는데 사진이 주는 의미라고 할까요?
과거에 비해 워라밸의 가치가 중시되고 있지만 여전히 소규모 건축설계사무소는 야근이 많고, 타 업종에 비해 업무강도가 높은 것이 현실이다.
호기심 많고, 부지런한 본인의 성향 탓도 있겠으나 사진 외에도 많은 취미생활과 단체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편이다. 돌이켜 보면 바쁜 가운데 시간을 내어 참여하는 이런 과외의 활동들이 본업의 집중도를 높이는 에너지원이 되고, 다양한 관계를 형성하는 시작점이 되었던 것 같다.
특히 사진 작업은 멋진 출사지로의 여행으로부터 시작해 좋은 장면을 만나기 위한 기다림, 촬영한 사진을 정리하는 과정까지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들로 채워져 업무의 스트레스를 잊게 해 준다. 사진 촬영 후 지역 맛집 순례의 즐거움은 덤이다. 이 모든 과정이 힐링과 디톡스의 시간이 되는 듯 하다. 또한 누적된 사진 작품들은 다시 볼 때 마다 느끼는 만족감과 시간을 추억하는 기쁨도 크다.
Q. 그동안 작품들 중 애착이 가거나 특별한 에피소드 있는 것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출사 때마다 수백 장의 사진을 촬영하지만 그 중 아주 일부의 사진만이 전시회 출품, sns등으로 빛을 본다. 대부분의 사진들은 저장소에 묵혀져 있다.
여러 공모전에서 수상한 작품들도 기억에 남지만, 특히 애착이 가는 작품이라면 <2022년 경기건축문화제 건축사 사진 작품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군위 사유원 명정’을 꼽을 수 있다.
2022년 직원들과 경북 군위에 있는 사유원으로 워크숍을 가서 촬영한 사진이 대상을 수상하게 된 것이다, 건축가의 시선으로 촬영한 건축작품 이기에 의미가 있고, 동료들과 함께 한 재충전의 시간에서 얻어진 결과물이기에 더욱 뜻깊다.
Q. 건축과 사진, 각각의 영역의 매력은 무엇이며, 두 가지가 일맥상통하는 연결점이 있다면 어떤 것들일까요?
건축은 사유와 상상을 기반으로 구체화 된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기에 성취감이 크다. 또한 삶을 위한 기능적인 공간으로 구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그 공간이 특별한 ‘장소’로 자리매김하게 될 때 보람을 느끼게 된다.
사진은 평면적인 결과물이지만 입체적인 공간의 깊이, 빛과 그림자가 잘 표현되도록 장면을 포착해 내는 과정이 중요하다. 즉, 사물과 풍경을 작가 고유의 시선과 빛의 조절로 그려내는 창작의 과정이다. 동일한 공간을 다양한 장면의 창작물로 구현해 낼 수 있는 매력이 있다.
건축과 사진 두 작업 모두 창작의 영역이기에 상호 영감을 주고받는 경우가 많다. 특히 건축과 사진 모두 빛 - 음영, 수직 - 수평, 원근감, 컬러 등 시각적 언어와 조형 요소를 기반으로 하는 연결점이 있더 더욱 그런 것 같다.
Q. 수년간 건축사로서 업무를 해오고 계신데, 주된 업무와 설계를 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가치가 있다면요?
현재 주요 업무는 교육기관, 행정기관 등 공공건축 업무와 주택 및 상업시설 등 민간부문의 일들을 병행하고 있다.
설계를 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가치는 ‘공감’과 ‘지속가능성’이다.
일을 진행할 때 발주기관이나 클라이언트의 고유한 상황과 요구조건을 충분히 경청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경험적으로 그러한 시간이 많을수록 이후 시행착오를 줄이고, 만족도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중이 이용하거나 가족이 생활하는 공간이기에, 과도한 조형성이나 디자인 요소에 치중하기 보다는 단순하면서도 쓰임새 있게 잘 활용될 수 있는 기능적인 측면에 비중을 둠으로써 지속가능한 공간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우선시 한다.
Q. 현업에서 최근 가장 관심있는 이슈는 무엇이며, 이유가 궁금합니다.
최근 협업을 통한 업역의 확장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사무실 규모가 크지 않다 보니 수주 범위나 업무 영역에 한계가 있는 듯하다. 기회가 된다면 인테리어에서부터 마스터플랜까지 다양한 스케일의 작업에 참여하고자 노력한다. 이러한 업역 확장은 그간 ‘관계’를 유지해 온 관련 분야 종사자들과의 네트워크와 협업으로 실현하고자 하며, 이를 통해 함께 일하는 직원들에게도 보다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
이번 인터뷰의 주제와 관련해 앞서 얘기한 ‘관계’의 기반은 건축사 업무 외의 대외활동에서 형성된 경우도 많다.
Q. 건축사로서나 취미 생활에 있어서 앞으로의 행보도 궁금한데요.
다양한 취미를 갖는다는 것은 삶을 풍요롭게하고 행복지수를 높여준다. 취미생활은 반복되는 일상적인 업무에서 잠시 모드를 전환해 나를 생동감 있게 하고, 설레게 하는 시공간을 선물해 주는 것이다.
또한 ‘취미’를 통해 ‘관계’를 형성하고 확장하며, 사회적 책임과 봉사를 통해 또다른 성취감을 얻기도 한다.
어느 금요일 저녁, 취향을 공유할 수 있는 건축사 동료분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함께 사진이 전시된 개인 스튜디오에서 와인을 한잔 하며, 오보에 연주를 들려드리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