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한해 건축설계경력이 쌓여가면서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깨닫게 된다. 뉴스에서 공사중인 건물이 무너졌다거나 불이 났다는 안타까운 사고 소식을 접하게 되면 조만간 건축법과 소방관련법이 변경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 어김없이 관련법이 제정되거나 개정이 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 이라 할 수 있겠지만 미처 생각 못한 법의 허점을 불의의 사고로 인해 보완해가는 것은 사회 발전과 건축발전을 위해 옳은 일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건축 계획을 하려고 하면 수시로 변경되는 건축법을 찾아 법제처를 들락날락하게 된다.
최근 주말에 택지지구 내에 있는 동네 산책 중에 주변 경관과 어울리지 않는 건물을 보았다. 그 건물은 1층 벽면에 창문 있던 자리를 판넬로 막아 놓았다.
왜 저렇게 해 놓았을까? 직업병으로 생각에 빠진다. 아마도 용도변경 할 때 인접대지 1.5m 이상 이격 되어 있지 않아 방화창 교체 대상으로, 방화창 대신 불연 그라스울 판넬로 막아놓은 것이라는 예상을 해본다.
그 건물은 [건축법시행령] 제61조 2항 2호의 「3층 이상 또는 높이 9미터 이상인 건축물」에 해당되는 건물이었다.
택지지구 내 근생 및 다가구 건물은 일조 방향을 제외하고 인접대지 1.5m 이상 이격되어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소규모 건축물로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어 있지도 않다. 대부분 1층에 대해 용도변경을 하면 어떤 지자체에서는 방화창을 설치해야 변경처리가 되고 또 어떤 지자체는 방화창을 설치하겠다는 “방화창호설치확인서”를 제출하면 건축물대장 변경 처리해준다.
건축사사무소와 담당공무원은 건축주에게 법에 대해 설명하였고, 건축법에 맞게 처리하였으니 그 다음 해결은 건축주의 몫이 된다. 방화창으로 교체를 하거나 비용이 든다는 이유로 창문 있던 자리를 판넬로 막아 놓았다가 떼거나 또는 확인서를 썼음에도 방화창 교체 없이 불법의 소지를 안고 지내거나 할 것이다.
건축주들은 신축 건물도 아니고 기존 건물에 멀쩡한 창호를 교체해야 한다는 사실과 졸지에 불법 소지가 있는 건물이 되니 상당히 불합리하다고 느낄 수 있다.
무고한 건축주에게 불법의 부담을 지우게 되는 건축법의 개정이 필요한 이유다.
물론 건물에 화재가 났을 때 인접 건물로 불이 옮겨 붙지 않도록 하고자 하는 법의 의도는 모르지 않으며 “법이 바뀌었으니 기존 건물들도 당연히 비용이 들더라도 지자체에 신고가 필요할 때 방화창으로 교체해 가는 것이 옳다”는 의견도 있을 것이다.
건축법의 강화로 쾌적하고 발전하는 건축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은 옳은 일이다. 다만 대한건축사협회에서 국토교통부에 제 목소리를 내지도 못하고 무기력하게 끌려다니며 법 제정을 받아 들이고 있는 건 아닌지, 협회가 많은 일들을 하고 있음에도 지방에 있는 건축사들은 체감하지 못하며 불합리한 건축법에 볼멘 소리만 할 뿐이다.
여기에 일례로 제시한 방화창 뿐 아니라 건축설계 현장에서 마주치는 건축법의 현실적인 부분과 불합리한 점에 대해 우리 건축사들은 현장의 소리를 적극적으로 대한건축사협회에 알리고, 협회는 회원들의 소리를 귀담아 듣고, 법 개정의 파장에 대한 현실성을 감안해서 검토하고 건축법 개정을 위해 부단히 힘써야 할 것이다.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법 개정으로 국민들을 이해시키고 바꿔 나가는 것은 우리 건축사들과 대한건축사협회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협회는 건축에 대한 국민의 이해 증진과 쾌적한 도시 및 건축환경을 조성하게 하며 건축문화 발전 및 건축기술의 향상과 미래건축에 대한 연구·지원을 통해 국제경쟁력을 강화시킴은 물론 회원의 품위보전 및 권익증진과 친목을 도모하고 공익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창립 60주년을 앞둔 대한건축사협회의 설립 목적이다. 대한민국의 발전과 함께 건축 발전을 위해 쉼 없이 달려온 대한건축사협회와 우리 건축사들의 노력을 응원하며 또 다시 도약을 위해 초심을 되새기며 달려가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