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에이그룹 건축사사무소 김길용 건축사
㈜포에이그룹 건축사사무소 김길용 건축사

요즘 사람들은 유독 취향 찾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각종 SNS에서 이미지로 영상으로 자신의 취향을 생중계하듯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세상에 무수한 것들 중에서 마음에 딱 드는 무언가를 찾기 위해서는 평생을 두고 경험을 통해 시행착오도 겪어야 하는 법. 그래서 취향을 찾는다는 것은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잘 듣는 행위일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차리고 내 삶에 스며들 수 있도록 공을 들이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긴장감을 덜어내고 행복해지는게 아닐까.

이번 인터뷰에서는 건축사사무소 밖의 삶에서도 균형을 이루기 위해 집중하고 있는 건축사의 취미생활에 시선을 옮겨보았다. 5년여 동안 목공(木工)에 몰입하는 것으로 삶의 회복과 균형을 이뤄나가고 있는 ㈜포에이그룹 건축사사무소 김길용 건축사를 만났다.

(좌측부터)블럭 소품, 홀인원 기념볼 보관함, 시계, 블루투스 스피커(김길용 건축사 作)
(좌측부터)블럭 소품, 홀인원 기념볼 보관함, 시계, 블루투스 스피커(김길용 건축사 作)

김길용 건축사 사무실의 첫인상에서 취향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가구, 시계, 수납장, 펜, 드리퍼, 스피커까지. 다양한 형태와 용도의 목공예 작품들이 곳곳에 채워져 있다.

“스트레스를 끊는 방법은 그 장소에서 이탈하는 거죠. 공업계 고등학교 시절 취득했던 목공기능사 자격증도 있었고, 막연하게 동경하던 목공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수업을 듣고 어느 정도 실력이 되면서 자유롭게 공방을 이용할 수 있는 열쇠회원이 되어 주 1회 정도 공방에서 작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아직은 선생님들을 찾아다니며 아이템별로 익히고 공부하는 단계라고 할 수 있지만 작업할 수 있는 범위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작업 중인 김길용 건축사
작업 중인 김길용 건축사

김 건축사는 목재에 대한 관심도 남다르다. “건축재료 중 선순환에 대해 생각해보면 조림-성장-이용-조림의 과정을 통해 지속순환이 가능한 재료입니다. 친환경적이라는 벽돌도 생산을 위해서는 화석연료를 상당히 사용해야하는 부분도 있죠. 일본은 공공건축물의 목조화율이 상당히 높은 편인데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아이들도 친환경적인 환경에서 교육받을 수 있는 공간을 제공받았으면 합니다. 저도 설계할 때 실내에 목재를 많이 적용하려고 하는 편입니다.”

”필요한 것들을 만들기 위해 스케치하고, 도면도 그리고, 모델링해서 제작하는데, 설계자·시공자·건축주 3가지 역할을 오롯이 나 자신이 하는 셈이라 피드백이 굉장히 명확합니다. 1인 3역을 하는 과정이 정말 흥미롭습니다. 그러면서 원하는 대로 만들면서 즐겁고, 주변에 베풀 수 있어 보람도 있습니다.“

개인 작업공간(사진=김길용)
개인 작업공간(사진=김길용)
(사진=김길용)
(사진=김길용)
(사진=김길용)
(사진=김길용)
(사진=김길용)
(좌측부터)명함 케이스, 커피 포타필터, 레터오프너, 버터나이프(김길용 건축사 作) 
(좌측부터)명함 케이스, 커피 스쿱, 레터오프너, 버터나이프(김길용 건축사 作) 
다양한 재질과 디자인의 펜, 홀더, 샤프펜슬 등을 만들고 있다.
다양한 재질과 디자인의 펜, 홀더, 샤프펜슬 등을 만들고 있다.

김 건축사는 안양지역건축사회 회장 재임기간 동안 입회한 30여 명의 신입 회원들에게 직접 샤프펜슬을 제작해 이름을 각인해 선물했다. 경기건축문화제 안양 개최 기념으로 시계를 디자인해 제작하기도 했다. 건축주에게도 자신이 설계한 공간에 둘 수 있는 협탁이나 종교용품 등 소품들을 선물하기도 한다. 몇 년 전에는 지인 사무실에 태풍에 부러진 500년 된 향나무 한 토막 있어서 펜으로 만들어 선물하기도 했다. 김 건축사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그동안 감성을 넣어 만든 작품들로 전시를 해보고 싶다고 한다.

“저는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건축사 흔한 말로 잘 나가는 건축사는 아니에요. 하지만 제 자신을 돌아봤을 때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성실한 건축사'라는 겁니다. 26년 해왔는데 괜찮았다. 그렇게 자부할 수 있습니다. 그런 과정들 덕분에 이제 취미생활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경험에 비추어볼 때 롱런할 수 있었던 데에는 한 템포 멈춰 여유를 가지고 충전하는 시간도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삶에 있어서 노련해지고 있지만 설레는 순간은 줄어드는 나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김 건축사는 진지하게 다른 이의 이야기를 경청하듯 손으로 나무를 만지고 다루면서 재료를 잘 살려서 더 나아지게 해주고 싶다고 한다. 그러면서 생각도 정리하고 심리적으로도 평온함을 얻어왔다고.

㈜포에이그룹 건축사사무소 김길용 건축사
㈜포에이그룹 건축사사무소 김길용 건축사

”26년 동안 전문직으로서 일을 해오고 있는데 예전에 비하면 건축사라는 직업이 이제는 사회적인 역량도 갖추게 되고 인정받고 있는 시기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하지만 경기가 어려워서 후배들이 많이 걱정되죠. 1인 건축사사무소가 많아요. 그래도 안양지역건축사회는 협회의 정체성을 잘 유지해오고 있는 편입니다. 4개 지역이 한 권역에서 조화롭게 협력하고 있고, 선후배들의 배려도 좋은 편입니다. 업무 기회도 공유하면서 같이 성장하려는 노력을 해 오고 있죠. 저도 지역건축사회 회장을 하면서 특별히 그랬다기보다 선배님들에게 배운대로 했던 거죠. 가만히 보면 회장님들이 자석같은 사람들이에요. 사람들이 붙어요.(웃음)”

김 건축사는 취미생활인 목공 외에도 경기도건축사합창단 활동은 물론 올해는 안양건축문화제 추진위원장을 맡아 안양 관내 민·관·학의 협업과 교류에도 진심이다. 얼마 전에는 안양지역건축사회 건축사들을 주축으로 관내 대학 학생들 튜터링도 진행했다. 관내 대학 학생들이 곧 지역건축사들의 토양이라고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임한다고 전했다.

김길용 건축사가 그리고자 하는 삶의 그래프 다소 잔잔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善을 善으로 돌려주고 싶다‘는 말에서 건축사 업무든 취미생활이든 성실하게 시간을 들여 다듬고 공들여 조화로움를 찾아가고 있음이 느껴졌다.

 

촬영협조 : 나무로 그리다(010-7167-6770, http://blog.naver.com/namurogri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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