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ntor's Interview
건축사들은 오랜 업력을 통해 차츰 진화해 가고 그 진화는 특화된 분야로서 정착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용도별 건축물의 종류는 29가지로 구분되어 있고, 세부용도들을 모두 포함한다면 무수히 많은 용도가 있다. 이번 Mentor‘s Interview의 주인공은 20여 년간 특수한 생산시설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가고 있는 벽진종합건축사사무소(주) 이민자 건축사이다. 어느 제약회사이든 공장 설계를 할 때는 가장 먼저 기억하는 건축사이다. 이민자 건축사와 함께 특수 공장의 설계과정과 그동안의 경험담을 들어보았다.
이민자 건축사는 특수한 설계분야에서도 건축의 3요소 즉 ‘기능, 구조, 미’를 건축학개론 시간에 배운 것을 기억하며 접근한다. 건축이란 기능에 따른 구조가 결정되고 구조에 예술적인 형태를 더해 도시의 조형 예술로 탄생한다고 이야기한다.
특수 공장의 설계는 생산장비들의 배치와 지원 장비들의 공간, 물동선과 인동선의 계획으로 공간이 구성되고, 장비들의 간섭을 피해 구조가 결정된다. 그 이후 조형성을 위한 디자인을 진행한다.
또한 일반 건축물과 달리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에 적합한 품질 및 제조시설 기준을 준수해야 하고 마지막으로 국내 식약처 kGMP Validation, 미국 식품의약국(FDA) cGMP Validation, 유럽 의약품청(EMA) euGMP Validation의 인증을 받아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기에 건축에서도 특수한 전문성이 요구된다.
이 건축사가 설계하는 특수 공장들은 완제품제제공장, 원료의약품 합성공장, 바이오공장, 2차전지공장, 반도체 공장 등으로 특히 원료의약품 공장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2000년 초 독립해서 사업을 시작할 즈음 그 전에 했던 유한양행 연구소 업무가 인연이 되어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는데, 시기적으로 제약 분야에서도 생산시설에 대한 기준도 강화되기 시작했던 시기였다. 그래서 클라이언트와 하나하나 공부하며 매진했던 것이 시작이었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생산시설의 프로세스와 시설 규정을 소화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건축사는 구조를 기반으로 실무를 시작했던 경험이 이러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데 바탕이 된 점도 크다고 한다.
특히 이 건축사의 강점은 단순히 관련 장비가 들어갈 물리적인 공간만을 설계하는 것을 넘어 생산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엄격한 기준을 충족시킬 건축적 솔루션을 찾아가는데 전문성을 갖추었다는 것이다.
2000년 초 빌게이츠는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에 말라리아 퇴치를 위해 약을 만들기로 하고 WHO에 공모를 하게 된다. 이때 우리나라 신풍제약이 뛰어난 기술력으로 당선, 국내에 공장을 건설하고 제품을 생산한다. 초기 설계과정은 독일에서 진행하는 Conceptual Design이고, 이후 국내기준에 맞게 중간설계 및 상세설계를 진행하고 시공하게 된다. 국내식약처의 kGMP Validation, 미국 식품의약국(FDA) cGMP Validation, 유럽 의약품청(EMA) euGMP Validation을 통해 제조시설기준과 인동선 물동선의 비오염 구간에 대한 기준에 적합함을 인정 받게 되고, 그 이후 의약품 양산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그 과정을 의미있게 기억하고 있었다. 이 모든 과정을 함께한 이민자 건축사는 그 이후 더 많은 노력을 하게 되고 인정받기 시작한다.
또 하나의 기억 할 만한 작품은 항생물질을 만드는 공장으로 이탈리아의 ACS도파社와 국내의 하이텍팜에서 진행했던 케이스였다. 이탈리아의 ACS도파社는 세계적으로 항생물질을 제조하는 몇 안 되는 회사이고, 국내에 제조시설을 하이텍팜에서 구축해야 했기 때문에 직접 이탈리아에 가서 설계했다. 이렇게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가면서 ㈜벽진종합건축사사무소는 진화했고, 이 건축사는 특화된 영역에서 전문성으로 최상위에 있게 되었다.
2022년에는 베트남 하노이에 반도체 제조공장으로 하나마이크론社의 공장 설계로 기술력을 다시 한번 입증하는 계기가 되었다.
지난 2월 이 건축사는 동물용의약품 시제품 생산시설 구축 제안공모에 당선된 소감을 전했다.
“동물용의약품 시제품 생산시설 분야는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이기에 제안 공모에 응모했죠. 공모설계를 하는 동안 새로운 땅에 나의 손에서 그려지는 대로 건축이 될 것이고 그 건축물에서 생산된 의약품이 동물들의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을 상상하며 밤잠을 쪼개가며 최선을 다했어요. 작품 납품에서 우리가 항상 느끼듯 ‘3시간’이 부족했어요. 그래도 최선을 다했으니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 내심 기대도 했죠. 당선 통보를 받고 날아갈 듯이 기뻤습니다. 그동안 수고해준 직원들과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어요.”
이 프로젝트는 동물용의약품의 제조 및 품질관리 즉 ‘KVGMP’인증을 목표로 했다. 바이오 구역의 주요 장비들은 리액터, 여과기, 원심분리기, 동결건조기. 분말충진기, 인큐베이터 등이고 장비들의 배치가 생산에 최적화되어야 하며 여러 가지 오염원으로부터 자유로운 설계가 되어야 했다.
제조과정에서 실험실은 필수적으로 설계되어야 하고 실험실에는 무균실험실, 미생물실험실, 세포배양실험실 등을 갖추어야 한다. 여기에 인동선과 물동선의 교차오염을 제거하기 위해 각 실의 전면에는 별도의 물동선과 탈의, 갱의, 전실의 인동선 설치가 필수이다. 즉 음압과 양압에 대한 설계가 병행되어야 한다.
보관소는 원부자재, 원료, 냉동, 냉장, 제품 창고 등으로 구분 배치해야 하고, 옥외 부대시설로는 위험물옥내저장소, 위험물 옥외저장소, 위험물 탱크 등이 설계되어야 하고 폐수처리장, 폐기물보관소, 질소탱크 등을 기본적으로 배치해야 한다.
제조시설에 대한 프로그램은 바이오구역의 생독, 사독라인과 합성구역, 케미칼합성구역 등을 배치해야 하고, 세포사멸화를 위한 방법으로 포르말린, 훈증 또는 오토클래브 등이 연구되어야 한다. 유기용매와 무기용매의 사용에 대한 환경모니터링까지 전문 용어에 대한 학습은 물론 건축사는 모든 분야를 지휘하는 지휘자가 되어야 한다.
이처럼 이 건축사가 설계해왔던 생산시설들은 안전과 오염에 대한 부분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산업안전보건법, 위험물안전관리법,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기준 등 건축법 이외에도 생산과정에서 충족시켜야하는 관련법규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래서 관련 법규의 변화에 맞춰 공간의 구성과 자재 등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아 조형적인 부분은 상대적으로 제약이 많은 편이다.
인터뷰 초반에 언급했듯이 첫 프로젝트에서부터 이 건축사는 주어졌고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즐거워서 공부하면서 내실을 키웠다. “2시간만 자고, 화장실 가는 것도 잊어버리고 공부하면서 몰입하고 몰두했다. 밥을 먹다가도 누워있다가도 정신없이 프로젝트 외엔 딴 생각은 없었다. 흔하고 평범한 말 같지만 실제로 그랬다. 성의껏 하고 보니 믿고 맡겨주는 프로젝트들이 릴레이로 이어졌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전문용어나 법규, 규정들이 익숙해졌을 뿐 강화되고 급변하는 법규 등에 대한 공부는 현재진행형이다.
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 것은 ‘직원들과의 호흡’이다. 지금은 눈빛만 봐도 서로 알아챌 수 있을 정도로 직원들이 잘 따라와 주었고, 함께 전문성을 키우고 있다.
이런 전문성을 갖추고 설계에 매진하는 동안 20여 년간 여성 건축사로서 남들이 가보지 않은 어려운 길을 가는 과정에서 힘들었던 부분도 많았고 행복한 순간들도 많았다.
딸이 3살 때 독일에 가게 되었는데 딸이 “엄마! 나도 같이 가는 거야!”하며 장난감 캐리어를 들고 문 앞에 먼저 나설 때 마음이 너무 아팠다고 한다. 지금은 그런 딸이 대학교 4학년이 되었고 딸과 함께 허리가 아플 만큼 함께 웃는 것이 휴식이라고 한다.
이 건축사에게 자신의 직업 ‘건축사’는 “의사보다 더 의사다운 마음을 가진 사람. 고객이 행복하고 안전한 삶을 위해 즉 병들지 않는 치유환경을 설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정의했다.
“건축사는 가장 행복한 사람들을 만나 설계를 하고 그들의 행복한 삶의 공간을 제공한다. 그러므로 가장 행복한 직업이다. 또한 우리는 도시의 거대한 조형물을 디자인하는 가장 위대한 예술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