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설계를 위한 비즈니스 연속성 계획 - ②건축사사무소를 위한 BCP 수립
건축설계를 위한 비즈니스 연속성 계획(BCP) - "건축사도 BCP를 알아야 하는가?"
① 건축설계사무소를 위한 BCP - 글로벌 트렌드와 소규모 건축사사무소의 지속 가능성 전략
② 건축사무소를 위한 BCP 수립 - 위험을 예측하고 대응 전략을 세운다
③ 건축설계 프로젝트의 연속성을 보장하는 BCP 실행 전략
④ 디지털 전환과 건축설계 BCP – 스마트 기술로 위기에 대비한다
⑤ BCP 수립과 실행 – 건축사무소에서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것들
건축사무소를 위한 BCP 수립
위험을 예측하고 대응 전략을 세운다
우석대학교 건축·인테리어디자인학과 은민균 교수
1. 예측 가능한 위기에 대한 예측 가능한 준비
건축사사무소는 창조적 사고와 기술적 실무가 만나는 공간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문적 기능도 업무 연속성(Business Continuity)이 보장되지 않으면 제대로 실행되지 않을 수 있다. 최근의 팬데믹, 기후 위기, 법제도 변화, 디지털 리스크 등은 대기업뿐 아니라 중 소형 건축사사무소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를 들면, 한 소규모 건축사사무소는 대표 건축사의 건강 악화로 인해 수개월간 주요 프로젝트가 중단되었고, 결국 수주처로부터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 다른 해외 사례로는 BIM 서버 고장으로 인해 클라이언트의 납기일을 맞추지 못하고 신뢰를 잃었다. 이러한 사례는 단지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직면할 수 있는 예상 가능한 위기이며, 대비 가능성의 문제이다. 따라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위기 발생 후의 대응이 아니라, 사전에 위기 자체를 고려한 BCP(Business Continuity Plan)의 수립과 실행이다.
2. BCP란 무엇인가: 기본 개념과 적용 틀
BCP는 기업이나 조직이 재난, 사고, 기술적 장애, 법적 충격 등 예상치 못한 위기 상황에도 핵심 업무를 중단 없이 수행하거나 조속히 회복할 수 있도록 계획된 대응 체계이다. 건축사사무소는 일반 기업과 달리 창작성과 인허가 과정, 장기 프로젝트 등 복합적 요소가 얽혀 있고, 하나의 위기가 장기적인 경영상 타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비하는 BCP의 구성요소는 대개 다음 네 가지 축으로 설명된다.
@업무영향분석(Business Impact Analysis, BIA)
→ 어떤 업무가 중단되면 조직이 치명적인 손실을 입는가?
@위험분석 및 대응전략(Risk Assessment & Response Strategy)
→ 어떤 유형의 위기가 발생 가능한가? 그에 대한 대응 계획은?
@자원 및 역할 분담 체계(Resource & Responsibility Mapping)
→ 위기 발생 시 누가 무엇을 담당하는가?
@복구 및 실행 훈련 체계(Recovery & Testing)
→ 계획이 현실적으로 작동하도록 하기 위한 실습과 점검
중소규모의 건축사사무소는 이 틀을 참고하여 자신들의 업무 유형과 환경에 맞는 맞춤형 BCP를 수립해야 한다.
3. 건축사사무소의 주요 리스크 식별
비시피를 수립하기 위해서는 리스크를 식별해야 하는데, 건축사사무소의 리스크는 외부적 리스크와 내부적 리스크로 나눌 수 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외부적 리스크
-자연재해: 지진, 화재, 홍수 등은 사무소의 물리적 운영을 직접 위협
-전염병 및 사회혼란: 팬데믹은 원격근무 체계 미비한 사무소에 큰 타격
-법·제도 변화: 건축법 개정, 인허가 절차 변경 등은 기존 프로젝트에 직접적 영향
-기술 위험: 랜섬웨어, 서버 장애, 클라우드 해킹 등
@내부적 리스크
-대표 건축사의 부재: 사무소의 의사결정 지연, 프로젝트 진행 정체
-핵심 인력의 이직: 전문성 단절, 업무 이관 실패
-설계자료의 유실: 백업체계 미비 시 복구 불가능
-업무 표준화 미비: 프로젝트별 문서관리 체계가 없으면 외부 위기 시 혼란 가중
4. 건축사 사무소의 업무 영향도 분석(BIA)
업무영향도 분석인 BIA(Business Impact Analysis)는 사무소의 핵심업무를 정의하고, 각 업무가 중단될 경우의 영향도와 복구 우선순위를 파악하는 분석이다. 건축사사무소도 업무영향도를 분석해야 연속성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예를 들어보면 다음 표와 같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어떤 업무를 먼저 복구할지, 어떤 자원을 어디에 우선 배분해야 하는지를 판단하게 된다.
5. 대응 전략 수립: 실천 가능한 계획의 구체화
앞선 리스크분석과 업무영향도 분석을 바탕으로 수립하는 대응 전략은 사무소 규모, 인력 구성, 기술 활용 수준에 따라 맞춤형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데이터 보존과 복구 전략
-BIM 데이터 및 도면은 NAS + 클라우드 백업 병행
-주기적 자동 백업 시스템 설정 (예: 매일 자정 자동 백업)
-외부 서버 위치 확보 (지역 이원화)
@인력 대응 체계
-대표 부재 시 대리 결정권자 지정
-역할 대체 가능한 ‘2인 1조 체계’ 운용
-프로젝트별 진행 현황 문서화 → 대체 인수인계 원활화
@사무공간 및 장비 대체
-협력사무소나 공유오피스와 상호 재해 시 업무 공간 공유 협약
-노트북 및 원격 접속 환경 구축 (TeamViewer, VPN)
@ 커뮤니케이션 유지
-전 직원 공용 비상연락망 구축
-클라이언트 대상 위기 시 알림 매뉴얼 작성
-외부 협력업체 대상 사전 커뮤니케이션 전략 수립
6. 소규모 건축사사무소를 위한 현실적 도입 전략
여러 차례의 대지진 이후, 일본 건축가협회(JIA)는 전국 소형 건축사사무소를 대상으로 BCP 매뉴얼을 배포하였다. 한 사례에서는 건축사사무소가 모바일 워크스테이션을 구축해 대체 설계 환경을 마련하고, BIM 데이터를 자동 백업하는 체계를 도입하였다. 클라이언트는 위기 상황에서도 설계 일정이 유지되어 큰 신뢰를 보였고, 결과적으로 위기를 계기로 신규 프로젝트를 확보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BCP는 대기업만이 아닌, 소규모 사무소에게 더욱 절실한 생존 전략이다. 하지만 자원이 한정되어있는 상황에서는 다음의 예시와 같은 방식으로 출발할 수 있다.
-간략한 BCP의 개발: 간단한 엑셀 문서 기반의 비상 연락망, 업무 우선 순위표, 백업일정표부터 시작
-사내 업무일지 및 인수인계 노트: 핵심 인력 부재 시 바로 업무 인수 가능
-지역 내 설계사무소 네트워크 구축: 위기 시 정보공유 및 협력 협의체 운영
-훈련보다는 반복적인 점검: 비상연락망 테스트, 프로젝트 현황문서 점검, 클라우드 복구 실험 등 3개월마다 1회 시행
건축은 공간을 설계하는 작업이지만, 그보다 먼저 건축사사무소의 지속적인 운영이라는 기반 위에서만 가능하다. 위기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는 조직만이 신뢰를 얻고, 기회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BCP를 고민해야 하는 이유는 위기가 머지않은 미래이기 때문이 아니라,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작은 체크리스트부터 시작하자. 그것이 곧 지속 가능한 건축사사무소를 위한 첫걸음이다.
은민균 교수
ㆍ現 우석대 건축·인테리어디자인학과 교수
ㆍ고려대 박사, 건축사
ㆍ기업재난관리자 (행안부)
ㆍ행안부 재난관리기관 평가위원
ㆍ충청북도 재난관리평가위원장
ㆍ건축학회 건축사시험제도개선 위원장
ㆍmkeun@woos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