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CGS건축사무소 신춘규 건축사

2025-04-01     이일 기자
신춘규 건축사

Interview


CGS건축사사무소 신춘규 건축사


국제교류는 건축사로서 세계적인 문제를 인식하고
공공적인 기여를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고민을 나누는 것

신춘규 건축사의 이력에는 국제교류의 현장에서의 활동을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다. 1996년경부터 대한건축사협회 국제위원회 위원을 시작했는데, 당시와 비교하면 우리나라 건축사의 위상과 영향력은 상당히 성장했다고 볼 수 있다고 회상했다. APEC 건축사위원회 설립 참여, 미국건축사협회와 교류 및 ARCASIA(아시아지역건축사회), 세계건축연맹(UIA) 등에서 활동 해 왔다.

"대한건축사협회 국제위원, 국제위원장, 국제담당이사, 국제위원회 자문위원 등을 거쳐 아시아건축사연합회 부회장 역임 등 국제 교류 활동하면서 우리나라 건축사들의 역량을 아시아 지역과 세계의 건축계에 알리고자 했다. 더불어 제도적으로 개선이 필요한 경우 선진국의 개선된 제도를 배우고 연계하는 역할도 해 왔다. 이미 K-culture는 국제적인 입지가 확고해졌지만 건축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아쉬움이 크다."

ARCASIA 2017(자료제공=신춘규)
ARCASIAACA20
2022 ACA20(자료제공=신춘규)

국제활동을 통해 우리 건축의 현주소를 인식하고, 미래의 방향성을 모색한다는 맥락에서 국제교류의 중요성은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 더불어 국제교류는 건축사로서 세계적인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공공적인 기여를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얻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처럼 신 건축사는 30여 년간 국제교류 업무에 참여하면서 우리 건축의 아쉬운 점들과 가능성을 엿볼 수 있음을 강조했다.

"건축문화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전쟁 이후 지난 70여 년동안 개발에 집중해 경제부흥과 주택공급에만 치중해오다 보니 건축의 문화적인 토대는 미비한 실정이다. 우리의 삶의 수준은 이미 선진국임에도 불구하고 건축문화 의식에 대한 만족도가 낮은 편이다."

"경제적 선진국으로 접어들면서 제도들을 선제적으로 만들고 앞서나가고 있다. 국내에서 설계업무를 40여 년 해오지만 아직도 매번 관련 법규를 확인하고 또 확인해야 한다. 특히 안전 관련 및 친환경 관련 제도 등 제도적으로 경직되어 있기에 창의성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최근 아시아 건축상에서 중국이 거의 절반 정도의 금상을 받는 추세이다. 작품들을 살펴보면 자유롭고 다양한 것이 참 부럽다. 1990년 중반에는 국가가 운영하는 대규모 건축사사무소 중심의 대형 프로젝트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아틀리에를 운영하는 젊은 건축사들의 역량이 국가 차원의 보호 아래 발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건축사들의 사회적 기여에 대한 인식이 나아지길 희망한다. 최근 프리츠커상 수상자들을 보면 사회적 공공기여에 대한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추세다. 우리도 건축사의 지속적인 사회적 기여 측면에서 아이디어를 모으고 실현할 기회들을 많이 가졌으면 한다. 이러한 공공기여 등을 통해서 역량을 강화하고, 사회적인 입지도 다져야 한다. 제도적인 경직성을 개선하고, 창의성을 반영할 수 있는 유연한 제도의 운영도 필요해 보인다. 지역건축센터 등의 설립이 제도적으로 마련되어 있지만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경험있는 건축사들이 건축허가 업무를 지원하고 건축사들의 창의성이 필요한 부분의 극대화가 가능한 건축행정의 선진화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올해 9월 인천에서 아시아건축사대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현재 신 건축사는 아카시아 건축상 컨비너(convener)로서 도움을 주고 있다.

“아카시아 직전 부회장으로서 한국에서 17년만에 개최되는 만큼 멋지게 준비해 우리 건축사들의 멋진 모습과 우리 건축의 우수성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건축사대회와 연계함으로써 7,000여 명이 넘는 전국의 건축사들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ACA21은 이사회/분과위원회 등이 3일 정도 선 개최되고, 마지막 2일 동안 각종 강연과 심포지움 등이 개최된다. 24개국 아시아 회원국에서 1,000여 명의 건축사단체와 대표, 회원, 학생들이 참가하게 된다. 아카시아 모든 건축사들에게 역사적인 항구도시 인천의 매력을 남겨줄 수 있길 기대한다.”

 

CGS 건축 30년과 건축인생 2막... 공공에서의 역할을 통해 얼룩진 건축환경 나아지는데 작은 보탬되고파

미국 유학과 실무를 거쳐 1991년 실무를 다시 시작하고 CGS건축사사무소를 1996년에 설립해 내년이면 30년이 된다. 건축적인 태도는 2005년 건강의 위기를 경험한 후 전환점을 맞았다. 긍정적인 면에 비중을 두게되고 고집스럽게 고수하던 것들도 유연하게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할까?

프로젝트별로 제작한 백서들

“건축주의 가치관을 존중하고, 건축주와 나의 가치 사이에서 합리적인 접점을 찾아가면서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 그러면서 좀 더 건축을 좀 더 즐기면서 할 수 있게 되었고, 그러한 변화들을 통해 다양한 결과물로도 실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2005년 이후 건축인생 2막을 열어준 아임삭 공장과 서울청호빌딩 리모델링, 청강문화산업대학교 프로젝트 등으로 이어졌다. CGS건축사사무소 한켠에는 단 3권만 존재하는 백서가 꽂혀 있다. 건축사, 건축주, 시공자와 한 부씩 나눠 가지는 기록물이다. 회의기록, 도면, 공정표 등 프로젝트에 대한 디테일한 정보들을 엮어 보관 중이다.

“김세영의 「갬블」에서 “수평적 시간에 묶여 있는 존재를 해방시키면, 시간은 더 이상 흐르지 않게 된다. 그것은 수직으로 용솟음친다!!”라는 대사가 있다. 우리의 주어진 시간이 수평적인 시간과 수직적인 시간으로 나눠진다고 한다. 그리고 같은 시간을 수직적인 시간으로 무한정 확장할 수 있고, 이는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서만 이루어진다고 한다. 아직 본인은 반복적인 훈련을 하고 있는 상태라고 믿는다. 그래서 설계 수업에서도 반복훈련의 중요성을 학생들에게 일러주고 내 스스로에게도 되새김질을 한다.”

아임삭 오창 공장, 2008 한국건축문화대상 대통령상(자료제공=CGS건축사사무소)
참실청호빌딩, 2008 서울시 건축상 본상 리모델링 부분(자료제공=CGS건축사사무소)
청강문화산업대학교 창작마을, 2009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자료제공=CGS건축사사무소)
청강문화산업대학교 창작마을, 2009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자료제공=CGS건축사사무소)
청강문화산업대학교 연습도서관(자료제공=CGS건축사사무소)
분당 51.1 주택, 2015 경기도건축상(자료제공=CGS건축사사무소)

“올해 칠순이 되었다. 동호회 축구도 하고 있고, 열정적으로 살고 있다.(웃음) 20년 주기로 마딱드린 인생의 전환기에서 방향 설정이 바뀐 듯 하다. 하지만 실무를 하면서 가장 큰 고민은 건축사라는 직업이 어떻게 사회에서 존중받고 인정받는 전문가가 될 수 있을까이다. 건설에 부수적인 건축설계가 아닌 건설의 선제가 되어야함을 또 한번 어떻게 부각시키고 인식시킬 것인가가 고민이다. 사회적인 대우를 받으면서 또한 사회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된다고 생각한다. 면허대허, 핸드폰 건축사, 덤핑 등 얼룩진 건축환경을 함께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수년 간의 대한건축사협회에서 국제활동과 설계 교수로서의 경험을 해보니 건축사의 사회적 인식 향상은 오히려 공공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보다 적극적인 방법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서울시 건축, 도시건축 및 도시재정비위원을 거쳐, 서울시 건축정책위원, 그리고 행복건설청과 청주시의 총괄건축가를 거치면서 심의, 심사 등에서 건축사의 역할 및 참여 확대를 위해 노력을 함과 동시에 건축분야가 아닌 다른 부서들과의 밀접한 대화를 통해 건축사들의 역할을 강조하고 인식 향상에 노력해 왔다고 자부할 수 있다.”

청주시 총괄건축가 활동 당시 축구를 통한 국제건축사 교류(WA-Cup)(자료제공=신춘규)

신 건축사는 공공에서 봉사하면서 보람을 느꼈던 에피소드들을 전했다. 서울시 건축정책위원으로 실무분과위원장으로 소규모 설계공모제도를 개선하고, 2016년 서울시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총괄건축가 활동을 통해 함께 했던 젊은 건축사들의 역량과 가능성을 보았고 이들의 노력에 의해 개선되는 공간을 보면서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또한 청주시 총괄건축가를 하면서 청주시청사 국제공모 및 설계 총괄이었는데, 하지만 열정을 쏟은 것에 비해 시장이 바뀌면서 백지화되는 경험을 하면서 실망도 컸다고.

앞으로는 후배들을 위해서 설계를 즐기면서 할 수 있도록 공공에서 지속적인 개선을 위해 노력하면서 주어진 삶을 감사히 즐기고 싶다는 계획으로 인터뷰를 마무리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