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서비스의 체계화가 시급하다
시간이 흐르는 것이 유수와 같다는 옛 어른들의 말씀이 절실하게 느껴진다. 건축사란 자격을 취득하고 자신감 가득한 채 사무실을 오픈한 지 30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새해 모처럼 긴 연휴에 건축이란 무엇이며 나는 어떤 생각으로 건축을 대해 왔나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건축은 인간의 삶을 담아내고, 사회적 가치를 창조하며, 도시와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종합예술이자 과학이라고 하고, 또한 건축 설계는 건축물 내부는 물론 주위의 사람과 물건의 움직임을 정해주는 것이라고도 한다.
좋은 건축가는 사람과 공간을 향해 몰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어떤 선배님께서 말씀하셨다. 건축주를 위한 또한 그 건축물을 이용하는 다수의 사람들의 기쁨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각고의 노력을 해왔다고 생각했었다.
수많은 프로젝트에 수많은 날들을 사무실에서 지새우고 동동거리면서 열심히 한다고 생각했었고, 30~40대에는 나름 설계에 대해 자신이 있었는데 요즈음은 건축은 하면 할수록 어렵고 아는 것도 없으면서 오만했었다는 반성과 내가 그린 도면 하나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않다 생각하니 책임과 동시에 더욱 두려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우리 건축사사무소의 사업자 분류로 업태는 ‘전문, 과학 및 기술서비스업’이고, 종목은 건축설계 및 관련 서비스업에 해당한다.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이 제정되었으나, 건축서비스의 범위와 정의가 불분명하다. 사회에서의 요구사항은 늘어만 가고 건축기본법은 우리의 무한책임을 요구한다. 재난 사고가 발생하면 현실적인가에 대한 고민도 없이 법령이 강화되고 건축사 책임도 덩달아 강화되고 권한은 줄어든다.
소규모 다가구주택 하나의 인허가에도 대지에 따라서는 협의부서가 15~20여 곳이다. 그럼에도 건축사의 책임은 그 건물이 멸실 할 때까지 영구적이다. 이러한 무게를 견디면서 다수의 건축사들은 묵묵히 고민하고 연구하며 노력해 가고 있다.
건축주의 요구사항과 사회적 요구사항을 고려하면서 건축물의 용도, 건축물의 기능, 미학적 디자인까지 균형을 고려하여 앞으로의 시대에 우리는 건축주에게 어떤 서비스를 해야 할까?
건축서비스의 체계화가 시급하다.
사업전반을 관리하는 CM(Construction Management)부터 기획, 설계, 감리, 생애주기에 따른 유지관리, 등 업무를 명확히 구분하고, 그에 따른 머리를 쥐어짜는 창작의 대가와 기술적이고 합리적인 용역의 대가를 정당하게 받으면서 온 정성을 다해 내가 사용하고 내가 소유하는 건물이라는 사명감으로 서비스에 최선을 다해보자. 그리하여 클라이언트와의 관계를 대화와 조율 속에서 서로서로 신뢰와 믿음을 바탕으로 감동을 안겨보자. 그리하여 얻어내는 값진 노력의 결과로 희열을 느껴보자. 그리하면 정당한 대가는 따라오게 될 것이다
하지만 말처럼 나와 다른 건축주를 이해시키기가 수월치 않고, 정당한 업무대가를 받기는 더더욱 어렵다. 요즈음 정당한 업무대가를 받아야 하고, 받자고들 한다. 정당한 업무대가를 받으려면 우리가 흔히 생각해 왔던 포괄수가제에서 다른 업종들처럼 업무에 따른 ‘행위별’ 수가제로 전환하고, 이것이 당연하다는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우리는 대한건축사협회라는 큰 단체에 모여있다. 이 단체의 누군가가 어떻게 해주기를 바랄 것이 아니라 내가 단체의 일원으로서 작은 것 하나라도 동참하고 지키려는 노력과 의지가 필요하다.
문득 나에게 지금까지 일을 할 수 있게 기회를 주신 건축주들이 새삼 감사하게 느껴졌다. 특별히 영업이란 활동을 하지도 않았고 설계비가 특히 저렴하다고 할 수도 없는데도 인연을 맺고 의견 조율과 설득를 통해 하나하나 수긍하면서 적극적으로 수용해주신 건축주분들.
희망 가득한 모습으로 사무실을 찾아오신 수많은 건축주를 만났는데, 대부분은 건축사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존중해 주신 감사한 분들이셨다. 도중에 의견 충돌도 있었고, 탈법을 종용하는 욕심을 내신 분들도 없진 않았지만 설득과 배짱으로 자연스럽게 잘 마무리 되었고, 사소하고 미미한 아이디어에도 대단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신 분들이 계셔서 열심히 하고 싶은 의욕도 생겼다.
어떤 후배는 건축사님은 건축주 복이 있나 보다고 했지만 건축주의 욕구를 잘 경청하다 보면 서로 신뢰가 쌓이게 됨을 업무를 할수록 깨닫는다.
건축사는 건축 프로젝트의 전 과정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며, 건축물의 기획부터 설계, 감리, 유지관리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 전문자격자이다.
전문가를 찾은 건축주에게 우리는 법규 준수와 안전성, 기능성, 디자인, 경제성을 고려한 전문적 서비스로 건축주의 의뢰를 수행하고 있다.
기존 일상적으로 우리 건축사가 해 왔던 업무인 기획설계, 단계별 설계, 공사감리 등의 시공관리, 인허가 등의 행정 업무 대행, 유지관리등의 업무에서 나아가 우리의 업역은 광범위하게 넓혀지고 넓혀 가고 있다.
최근에는 AI(Artificial Intelligence)가 화두이다.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서비스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건축허브(HUB)를 통해 설계공모나 통합정보 제공으로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
건축사의 서비스는 단순한 설계를 넘어 프로젝트 라이프 사이클 전반의 리스크 관리 등 건축주의 전략적 파트너 역할로 진화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공공 안전 확보라는 사회적 책임을 수반할 뿐 아니라 지역사회의 문화와 전통을 존중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설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건축은 요구조건 없는 미술 작품과 달리 용도와 사용자가 있어 인간의 생활을 담는 그릇이라고 하고, 건축물의 본질적인 모습은 인간의 움직임이 환경에 어우러지면서 자연과 공존해야 한다고 믿는다.
기술과 재료는 날로 발전하고 있고. 사회의 욕구와 환경적 요구가 넘쳐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건축사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학습과 자기 개발 외에는 대책이 없다.
그러므로 건축사가 되는 길은 책임감과 사명감, 창의력을 동시에 요구하는 숭고한 여정이며, 오늘도 우리 모두는 이러한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건축주의 기대에 맞춰, 아니 기대 이상의 결과를 제공하려고 끊임없는 학습과 도전을 하며 자신의 역량 강화를 위해 부단히 노력해 가고 있다.
2025년 올 한해도 사무실에서 현장에서 고뇌하는 동료 건축사들이 건축의 질적 수준을 높이고 건축사의 사회적 가치를 인정받는 해가 되길 기원하며 건축사들의 파이팅을 외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