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 가봤니? 경기도! - ⑮ 광주시 화담채
화담숲은 LG 상록재단이 공익사업의 일환으로 설치, 운영하는 수목원이다. 2006년 4월 조성승인을 받아 약 5만평에 조성, 2013년 정식 개관했다. 16개의 테마원과 4,000여 종의 국내 자생식물 및 도입식물이 전시되어 있는 이곳은 멸종위기 동·식물 복원을 통해 자연 속에 자리 잡게 하는 생태계 복원을 목표로 한다. 화담숲의 첫 번째 테마원 「화담채」가 올해 3월에 문을 열었다. 이곳은 일년 내내 담소가 끊이지 않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화담채의 외벽은 조경의 배경이 되고, 내부의 공간은 예술 작품을 위해 기꺼이 까맣고 하얀 도화지가 된다. 손님은 자연과 함께 그곳을 거닐며 마음의 위로를 받는다. 화담숲의 사랑채인 「화담채」, 이번 어디까지 가봤니? 경기도!는 사계절의 숲이 숨어 있는 공간의 이야기다.
매표소, 오브제 계단, 별채, 뜰, 본채, 옥상정원, 화담숲으로 이어지는 관람 동선을 따라 아주 천천히 산책하듯 이동했다. ‘화담(和談)’은 정답게 담소를 나눈다는 뜻으로 이에 맞춰 이웃한 지역 건축사님과 함께 걸었다.
자연의 시작인 씨앗을 형상화한 매표소는 송판무늬 흙색 노출 콘크리트로 시공했다. 지붕은 애쓰는 직원을 위해 쉼표 같은 동그란 하늘을 보여주고, 곡면의 외벽은 경사로와 함께 자연스럽게 위쪽으로 관람객의 이동을 돕는다.
암석과 푸른 소나무를 표현한 오브제 계단은 흙색 콘크리트로 되어있다. 재밌는 것은 좌우 벽체 두께가 다르다. 난간의 숨김과 노출의 반복을 통해 인공적이고 정형화된 계단의 느낌을 덜어내고, 불규칙한 자연의 느낌을 주려고 한 것이 아닐까.
오브제 계단은 챌판과 디딤판의 일체형 구조로 계단의 좌우 벽면과 만나는 곳으로 물이 흐르도록 홈을 만들어 놓았다. 계단을 오르는 사람은 발에 물이 닿지 않고, 물은 물대로 반대로 흘러 내려간다.
계단을 다 오르면 자연과 조경과 건축이 어우러진 뜰이 보인다. 그리고 미디어 아트가 상영되고 있는 별채로 이어진다. 별채 내부의 공간은 검은색 도화지가 된다.
별채를 나와서 본채로 가는 길에는 최병훈 작가의 <물의명상 2023>을 만날 수 있다. 항상 움직이고 변화하는 물과 언제나 그 자리에서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바위의 어우러짐을 통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마음을 잠시나마 바위처럼 침묵할 수 있는 조용한 시간이 되었다.
본채는 ‘마당’, ‘사랑’, ‘곳간’ 등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하얀 도화지 벽면 위에 자연을 형상화한 예술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본채의 마지막 공간은 곳간으로 1,085일 화담채를 만들기 위한 백여 명의 전문가들의 노력과 열정의 흔적이 전시되어 있다.
하얀색 공간의 본채를 나오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옥상정원에 오를 수 있다. 화담채의 마지막 장소이다.
이렇게 화담채의 손님맞이가 끝났다. 그리고 화담숲으로의 산책이 이제 시작된다. 매표소 천창에서 보았던 푸른 하늘이 자연생태관에서도 나무와 함께 동그랗게 보인다.
건축은 자연이 자리를 내어주기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 사람은 건축 안에 머물며 자연을 바라보려 한다. 조경은 자연과 사람의 관계를 다시 이어준다. 자연과 건축과 조경이 어우러진 공간이 있다.
이처럼 예술과 조경, 사람과 자연을 위해 배경이 되어준 공간, 그렇게 함으로 모두가 조화로운 공존을 만들어가고 있는 「화담채」, 사계절 변화하는 화담숲의 접객 공간으로써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또한 이웃한 지역의 건축사님과 저절로 즐거운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다.
물러날 듯 물러나지 않았던 여름이 지나가고, 선선한 공기의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10월은 화담숲과 화담채를 방문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가 아닐까?
주소 : 광주시 도척면 도웅리 540
부지면적 : 1,732.81㎡
연면적 : 3,222.68㎡ (본채+별채)
기획 및 주관 : LG상록재단
관리 및 진행 : HSAD, 디앤오
프로젝트 총감독 : 조기상
작품 큐레이션 : 이네아트매니지먼트
참여작가 : 최병훈, 이희원, 이태수, 이석, 정우원, 전아현
건축설계 : 플랫폼 아키텍츠
건축시공 : 자이C&A
공간설계 및 디자인 : 페노메노
실내시공 : 썸 이미지니어링
조명설계 : 이온SLD
조경 : 디자인스튜디오 이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