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ntor’s Interview - 한윤상 건축사
Mentor's Interview
한옥은 우리 고유의 건축이지만 현대시대에서의 한옥은 별도로 전문성을 가지고 경험과 노하우를 가져야만 지을 수 있는 특별한 존재가 되었다. 한옥의 아름다움과 우수한 공간의 프로그램을 현재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연구하고 실현하는 것은 무척 뜻깊은 일이다.
유타 건축사사무소 한윤상 건축사는 꾸준히 한옥 설계를 하면서 공간의 흐름과 전통적 정취를 담아내는 것에 집중해 왔다. 한윤상 건축사를 만나 한옥건축과 현대건축, 역사와 양식이 다른 두 개의 스타일의 건축을 풀어내는 과정을 들어보았다.
Q. 한옥 설계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그 시점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2006년, 우연히 지인의 소개로 한옥 구조의 식당을 설계하게 되었는데, 한옥을 잘 모르던 시기였기에 현대건축처럼 접근했었습니다. 그 경험을 통해 전통 건축에 대한 부족함을 절실하게 느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후 운이 좋게도 처음 맺었던 건축주와의 인연으로 남한산성 행궁 복원 사업 등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심의를 받기 위해 전국의 전통 건축 자문 위원들을 찾아다니며 이야기를 듣고 적용하면서 배워갔습니다. 하지만 전통 건축에 대한 갈증은 풀리지 않았기에 2008년 명지대학교 전통 건축 석사과정을 거치면서 다져갔습니다.
한옥 설계를 선택한 또 하나의 이유는 현대건축을 하면서 누군가가 이미 만들어 놓은 것을 차용 또는 변용하므로 나의 것이 아닌 듯 허한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하지만 한옥 설계를 진행하면서는 그런 부족한 부분들이 대부분 채워졌습니다. 우리나라의 역사와 함께한 자연 발생적인 한옥을 이해하면서, 그동안 현대건축 설계 과정이 허무하게 느껴지기까지 했습니다. 이후 한옥 공부와 설계는 2016년까지 계속 이어졌습니다.
Q. 한옥이 일반적인 현대 건축물과 비교해 어떤 부분이 가장 매력적으로 느껴지시나요?
한옥에는 열림과 닫힘, 높음과 낮음의 리듬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옥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마루’라고 생각합니다. 가족이 함께하면서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공간입니다. 마루가 없는 한옥은 양옥과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있기에, 난방의 온돌, 차가운 마루가 있습니다. 그리고 일본이나 서양처럼 복도를 통한 방의 접근이 아닌, 마루를 통해 각 방으로 연결됩니다. 현재, 다수가 거주하고 있는 콘크리트로 된 우리나라 아파트의 시작은 마루로 대표되는 한옥의 공간 구조에서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Q. 지금까지 한옥 설계를 진행하시면서,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을 소개해 주세요.
양평군 강하면 동오리의 ‘구림재’가 가장 애착이 갑니다. 처음에 땅을 보았을 때, 전원주택을 짓기 위해 석축이 쌓여 있었습니다. 막대한 비용이 투입된 구조물이었지만, 건축주를 설득하여 모두 해체하였습니다. 그 후에 배치를 다시 구상하여, 누하 진입을 통해 마당을 먼저 마주하도록 했습니다.
마당을 중심으로 누마루 등의 공간들을 계획하여 각각의 공간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했습니다. 결국, 증축까지 고려할 정도로 대지의 활용도를 높였고, 처음에 건축주를 설득한 것이 결과적으로 옳은 판단이었음을 증명하게 된 뿌듯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Q. 한옥뿐만 아니라 현대건축도 설계하시는데 두 가지를 비교해서 설명 부탁드립니다.
한옥의 구성 요소는 기단, 몸체, 지붕으로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몇 가지 부재의 역할만 알면 설계의 어려움은 크게 없습니다. 오히려 구조적인 것보다 역사성을 이해하는 것이 더 어렵습니다. 현대건축과 비슷하게 기능적인 부분만 잘 고려한다면, 한옥도 잘 풀어갈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Q. 그간 작업한 한옥들은 주택뿐만 아니라 음식점 등 근린생활시설도 많은데, 현대건축과 한옥 설계 양쪽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궁금합니다. 한옥 설계의 변용 가능성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한옥 설계를 진행하면서 현대건축의 헛헛한 부분이 채워졌습니다. 오히려 전통 건축의 장점을 현대건축에 적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현대건축을 설계하는 건축사님들이 한옥을 공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옥의 역사는 사라지지 않았으며 현재도 진행 중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현대건축을 설계한 경험이 전통 건축에도 적용된 사례도 있습니다. 남한산성 ‘순교성지성당’은 현상설계로 당선되었는데, 내부 기능을 현대건축의 프로세스를 적용하고 외관을 한옥 구조로 설계했습니다. 오히려 한옥만 설계했었던 다른 참여자들이 내부의 기능을 해결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또 중요한 것은 시대의 흐름에 항상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재 한옥으로 스튜디오와 이벤트를 함께하는 사진관을 설계하고 있습니다. 한옥은 일반 건물보다 공사비와 공사 기간이 많이 소요되기에 건축주가 한옥을 고집하는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돌아온 대답은 코로나 이후에 가족 단위의 모임으로 행사가 많이 축소되었지만 가족 중에는 60대 이상의 연령층에서 아직 한옥에 대한 향수가 많이 남아있다는 것입니다. 젊은 층도 한옥에서 색다른 매력을 느끼기에 이벤트의 공간으로서 수요가 늘고 있어요.
그리고, 한옥의 공간은 형태적인 것 이상의 재미난 부분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면 3~4평의 공간을 그냥 비워둡니다. 살아가면서 필요에 따라 그 공간을 사용자가 채울 수 있도록요. 이를 현대건축에 적용하면 건축주들이 살아가면서 매우 만족합니다. 그만큼 무언가 우리에게 익숙한 부분은 쉽게 받아들여지기 때문입니다.
Q. 올해 광주지역건축사회 회장에 취임하셨습니다. 요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이며, 회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현재 가장 큰 고민은 회원들의 먹을거리와 생존에 관한 것입니다. 그리고 회원들이 오래도록 함께 하는 것입니다. 함께 실력과 입지를 공고히 해 전문가 단체로 거듭나는 것입니다. 그래서 불합리한 부분을 인지하고, 우리의 목소리를 모아서 관과 의회에 전달하는 것도 중요한 일입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우리의 위상을 높이고 더 많은 건축사들이 광주지역건축사회에서 활동하면서 발전하면 좋겠습니다.
Q. 끝으로 인터뷰 소감 한마디 하신다면요?
저뿐만 아니라, 주변 건축사분들 중에서도 전문 분야에서 연구하고 활약하고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 분들을 찾아서 회원들에게 도움이 되는 글들이 많이 실리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