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캐스트 콘크리트, 주택공급 혁신의 미래

Precast concrete, The future of innovative housing supply

2024-04-30     최인영 기자

삼표피앤씨㈜ PC영업담당 손호균 상무

건설현장 인력의 고령화와 인건비 급등,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건설현장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탈현장 건설(Off-Site Construction : OSC)을 이끄는 대표 공법인 프리캐스트 콘크리트(PC : Precast Concrete) 공법이 반도체, 플랜트, 물류센터, 지식산업센터, 지하주차장을 넘어 주택 등 다양한 건축물로 확대 적용되고 있다. 이 같은 추세에 맞춰 오랜 기간 보완되지 않았던 PC 공법 관련 설계 및 시공 기준에 대한 개정작업까지 이뤄지고 있는 만큼 다양한 분야로 PC공법이 활성화될지 주목된다.

건축PC공법 제품 종류와 적용 분야(삼표피앤씨 자료)

지난해 국토부는 건축공사 표준시방서를 개정하면서 ‘코로나19 이후 물류센터, 공장, 건축물 지하 주차장 등 건축물 PC공사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안전성과 시공품질 확보를 위해 시공기준을 신설했다’고 설명했다. 과거 PC공법이 활발하게 적용됐던 시기인 1992년 건설교통부(현 국토부)가 ‘PC 조립식 건축 공사표준시방서’를 제정한 이후 약 30년 만의 일이다. 지난해 시공기준의 신설과 함께 올해는 PC구조설계기준을 개정하는 작업이 막바지 단계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PC공법의 공동주택 적용을 위해 2년여간의 개선 작업을 진행했고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최신 기술동향 등을 반영해 구조설계기준을 최신화했다.

국토부는 개정된 설계코드(KDS)인 ‘KDS 41 20 10’을 올해 하반기에 공표할 예정이다. PC구조설계기준 역시 시공기준과 마찬가지로 1992년 제정된 이후 제대로 보완이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제정된 설계기준의 세부기준 도입부에 ‘PC 건물의 설계는 PC 조립식 건축구조 설계기준에 따를 수 있다’는 조항이 그대로 남아있다. 이는 지금까지도 따르는 지침이 돼왔다. 특히 기존의 설계기준이 PC 조립식 주택의 층수를 높이 기준 40m인 15층 이하로 제한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허들로 작용했다. 이미 오피스와 물류센터, 반도체공장 등 높이 40m를 초과하는 PC 구조물이 활발히 지어져 있는 것을 보면 사실상 해당 조항이 사문화(死文化)됐음을 알수 있다. 그러나 연구기관과 민간에서는 이를 규제로 받아들여 초고층 PC 주택에 쉽사리 도전하지 못했다.

PC구조설계기준 개정을 통해 PC 공법의 내진성능 기준과 높이제한 규제를 해소하고, 표준 시방서 내 시공기준까지 신설된다면 PC 콘크리트 품질확보 등 PC 공사의 제도적인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건축물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구조 설계기준 제정(PC구조 15층 이하 제한 페지, PC내진설계 규정 추가)과 다양한 실험을 통한 PC와 RC(철근 콘크리트)의 접합부 성능 비교 등의 주요 개정 내용들로 중앙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올해 10월경 공표예정이다.

미국, 중국, 싱가포르, 일본 등 해외에서는 이미 PC공법 도입에 적극적이다. 특히, 일본의 경우 지진, 태풍, 호우가 작음에도 매년 50~70동 정도의 초고층 아파트를 건설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pc공법이 적용된 일본 도쿄 토라노몬힐즈 레지덴셜타워의 모습, 2022년 1월 개장된 54층, 222m의 초고층 아파트(사진=손호균)

건설업계에서는 PC공법 확대를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 제공 등의 정책적 지원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다. 예를 들면, PC공법의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방향성은 공공(公共)부분 발주 우선화다. 공공공사에서 PC공법을 우선적으로 발주해야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다. 다시말해 PC공법을 적용한 공공건물을 모델로 활용해 성능 평가 및 효과를 보여줄 수 있다는 의미다.

이같이 구체적인 움직임을 끌어낼 동력은 PC공법의 성능을 평가할 항목 및 제도를 도입하는 방법이 있다. PC공법을 적용한 건물의 안전성을 중심으로 거주성, 내구성 등 성능을 인정할 대상을 확대해 객관적으로 품질을 높일 수 있다. 세제 지원 방안 역시 중요한 인센티브가 될 수 있다. PC공법을 적용한 부재의 생산 및 설비 구축, 초기 투자비 등에 대한 세제 지원을 확대한다면 긍정적인 기대감을 키우기 충분하다. 투자자금 회수 기간을 고려해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등 제도적 방안이 뒷받침 된다면 다양한 분야에 PC공법을 활성화하고 지속 가능한 건설산업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무엇보다 민·관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PC 사장 활성화를 위한 제도 및 정책 등 다양한 개선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관’의 움직임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국정과제인 모듈러주택 활성화와 OSC산업 선도를 위해 「2030 LH OSC주택 로드맵」을 수립하고 연내 국내 최초 모듈러주택 스마트 턴키방식(설계·시공 일괄입찰)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과거 OSC 방식은 프로젝트 위주의 단발성 시범사업으로 시행돼 경제성이 떨어지고 공사기간 단축 효과가 다소 미흡했었다. LH는 이번 로드맵을 통해 2030년까지 공사기간 50% 단축, 기존 공법 수준의 공사비 확보 등을 목표로 한 중장기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점진적으로 모듈러·PC 주택 발주를 확대(’23~25년 1,000호/年→’26~29년 3,000호/年)해 나갈 예정이다. 이는 국내 OSC 주택시장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모듈러주택 설계 표준화 및 제품화를 위한 LH 자체기술을 개발하고, 민간 신기술도 검증할 수 있는 Test-Bed를 제공할 것으로 내다본다. PC 공동주택 확대 관련 LH는 경기 안산시에 위치한 안산신길2 A-5블럭 아파트를 PC공법으로 올해 착공할 예정이다. 이 사업은 전체 단지 중 1개 동만을 PC공법으로 짓는 평택고덕 실증사업과 달리 전체 447채 규모 전체 단지에 PC공법을 적용하게 된다.

‘민’의 경우는 조금 더 세밀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PC공법을 적용할 때 부재 설계와 제조 과정을 표준화해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이 있다. 또 새로운 기술과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도 있다. 더불어 PC공법의 경제성을 높이기 위해 현장에서의 작업량을 최소화하고 효율적인 공정을 도입해야 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시야를 넓혀 품질 향상 측면에서 바라보자면, PC공법을 적용한 공동주택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설계, 제조, 시공 등의 과정에서 품질 관리를 강화하고 접합부의 구조 상세와 부분 누수, 결로, 진동 등을 개선하는 방안을 함께 연구해야 한다.

「2030 LH OSC주택 로드맵」이 발표로 주사위는 던져졌다. 건설업계와 관련 당국이 PC공법을 활용한 공동주택의 성공 사례를 공유하고 기술의 장점과 적용 방안 및 인식을 제고해야 한다. 특히, PC업체들의 역할과 책임이 중요하다. 과거와 달리 PC 아파트의 확실한 공기절감 효과를 정량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표현하고 증명해야 할 수 있어야 한다. 사전 프리콘 단계에서 현장타설 공법 대비 PC 공법 적용시의 공기절감 목표를 수립하고, 이를 맞추기 위한 설계 및 부재 표준화, 시공 표준화 등을 강구한다면, 30년 만에 다시 찾아온 건설산업 생산성 혁신의 기회를 잡을수 있을 것이다.

손호균 상무

삼표피앤씨㈜ PC영업담당 손호균 상무

연세대학교 지구시스템과학과를 졸업하고 동 경영전문대학원에서 경영석사 학위를 취득하였고, 삼표그룹에서 레미콘 등 그룹 핵심 사업에 대한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였다. 

현재는 삼표피앤씨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영업담당으로 건설생산 방식의 혁신과 변화를 위한 PC공법의 현장 적용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sohn@samp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