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세대 정영선 조경가의 공간, 다큐멘터리 영화 〈땅에 쓰는 시〉
<땅에 쓰는 시>는 국내에 ‘조경’이라는 개념이 자리 잡기 시작한 때부터 지금까지 무수히 많은 ‘처음’의 발자취를 남기고 있는 1세대 조경가 정영선의 땅에 관한 철학을 전하며 그의 아름다운 공간들로 4월 17일 관객들을 초대한다.
정영선 조경가는 1973년 처음 설립된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조경학과 1기 졸업생이자 한국 1호 국토개발기술사(조경)를 획득한 최초의 여성 기술사이다. 지난 2023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조경계의 최고 영예상이라 불리는 세계조경가협회(IFLA) ‘제프리 젤리코상’을 수상하며 그의 국제적인 위상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땅에 쓰는 시>에서는 정영선 조경가의 손길이 닿은 친숙하고도 눈부신 장소들을 충실히 담아내며 오감이 즐거운 경험을 선사한다. 특히, 공간이 간직하고 있는 특성과 그곳을 이용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주변의 환경까지 고려하는 그의 작품관은 ‘공원’의 개념을 확장시키며 더욱 깊은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정영선 조경가는 정원을 만드는 것이 단순히 꽃을 심고 나무를 기르는 것이 아니라 치유와 회복의 장이자 자연을 보살피고 서로 소통하는 장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터가 가지고 있는 특성과 정신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공간, 사람, 자연의 관계를 잘 읽어내는 데 집중해왔다.
생태학자를 초빙하고 김수영 시인의 ‘풀’을 낭독하면서까지 지키고자 했던 국내 최초의 생태공원 ‘여의도 샛강생태공원’(1997), 기존의 정수 시설을 그대로 살린 국내 최초의 재활용생태공원 ‘선유도공원’(2002), 왕성한 생명력으로 환자와 마음이 힘든 가족들 그리고 의료진까지 모두를 품어주는 ‘서울 아산병원’(2007), 과거와 오늘을 잇는 철길을 그대로 살리고 시민들이 직접 경작하는 동네 텃밭이 있는 ‘경춘선 숲길’(2016)까지. <땅에 쓰는 시>는 언제나 사람과 자연의 관점에서 치열하게 고민해온 ‘땅의 연결사’ 정영선 조경가의 궤적을 따라가며, 관객들로 하여금 일상의 위로를 건네는 공원의 아름다움은 물론, ‘조화’를 잃지 않는 삶의 태도로써 공원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삼국유사 속 ‘검이불루 화이불치’라는 말처럼 ‘소박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은’ 우리의 전통 미학에 뿌리를 둔 그만의 아름다움은 땅이 간직한 고유의 맥락을 읽어 시를 그리듯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1세대 조경가의 진심 어린 철학을 전하며 새로운 배움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간다.
이 밖에도 <땅에 쓰는 시>는 정영선 조경가가 탄생시킨 ‘오설록 티 뮤지엄’(2011), ‘북촌 설화수의 집’(2021), ‘성수 디올’(2022) 등 여러 핫플레이스까지 다채롭게 담아내며 지금까지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현역이자 여성 리더 정영선의 모습으로 많은 귀감을 전할 예정이다.
<땅에 쓰는 시>은 <이타미 준의 바다>, <위대한 계약: 파주, 책, 도시> 등 웰메이드 건축 다큐멘터리를 배출한 정다운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번 작품은 정다운 감독의 세 번째 장편 다큐멘터리이다.
그는 공간과 자연, 건축과 문화를 연결하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오며 건축문화대상 건축문화진흥부문 대통령상(2022), 국제건축영화제 건축문화공헌상(2021)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정다운 감독은 건축과 도시를 자연과의 관계성 안에서 탐구하는 과정을 거치며 그 사이를 연결하는 ‘조경’의 중요성을 자연스레 인지하게 된다.
정 감독은 자연의 생명력을 전하고 지키기 위해 줄곧 노력해온 정영선 조경가의 철학을 통해 자신이 오랫동안 품고있던 질문인 자연의 복원과 치유에 대한 희망을 풀어나가고자 결심한다. 그렇게 영화는 땅을 향한 진심이 담긴 그의 공간들이 우리가 꿈꾸는 내일을 향한 해답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암시를 넌지시 전하며, 과거를 거쳐 미래를 바라보는 그의 시간들을 하나하나 짚어 나간다.
영화는 ‘사계절’을 중심 테마로 구성하여 다채롭고도 풍성한 볼거리를 전한다. 정 감독은 “조경가는 삶 속에서 자연의 요소와 사람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에 ‘자연의 계절적 변화’라는 기본 특질을 담는 것은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부분이었다”라고 설명하며 각 공간과 매 순간이 간직하고 있는 풍경의 디테일을 표현하는 것에 가장 주안점을 뒀음을 밝혔다. 이처럼 영화는 사라져가는 사계절의 풍미를 만끽할 수 있는 경험을 선사하며, 풍류를 즐기는 듯한 황홀한 드론 촬영과 생명력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클로즈업과 같은 시공간성의 미학적 전달을 위한 여러 촬영 기법을 통해 자연이 선사하는 심미적 즐거움을 극대화한다.
CAST
정영선 조경가
“조경은 혼자 하는 작업이 아니에요. 여러 분야의 전문가와 일꾼들이 지혜를 모으고 힘을 다해야 완성되지요. 협력과 조화, 그리고 무엇보다 땅을 아끼고 사랑하는 심성이 필요합니다.”
한국 1호 국토개발기술사(조경)를 획득한 최초의 여성 기술사이자 국내 조경의 내일을 그리는 1세대 조경가.
WORKS
1984년 아시아선수촌 아파트, 아시아공원/체육공원, 예술의전당, 광릉수목원
1990년 93’ 대전 엑스포 1997년 여의도 샛강생태공원, 국립중앙박물관 1998년 호암미술관 ‘희원’
2001년 서울대공원 생태동물원 2002년 선유도공원
2004년 국립과천과학관 2005년 청계광장/청계천 1공구 경관 및 조경설계
2007년 서울 아산병원 2011년 제주 오설록 티 뮤지엄, 원 다르마 센터 뉴욕
2016년 경춘선 숲길, 서울식물원, 아모레퍼시픽 신사옥 외 다수
AWARDS
1990년 국무총리표창 1992년 서울시 조경상
1995년 서울시 조경상, 환경문화대상 1996년 대통령국민포장
1997년 총무처 장관 표창, 해운항만청장 표창 1998년 환경문화대상
2003년 서울시건축상
2004년 한국건축가협회상, 김수근문화상, 세계조경가협회(IFLA) 동부지역회의 조경작품상, 미국조경가협회(ASLA) Professional Award
2006년 세계조경가협회(IFLA)상 2023년 세계조경가협회(IFLA) 제프리 젤리코상
:: 정다운 감독 ::
중앙대학교 영화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건축대학원에서 ‘건축과 영상’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공간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에 관심을 두고 시각매체를 활용한 인간과 건축, 자연, 공간을 연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이타미 준 : 바람의 조형]을 위한 영상 ‘또 다른 물, 바람, 돌’을 시작으로 [김종성 건축전], [김태수 건축전]의 영상, 2016년 방송통신진흥기금 지원작 <한국 현대건축의 오늘>을 연출했다. 2012년에는 김종신 감독과 함께 건축·다큐멘터리 전문 영화사 ‘기린그림’을 설립, 한국 건축계와 문화를 연결하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오며 2022년 건축문화대상 건축문화진흥부문 대통령상과 2021년 서울국제건축영화제 건축문화공헌상을 수상했다. 오는 4월 17일 개봉을 앞둔 <땅에 쓰는 시>는 2019년에 개봉한 <이타미 준의 바다>, 2022년에 개봉한 <위대한 계약: 파주, 책, 도시>에 이은 ‘기린그림’의 세 번째 장편 다큐멘터리이다.
FILMOGRAPHY
<땅에 쓰는 시> (2024), <위대한 계약: 파주, 책, 도시> (2022), <이타미 준의 바다>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