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사무소 개소와 경영의 ‘막막함’을 나누다
하하하건축사사무소 고성철 건축사
젊은 건축사, 신진 건축사, 1인 건축사사무소, 소규모 건축사사무소... 이번 인터뷰의 주제로 떠올려 보다가 각 단어들 이면에는 적절한 대표 단어로 묶기에는 힘든 예외들이 있었다. 50대이고 어느 정도 일이 궤도에 올라 있지만 혼자서도 사무실을 잘 운영하고 있는 건축사도 있을 것이고, 30대이지만 프로젝트도 여러 개 진행하고 있고 직원도 여럿 두고 제법 정착한 건축사도 있을 것이다.
연령대가 어느 정도이든 직원수가 몇 명이든 개소한지 얼마가 되었건 건축사사무소 ‘경영’에 포커스를 맞추다 보니 대표 단어를 하나로 정하기 힘들었다. 게다가 건축사시험을 합격해 놓고 개소를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설계라는 것 외에 건축사사무소를 경영해 이윤창출까지 이어질 수 있기 위해서는 아주 사소한 부분에서부터 어디에 문을 두드려 도움을 청할지 막막할 것이다. 젊고, 새롭게 시작하고, 시작했지만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건축사들이라면 사소하더라도 직접 부딪혀서 겪은 경험담이 아주 도움이 될 것이다.
사소한 경험담 속에서 힘을 얻는 사람들
경기도 광주시에서 하하하건축사사무소를 운영 중인 고성철 건축사는 40대를 막 시작했다. 하하하건축사사무소의 ‘하하하’는 세 명의 자녀 주하, 제하, 조하의 ‘하’자(字)를 의미하기도 하고, 긍정적이고, 친근하고 활력 넘치는 보편적인 이미지를 담았다고 한다.
일기를 쓰듯 블로그에 소소한 일상을 기록하며 건축사로서의 업무와 삶의 균형을 이루어가는 과정을 담아왔다. 2014년 건축사시험에 합격하고, 2019년 하하하건축사사무소를 개소하고 2021년 9월을 맞이하기까지 자신의 경험을 묵묵히 기록해왔다.
개소 전 배우자와 상의하는 과정이라든지 1인 건축사사무소로서 자신의 업무와 그 외 일과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첫 수주와 프로젝트 경험담, 지역건축사회 가입 시기, 사무실 입지, 마케팅, 개소 초기 했던 실수들, 설계비 산출 및 협의 노하우 등등 300여 개의 게시물로 남겼다.
그러면서 자신처럼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면서 겪는 고충에 공감하는 사람들의 피드백은 기록의 동력이 되었다. 건축사시험 준비생, 개소 준비 건축사, 공무원, 선후배 건축사 등 다양한 사람들과 서로 격려하고 정보를 공유하면서 차근차근 ‘쓸모있는 데이터’를 만들어가는데 관심을 옮겨갔다.
“개소 전 실무 경력을 쌓았던 ㈜현대종합설계건축사사무소에서 경영지원 업무를 하면서 자료를 찾고 정리하여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자료를 만드는 과정에서 단련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개소를 준비하고 건축사사무소 운영을 하면서 익혀나간 부분들을 써내려갔죠. 하지만 글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더라구요. 그래서 조금 더 정리된 내용을 만들고 공유할 수 있는 오프라인 모임으로도 이어졌습니다.”
2년 동안 50여 명의 사람들과 13번의 오프라인 모임을 진행했다. 고 건축사는 모임 진행 전에 가장 궁금한 질문 5가지를 먼저 받아 답변을 정리하고, 오프라인 모임 후에도 꾸준히 ‘데이터’ 만들기에 집중했다.
30~40대 개소를 준비하는 건축사들이 많이 모임에 참석하고, 여성 비율도 상당히 높고, 공무원, 이미 건축사사무소를 운영 중인 건축사, 건축사시험 준비생도 있었고, 수도권과 5대 광역시에서 많이 찾아왔다는 그간의 변화를 기록하는 것도 중요한 과정이다. 그 과정을 반복하면서 자신도 함께 성장해오고 있다고 한다.
오프라인 모임에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 Top5는 1위 수주 방법(영업과 홍보 전략), 2위 개설과 운영 비용, 3위 사무소 운영 노하우, 4위 설계비 산출기준, 공동 5위 건축사사무소 입지와 지역건축사회 가입 장단점이었다고 한다. 오프라인 모임에 일정이 맞지 않거나 거리가 멀어 함께하지 못하지만 정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요청으로 그간의 자료를 정리해 최근 Secret Book을 제작해 판매하기도 했다.
끊임없는 선택과 집중, 그리고 경영자 마인드
실무경험을 쌓았지만 오롯이 내 이름을 걸고 홀로 서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일이다. 전문성을 쌓고 주체적으로 결정하고 설계에도 자신의 건축관을 담아내기 위해서는 녹녹치 않기 때문에 고 건축사의 일상적인 기록들이 공감을 얻었다.
“하루는 제 시급이 얼마나 되는지 계산해 보았습니다. 직원을 한 명 고용한다는 것은 비용과 직결되고 저의 제반 상황들과 연관해서 다시금 고민해 보았습니다. 경영 전반에 관한 노하우를 쌓는데는 시간이 필요하고, 30·40대에는 나름의 체계를 다지는 것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직원 없이 운영할 수 있는 현 상태에서는 미래를 위해 시간이 될 때 건축사 업무 관련 교육을 빠트리지 않고 받아두고 있습니다.”
경영자의 마인드로 사업적으로 이익을 내고 있는지 정기적으로 정리하고, 전년도와 비교 분석하는 과정들도 필요했다. 그래서 예비창업보증 제도, 자필사업계획서 작성, 개업자금 구하기, 건축사공제조합 가입과 같은 개소 준비 내용이나 2개월차 ‘운영자금 및 수주’, 4개월차 ‘계약 후 활동’, 6개월차 ‘온라인마케팅’, 8개월차 ‘비수기 버티기’, 10개월차 ‘새로운 고민’ 같이 고군분투하면서 성장하는 운영상황을 주제로 한 글은 꾸준히 호응이 높다고 한다.
“시작은 3년 안에 좋은 쪽으로 하하하건축사사무소 ‘소문내기’였습니다.” 블로그 외에도 온라인 카페, SNS, 온라인 마케팅 서비스와 같은 소통 채널에 문을 두드리면서 꾸준함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누가 대신 해주는 것이 아니기에 능동적으로 내실을 다지고, 인지도를 높이는 노력을 해왔다. 하하하건축사사무소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찾고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
블로그의 글 중간 중간 고 건축사가 작성한 표에서는 무엇을 선택하고 어디에 집중할 것인가가 일목요연하게 드러나 있다. 고민 되는 상황에서 장단점을 따져보고 결론을 내리는 과정을 가감 없이 공유했다.
고 건축사는 광주지역건축사회 소속으로 법제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지역건축사회 가입 과정도 자세하게 기록하였는데, 선배님들, 동료들과 경험을 격의 없이 공유하고, 지역에서의 이슈들에 좀 더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고, 복지혜택 등의 장점도 있다고 전했다.
“제가 건축사사무소 개소 및 운영에 대해 온오프라인으로 소통하면서 공유하는 내용들처럼 경기도건축사회에서도 다각적으로 지원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장비 공유라든지 협업 등 소규모건축사사무소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부분의 지원도 기대해 봅니다.”
설계비대가 산출기준이나 경영에 대한 교육은 물론, 기술 발전과 환경 변화에 맞춰 법의 디테일한 변화도 필요하고, 1인 건축사사무소나 소규모건축사사무소들이 협업을 통해 대형 프로젝트에도 참여하면서 전문성도 키울 수 있으면 하는 바람도 전했다.
고성철 건축사는 ‘건축사로서 잘 성장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진다. 결국 건축이라는 긴 여정 속의 낱개의 프로세스를 이어주는 것은 ‘사람’이고, 그 관계인 ‘인연’에 다시금 생각이 닿는다고 전했다. 앞으로도 꾸준히 기록은 이어나갈 것이고, 좀 더 현실적인 노하우를 공유하는데 시간을 할애할 계획이라고 마무리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