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관할 법원에 관하여

 김준우 변호사

- 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

- 서울대학교 사법학과 학사, 사법연수원 제32기

- 건국대학교 부동산대학원 석사

- 중앙대학교 건설대학원 석사

- 중앙대학교 건설대학원 박사 수료

 

건축사와 변호사는 많은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열심히 공부해서 자격증을 취득해야 하나, 자격증 취득만으로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란 점이 같고, 의뢰인이 길을 가다 물건을 사 듯 전혀 모르는 건축사나 변호사에게 일을 맡기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는 점도 같다.

의뢰인들은 처음 일을 맡길 때에는 이러한 인연 때문인지는 몰라도 일이 잘 끝나면 당연히 보수를 지급할 것처럼 말하지만, 정작 일이 끝나면 태도를 바꾸는 사람이 많다. 물론, 일을 하는 과정에 의뢰인들도 하고 싶었으나 하지 못한 말들은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의뢰인은 일이 잘 끝난 이상 약속한 보수를 지급해야 하는데, 왜 그렇게 핑계가 많은지 모르겠다. 상대방에게 돈을 받지 못해 보수를 줄 돈이 없다거나, 조금만 기다려 달라거나 하면서 차일피일 지급을 미루는 의뢰인들이 늘고 있고 이에 참다못한 변호사들도 의뢰인을 상대로 보수를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하고 있으며 필자도 여러 차례 제기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주변의 건축사들을 보면 이러한 상황은 판박이인 듯하다. 잦은 야근과 주말근무로 몸을 축내가면서 촉박한 시간 내에 설계업무를 끝내고도 설계가 잘못 되었다거나, 분양이 잘 안 된다거나 등의 이유로 미수금을 안 주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건축사들이 체결한 계약서를 보면, 어디에서 만든건지 알 수 없는 계약서를 사용하거나, 국토해양부에서 만든 건축물의 설계표준계약서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모두 관할에 대해서는 별다른 고려 없이 만들어져 있어 이에 대해 문제점을 말하고자 한다.

미수금을 청구하는 소송은 민사소송이고, 민사소송의 절차에 대해 규정하는 법률이 민사소송법이다. 민사소송법 제2조는 “소는 피고의 보통재판적이 있는 곳의 법원이 관할한다”라고 정하여 원칙적으로 소송은 돈을 안 주는 건축주의 보통재판적, 즉 주소를 관할하는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그런데 만일 건축사는 서울에 사는데, 건축주가 예를 들어 전북 전주에 있으면 어떻게 될까? 계약서에 아무런 규정이 없으면 원칙적으로 전주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해야 하며, 이 때 건축사가 직접 소송을 제기한다면 변론기일마다 전주로 내려가야 한다. 서울에서 전주까지는 고속버스로 갈 경우 시외구간만 2시간 40분, KTX로는 1시간 23분인데, 왕복시간이나 배차간격을 생각한다면 아무리 서두르더라도 반나절, 경우에 따라서는 한나절이 소비된다.

그러나 원칙이 있다면 예외도 있는 법. 민사소송법은 특별재판적이라는 용어로 많은 예외를 두어 꼭 건축주가 사는 곳의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지 않더라도 괜찮도록 정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제8조이며, 제8조는 “재산권에 관한 소를 제기하는 경우에는 지급지의 법원에 제기할 수 있다”라고 정하여 용역대금을 지급할 곳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고 있다. 용역대금은 법률상 지참채무라고 하여 채권자인 건축사의 현재 영업소에서 지급해야 하므로 결국 건축사는 자기 사무소가 있는 곳의 법원에서 편하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관할은 당사자가 합의하여 변경할 수 있는데, 문제는 이렇게 민사소송법상 인정되는 여러 관할 중 하나를 관할로 정하는 경우 그 해석이 문제가 된다. 이렇게 정한 관할을 합의관할이라고 하는데, 원래 민사소송법이 정한 관할 중 하나를 합의관할로 정하면 그 관할에 해당하는 법원 외의 법원에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통상 설계용역계약서에는 건축주 주소지를 관할법원으로 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상의 설명에 따르면 위 조항이 없다면 편안하게 건축사 사무소 주소지에서 제기할 수 있는 소송을 건축주가 있는 곳의 법원까지 가서 소송을 제기하고 수행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결국 계약서는 어느 하나 허투루 볼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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