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제공=아트북스)

“나를 가르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중국인 최초, 건축계의 노벨상 프리츠커 최연소 수상자

건축가 왕수의 건축문화 에세이

중국인 최초,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 최연소 수상자 건축가 왕수(王澍, 1963~ )의 책 『집을 짓다』가 아트북스에서 출간되었다. 중국 사회에 중대한 변혁이 발생한 1980년대 혼란기 속에서 자신만의 독보적인 건축관을 구축하고, 오늘날 중국미술대학교 샹산캠퍼스, 닝보박물관 등의 건축물을 통해 중국의 자연과 역사,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세계를 놀라게 한 건축가 왕수. 그의 인생과 건축관을 한마디로 규정하자면 바로 ‘Delight in Disorder(부조화 속의 조화, 멋진 무질서)’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언뜻 형용모순으로 들리는 이 말은 건축사 왕수(王澍)의 건축 인생을 한마디로 대변할 수 있는 용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건축수필집을 표방하고 있는 이 책은 집을 짓는 행위에 대한 일종의 도도한 잡설집(雜說集)이다. 수필, 회고록, 논문, 인터뷰, 사진, 산수화 등 다양한 읽을거리와 볼거리로 구성되어 있지만, 왕수 자신의 대표적인 건축물을 짓는 과정에서 부딪히는 각종 에피소드를 펼치면서 그의 기저를 이루는 사색의 깊이와 자연에 대한 사랑도 드러내 보인다.

마치 주변의 원림에 발을 들여놓았다가 점점 그윽하고 깊숙한 산속의 비경으로 빠져드는 느낌이랄까? 아니면 심오한 철학 세계를 거쳐 현실 세계로 비로소 빠져나온 듯한 느낌이랄까? 이 책은 마치 풍부한 차이를 모아 살아 숨 쉬는 집을 지으려는 그의 건축 유형학과 닮아 있다.

중국 건축계의 아이돌 왕수가 들려주는

‘나의 작품, 나의 건축관’

프리츠커상 자체가 ‘반역’이란 말로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으니, 왕수가 건축을 대하는 태도 역시 프리츠커상의 수상자로 손색없다. 그는 대학 2학년 때 “나를 가르칠 사람은 아무도 없다”라고 호기롭게 선언하며 독학을 결심했고, 스물네 살에 논문 「현대 중국 건축학의 위기(當代中國建築學的危機)」를 써서 중국 근대 건축계와 건축사를 비판했다. 그가 이 논문에서 비판한 대상은 지도교수는 물론이거니와 톈안먼 광장의 인민영웅기념비와 중화인민공화국 휘장을 설계한, 량치차오(梁啓超)의 아들 량쓰청(梁思成)도 예외가 아니었다. 논문은 심사위원의 만장일치로 통과되었지만, 학위는 끝내 받지 못했다.

왕수의 대표적인 건축물로는 중국미술대학교 샹산캠퍼스, 닝보박물관, 중산로 등이 꼽힌다. 물의 도시 항저우에 살고 있는 왕수는 서양 건축의 4대 요소로 꼽히는 지붕·울타리·토대·화당(火塘) 중에서 화당 대신에 “물을 중국 건축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물의 물성은 텅 비어 있으므로 건축물이 물을 배경 삼아 배치되어 있으면 자연 속에 융합되어 보인다는 것이다. 자연보다 아름다운 건축물은 없다는 얘기다. 그의 작업방식도 특이하기는 마찬가지다. “나의 이상은 ‘마음 내키는 대로 일을 하고 마음 내키는 대로 일을 하지 않는’ 것이다. 나의 작업 상황에 대해 말하자면, 나는 사무실을 때때로 한 달이나 몇 주간 비워 두기도 한다. 나는 이것을 기본적인 자유라고 느낀다.”(290쪽)

왕수는 도서관 사서인 어머니와 극단 연기자인 아버지를 둔 덕에 문학과 예술로 기본기를 다질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어릴 때부터 문인기풍을 몸에 익혔고 그것을 건축에 연결할 수 있었다. “건축사가 되기 전, 나는 먼저 문인이었다.” “집을 짓는 일은 작은 세계 하나를 만드는 일이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한 말이다.

왕수는 ‘건축’ 대신 ‘영조’라는 용어를, ‘설계’ 대신 ‘흥조’라는 용어를 내세운다. 또 ‘건축가’ 대신에 기술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건축사’를 사용한다. 일반적인 건축이라 함은 ‘창조력’이 필요한 활동이다. 여기에는, 건축사의 자아가 표현되어야 하고, 시대의 흐름도 놓쳐서는 안 되며, 전통과 역사도 계승해야 한다. 하지만 ‘건축’이라는 용어에는 ‘집짓기’만을 중요하게 취급하는 경향이 숨어 있다. 따라서 왕수가 내세우는 ‘영조’와 ‘흥조’라는 말에는 건축사 개인의 경험과 태도를 중시하고 건축활동이 언제나 순수한 흥미에서 시작됨을 의미한다. ‘영조’와 ‘흥조’ 모두 중국의 건축 전통에서 가져왔지만 왕수는 여기에 내포된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의미를 되살려 근대 건축의 차갑고 형식적인 성격을 넘어서고자 한다.

:: 왕수 王澍 ::

건축가이자 중국미술대학교 교수. 둥난대학교와 퉁지대학교의 겸임교수로 활동하며, 홍콩대학교와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 객원교수이다. 1997년 그는 아내 루원위(陸文宇)와 ‘아마추어 건축사무실’을 설립하여, 중국 현대건축 연구와 작업을 새롭게 구축하는 일에 힘쓰고 있다.

왕수의 건축물은 지역 고유의 역사와 문화, 현대건축을 절묘하게 결합한 독특한 작품 세계를 드러낸다. 전통적 재료인 회색 전돌과 대나무 등을 건축 자재로 많이 활용하며, 지붕 부분의 기와 등 도시 지역에서 철거된 옛 건물의 재료를 재활용하기도 한다.

자신의 건축관을 구현한 대표작으로는 닝보박물관, 중국미술대학교 샹산캠퍼스, 상하이세계박람회 닝보 텅터우전시관 등이 있다. 2011년 프랑스 건축과학원에서 금상을 수상했으며, 2012년 건축 부문 최고 영예인 프리츠커상을 중국인 최초, 최연소로 받으며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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