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위와 건강

- 경희대학교 한의과 대학 박사

- 한방내과 전문의 취득

- 중앙경희한의원 대표원장
 

 

 

올해 여름은 내가 경험했던 여느 해 여름보다도 유난히 더 더웠던 여름으로 기억된다. 20년도 훌쩍 넘은 1994년도의 여름과 비교를 하는 뉴스보도가 있었을 정도로. 연일 계속되는 폭염주의보와 열대야. 연약한 우리 몸은 더위와의 전쟁으로 몇날 몇일밤을 잠을 설쳤는지 모를 정도다. 이번 여름이 지나면서 식욕도 잃고 체력도 고갈되고 무더위로 인한 수면부족으로 신체리듬이 깨진 사람이 많으리라 생각된다.

실제로 최근 임상현장에서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은 물론이고 젊은 청장년에서도 더위에 지쳐서 진료실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주로 진료실에서 호소하시는 주 증상은 “몸이 나른하고 기운이 하나도 없어요” “내 몸이 이상해요” “어지럽고 머리가 띵하고 미식거려요” “입맛이 뚝 떨어져서 밥을 먹기가 싫어요” “소화가 안되고 명치아래가 답답해요” 등등의 증상이다.

이처럼 무더운 여름철에는 건강관리에 더더욱 신경을 써야하는데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여름에는 반드시 기를 보해야한다 - 夏暑宜補氣’라 적혀있다. 여름철에 모든 양기가 위로 떠올라 피부를 통해 발산되면 배 속에는 양기는 허해지므로 기를 보강해줘야 하는 것이다. 예로부터 여름철에 인삼, 황기를 넣은 삼계탕 같은 보양식을 먹는 문화가 자리잡게 된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더위를 먹는다”라는 말이 있다. ‘여름철에 더위 때문에 몸에 이상증상이 나타난다’라는 뜻이리라. 이 말은 일사병이나 열사병의 증상을 표현하는 우리말의 표현으로 뜨거운 햇살에 오래 노출되거나 온도가 높은 환경에 오래있게 되어 체온조절이 되지 않아 생기는 병이다. 증상은 어지럽고 머리가 아프고 속이 미식거리거나 호흡곤란이나 이명증, 경련 등이 나타나며, 심한경우엔 정신을 잃는 경우도 있다. 더 진행되어 몸에 열이 나기 시작하여 고열로 인한 경기를 하거나 사망을 하는 경우까지도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여름철에는 노약자의 건강에 특히 더 신경을 써야하는 시기이다. 이럴 때는 적절한 수분공급과 시원한 환경, 그리고 영양공급이 필요하다. 적정농도의 염분과 미네랄이 포함된 음료를 마셔주는 것도 좋지만, 한방에서는 생맥산이라는 차를 권한다.

동의보감에 소개된 원기(元氣)를 생하게 한다는 생맥산(生脈散)은 맥문동, 인삼, 오미자로 구성된 약처방이지만 묽은 농도로 차로 달여서 냉장고에 넣어 보관하여 마시면 여름철 더위로 지친 몸을 추스르는데 많이 도움이 된다.

한방의서에는 서병(暑病) 즉 여름철 병에는 모서, 중서, 상서 등으로 구분하고 더위가 위와 장을 손상한 경우와 근육이 아프거나 두통이 있는 경우, 그리고 고열이 나면서 땀이 나는 경우 등등 각각의 임상양상과 변증, 각각의 치법을 자세히 구분해 서술해 전해온다. 더위를 먹었다고 생각되면 안정과 휴식을 취해야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상호전이 수일내에 나타나지 않고, 계속 무기력감, 식욕부진, 두통 등의 증상이 계속된다면 가까운 전문한방의료기관에서 상담해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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