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모빌리티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도시 공간 제안
성균관대학교 김지수, 김민규, 김석현 설계

모형 사진

2018 경기도건축문화상 계획부문에는 신선한 아이디어가 담긴 계획작품들이 많이 선보였다. 그 중에서도 미래 모빌리티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도시공간을 제안한 ‘URBAN NEXUS’는 독특한 시선으로 좋은 평가를 받으며 동상을 수상했다.

본 작품을 설계한 김지수 학생은 그 중 시대가 변함에도 쉽사리 바뀌지 않고, 다른 도시적인 요소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인 ‘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길은 도시에서 뼈대 역할을 하고, 도시는 이 뼈대를 토대로 성장해 왔고 다른 도시들과 교류하며 확장해왔다. 본 프로젝트에서는 도시가 담고 있는 다양한 형태와 흔적들 중 길에 집중했다. 길이 도시에서 보여지는 시각적인 구조 이상으로 ‘실제로 어떻게 쓰일지’에 대한 기능적인 구조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더 나아가 길 위에서의 이야기, ‘모빌리티’가 가진 도시 구조에서의 기능적 본질과 앞으로의 기대 역할에 대해 논의하고자 했다.

김지수 학생은 쉽지 않은 프로젝트였지만, 졸업 전 마지막 작품으로 재미있는 주제를 가지고 도전했다는 점에서 뜻 깊은 작품이 되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프로젝트 예상 이미지. 기존의 전형적 공간과 모빌리티 공간이 대조되며 어우러진다.

도시의 뜨거운 감자, 모빌리티

모빌리티는 운송수단과 이동수단을 통칭하는 말이다. 단순한 개념에 비해 도시에 있어 모빌리티는 기존에 없던 문제들을 이슈로 다루고 있다. 현재의 모빌리티를 뜨거운 감자라고 칭한 것은 단순히 문제점이 많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한 기술이 변화점에 다다랐다는 것, 즉 과도기에 있으며 거대한 잠재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빌리티의 역사는 도시 기술의 역사이기도 하다. 모빌리티의 발전과 함께 도시는 놀랍도록 빠르게 변화했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 물리적인 운송 그 자체가 중요한 논지는 아니다. 고도의 네트워크화 된 도시 시스템 속에서 사람들은 조금 더 빠르기 보다는 조금 더 편리한, 그리고 다양한 경험을 중요시한다. 

그렇다면 현대의 모빌리티가 추구하는 방향은 어떤 것일까?

모빌리티 역시 다른 모든 기술 산업의 발달 과정과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모든 기술은 그 기술의 본질(모빌리티에서는 이동성)이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한 순간, 다른 새로운 부가 가치에 눈을 뜨게 된다. 

현대에 들어서는 모빌리티의 최대 이슈가 속도나 이동거리가 아니라 편안함과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이라는 것은 필연적인 과정의 결과일 것이다. 최근 세계적인 기업들이 무인자동차를 우선적으로 개발하는 것 또한 우연은 아닐 것이다.

모빌리티에 대한 새로운 인식, Mobility as a Service

현대인들은 모빌리티를 서비스가 아닌 과시와 소유를 위한 수단으로 생각한다. 이미 차량들은 본질을 잃은 채 고급스러움만을 뽐내기 바쁘고, 최신식 엔진을 장착한 슈퍼카들은 서울 시내를 20~30km/h의 속도로 천천히 움직인다. 전문가들은 수 년 이내 모빌리티에 대한 인식이 바뀔 것이라고 전망한다. 모빌리티는 더 이상 소유와 과시의 대상이 아닌, 모두가 큰 혜택의 차이 없이 누릴 수 있는 서비스로서 존재한다.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 고효율 도시

자율주행자동차의 등장, 폭넓은 기술의 접목은 모빌리티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준다. 사람들은 도로 위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업무를 보며, 생활을 하기도 한다. 더 이상 도로는 이동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수단이 아니다. 네트워크화된 시스템을 따라 모빌리티는 움직이며, 무인자동차의 등장과 모든 운송 시스템의 자동화는 도시 전체 공간의 효율적인 이용, 개인의 여가시간 확보 등 다양한 이점을 가져다 줄 것이며 이는 새로운 공간으로 탄생할 것이다.

환승의 단계별 발전 모식도

환승이라는 개념은 다른 노선이나 교통수단으로 갈아탄다는 뜻이다. 환승은 모빌리티에서 다른 모빌리티로 연결시켜주었고(step1), 중간에 생기는 잉여 시간과 공간은 사람들로 하여금 어딘가에서 머물 수 있는 구조(기성 환승센터를 예로 들 수 있다)를 만들어주었다(step2). 이는 단순히 머물러 시간을 때우는 것이 아니라, 더 세분화되고, 더 효율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공간 등 확장된 모습으로 변용되고(step3), 마지막으로 모빌리티의 환승이 자신의 삶과 분리되지 않고, 동일 선상에 연속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최종적 단계로 가정했다(step4).

미래의 도시민들은 무언가를 타고 이동하는 것을 생활에 있어 별도의 수단으로, 낭비되는 시간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고, 하루에도 수십 번씩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환승할 것을 예상할 수 있다. 걷다가 차를 타고 이동하고, 차에서 일을 하다가 사무실로 자연스럽게 도착하며, 드론으로 업무 보고를 받으며 집에 도착해 가족들을 만나는 것이 어색하지 않을 미래. 본 프로젝트는 이러한 미래의 도시 모습을 그려보며 새로운 공간을 계획해보았다.

본 작품은 다양한 속도, 즉 다양한 목적의 모빌리티가 한데 모이는 곳에서 중추적인 환승이 일어난다고 가정하고, 환승을 위한 허브를 만들어 도시 모든 부분에서의 환승을 원활하게 만들어 주는 데에 목적을 두었다.

Urban Nexus와 부지 컨텍스트

건축 기본 계획

부지로 선정한 양재역 사거리 남서측 일대는 현재 서초구청으로 쓰이는 부지이다. 

노후화된 구청 부지에 새로운 구청과 도시 구조 개편 사업에 따라 부근 일대를 복합환승센터로 만드는 계획이 추진 중이며 용적률을 대폭 완화해 적용할 예정에 있다.

프로젝트 진행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복합환승센터, 서초구청, 주거시설, 환승주차장) 등을 포함하며, 실질적으로 필요할 프로그램(호텔, 쇼핑몰, 공공녹지, 문화시설) 등을 추가하여 법규에 맞게 설계했다.

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복합적인 기능을 갖는 공간을 설계하는 방법론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사람들의 요구는 더욱 다양해지며, 그들이 기대하는 기대치는 더욱 커지며, 새로 생긴 건물에 대한 실망감은 불가피하다.

이는 다양한 욕구를 수용하려다 보니 누구에게나 완벽하게 만족될 수 없다는 어쩔 수 없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결국은 다시 모든 것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을 찾게 된다.

혹자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대해서 회피를 위해 자유로운 평면을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것을 ‘샷건(shot-gun) 원리’라고 한다. 쳐다보지 않고 산발탄을 쏘면 어디엔가는 맞겠지 하는 생각을 반영한 것이다. 이는 건축가의 역할을 최소로 보고, 이용자의 역할을 최대로 기대한 것이다. 하지만 더욱더 예측 불가능한 미래일수록 치밀하고 분석적인 공간 산정을 통해 설계되어야 할 것이다.

본 프로젝트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한데 모아 섞는 방식으로 공간을 구성한 것이 아닌, 길에서부터 시작한 차량들의 프로그램(향후 이미지에서 빨간 슬라브로 표현), 기존 사람들이 이용하던 프로그램 공간(흰 슬라브) 등을 순서에 맞게 자연스럽게 배치한 후, 각각 접어 모든 공간들이 이어질 수 있게 구성하였다. 이는 섞는 것과 달리 공간의 특성이 모호해지는 것이 아니라, 각 공간의 특성은 인접 공간에 전달되고, 이접되며 새로운 프로그램을 파생시켜서 무한히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단면 개념도

또한 다양한 종류의 결합이 이루어지는 multi-plex 빌딩으로서, 양재역이라는 다양한 지리적인 인식, 기능적인 복합성 등을 고려하였을 때, 단순 터미널만 있을 수는 없는 부지라는 것을 착안하여 사람과 사람이, 차와 사람이, 차와 차가 어떻게 만날 것인지에 대해 폭넓은 제안을 해보고자 했다. 

크게 3개로 구분을 두어, 자유로운 형태의 결합(A), 공공청사와 사람, 차량의 결합(B), 주거공간과 모빌리티 공간의 결합(C)로 두어 저층부와는 다른 형태의 적극적인 결합을 제안했다.

도시가 발달함에 따라 역설적이게도, 도로가 넓어짐은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가져다 주지만 우리가 도시에서 쓸 수 있는 공간은 좁아짐을 의미했다. 시대를 거듭할수록 사람들은 도로를 그리고 벽을 만들어 가며 본인들의 영역을 좁혀 오고 있던 것이다. 현대에 들어서 고가도로의 철거와 도로의 지중화 등 보행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보이지만, 도로와 비(非)도로의 경계는 좀처럼 허물 수 없는 영역이다.

도시 공간의 문제는 복합적이어서 단기간에 해결할 수는 없다. 특히 도로에서 풍성한 이야기를 만드는 것의 공간적 제한이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도시 미래의 천 년을 위한 제안을 해보고자 노력했다. 

본 프로젝트를 통해 모빌리티에 대한 인식과 환승에 대한 인식이 조금 더 우리의 삶에 가까워져 비(非)도로에서의 삶뿐 아니라 도로 위에서의 풍성한 이야기를 다음 천 년에는 꿈꿀 수 있길 기대해본다.

2018 경기도건축문화상 수상작 전시장에서 김지수, 김석현 학생(왼쪽부터)

졸업 이후 실무 보다는 건축의 근간이 되는 도시를 연구하는 대학원을 진학하기로 결정했다는 김지수 학생은 마지막으로 부족한 점이 많은 프로젝트였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평가를 해주시고 해외연수 특전이라는 소중한 기회를 잡게해준 경기도건축사회에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또한, 예비 건축인으로서 건축을 공부하는 대학생들의 이야기가 건축사뉴스에 더 많이 실렸으면 하는 바람도 함께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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