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건축의 아름다움, 그 수수께끼로 풀다 - 아름다움 산책(김홍식 지음/발언 펴냄)

초등학교시절 학교 복도를 다닐 때 허리에 양손을 얹고 발뒤꿈치를 들고 왼쪽으로 다니도록 교육 받았던 적이 있다는 사실을 요즘 세대는 잘 모를 것이다. 기자는 그렇게 좌측통행을 교육받고 자라왔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세상이 바뀐 지금 우리는 우측보행을 하고 있다. 

한국은 2010년 7월 1일부터 우측통행을 권장하고 있다. 몇백 년이 지나 세상이 또 변하였을 때 지금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들이 반대로 바뀌거나 새로운 관습과 규범에의해 바뀌어 있을 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우리의 삶은 시대의 철학과 세계관의 변화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건축물도 다르지 않다. 국가 정책에 따라 새로운 건물의 유형이 발생하고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친다. 모든 건축물이 그 자리에 각자 그 모양으로 서 있는 데에는 이유가 다 있는 것이다. 기자는 길을 지나면서 모든 건물들을 스캔하듯이 바라보고 분석하며 저 건물은 왜 저렇게 생겼을까 궁금해한다. 건축사라는 직업이 주는 직업병 중 하나이다.

우리의 옛 건축물이 그렇게 서 있는 데에도 다 연유가 있다. 불국사 마당에 서있는 유명한 2개의 탑, 석가탑과 다보탑이다. 그런데 이 2개의 탑 모양이 왜 이렇게 다를까? 똑같이 생긴 탑이 대칭으로 서 있는 모습이 오히려 대웅전이 더 돋보였을 텐데....   

이렇게 건축물이 서 있는 이유에 대해 궁금증이 많은 사람들을 위해 재미있는 책을 소개한다.

 

아름다움 산책

부제-옛 건축의 아름다움 그 수수께끼를 풀다.

아름다움 산책  /  발언

이 책의 저자는 옛 건축에 대한 관심과 연구를 통해 알게 된 내용들을 수수께끼를 풀어 나가듯이 독자들에게 이야기한다. ‘아름다움 산책’이라는 책의 제목처럼 건축물들을 같이 산책하며 곁에서 친절하게 설명을 해 준다. 이야기를 따라 다니다 보면 마치 문화재 해설사와 같이 실제로 여행하는 듯하다. 더욱 재미 있는 것은 지루한 역사를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인들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정치, 사회, 종교, 인문학적인 이유에 대해서 두루 이야기 하고 있다. 저자는 독자들과 세가지 궁금점을 주제로 산책을 같이 떠나려고 준비해 두었다.

첫 번째 산책로의 주제는 철학과 세계관이다. 

건축의 형태와 구조가 정치, 종교, 사회에 영향을 크게 받아 그 시대의 세계관을 담은 15가지의 건축물과 공간을 설명해준다. 왜 영남과 경기지방에는 ‘ㅁ’자 집이, 호남과 호서지방에는 ‘ㅡ’자 집이 많았는지, 그리고 불국사 2개의 탑은 원래 똑같은 석가탑으로 계획되었지만 불교의 종파 세력이 교체되고 명분을 위해 1개가 다보탑으로 바뀌게 된 이유 등 귀를 기울 일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두 번째 산책로는 건축물들이 왜 그렇게 서 있을 수 밖에 없는 이유들을 설명한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고리타분한 풍수지리의 해설이 아니라 왜 그때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었는지를 이야기한다. 특히, 전통 가옥의 수평적 공간 구성을 해체하고 르 꼬르뷔제의 사보이 주택과 비교하며 주거 공간의 철학과 우주론이 그들과 그리 다르지 않았음을 설명할 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독자들과 다양한 아름다움을 가진 건축물들을 이야기한다. 

앞서 이야기한 세계관과 철학 그리고 관습의 규율로 이야기 되지 않는, 단지 그 만의 이유를 간직한 건축물들을 설명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 문화에 대한 나의 상식이 많이 짧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에게도 수세식화장실이 있었고, 우리가 생각하는 한지 붙은 창호가 원래의 모습이 아니란 것을, 지금까지 동양의 건축물은 항상 넓은 면이 주 방향 얼굴이 된다는 생각이 편견임을 깨우쳐 주었다.

얼마 전 기자의 초등생 딸이 옛 건축물을 보며 질문하였다. "왜 이때는 화장실(뒷간)이 이렇게 외부에 멀리 떨어져 있냐"고 물었다. 그 때는 ‘그냥 그랬어’라고 답 하였지만, 이제는 적어도 유교적 사회규범으로 뒷간의 구조가 다르고 남자와 여자의 신체적 특징으로 변기의 모양이 달랐으며 가장 중요한 오물을 처리 하기 위해서 위치가 정해졌다고 이야기 해 줄 수 있다.

깊어 가는 가을이다. 여행 하기 참 좋은 계절이다. 이 책을 곁에 끼고 작가가 이야기하던 곳을 가족들과 나가 산책해 보기를 권한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타임머신을 타고 거슬러 올라간 옛 시간 속 이야기를 들려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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