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자 ㈜아이씨디건축사사무소 고종관, 박인배, 류현재

헤이리 마을의 풍경은 미완의 추상화를 닮았다.

각각의 특색으로 저마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건축물들이 만들어낸 거대한 콜라주(collage) 같다. ‘상업화’와 ‘순수한 정신과 이념의 실험적 공동체’ 사이에서 힘겨운 걸음을 옮기고 있는 헤이리 마을, 그곳에 들어선 ‘헤이리_33’은 어떤 색일까?

헤이리_33은 2018 경기도건축문화상 사용승인 부문에서 은상을 수상하며 그 독창적인 색을 인정받았다.

서측 도로에서 바라본 전경. 사진=ⓒ김재윤 사진작가

헤이리의 풍경이 그렇듯 이번 프로젝트도 마을의 풍경과 동화되면서도 자기만의 특색을 갖는 건축물을 위한 노력에서 시작되었다.

어김 없이 지나간 부동산의 야속한 바람이 이곳만은 빗겨가고 있는 것일까. 부동산의 현실과 달리 헤이리 마을은 유토피아적 공간에 대한 담론을 형성하면서 거대자본으로부터 공간과 예술을 지킬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통일된 경관의 기준을 지키면서도 그 틀 안에서 자유롭게 아름다운 공간을 만들어가면서 헤이리만의 도시미학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 모습을 통해 우리는 획일적인 도시구조에 반해 다양성이 존재하는 조화로운 경관이 얼마나 의미 있는가 되새겨 보게 된다.

헤이리 마을 풍경. 사진=ⓒ김재윤 사진작가

이를 위해 ‘헤이리_33‘은 먼저, 주변 건축물과의 조화로운 배치를 우선시 했다.

주변 건축물의 형태적 특성을 파악하고, 재료의 성질을 따라 단순한 육면체의 큰 틀을 세웠다. 그 다음 도로 축과 가로의 경관에 순응해서 배치한 후, 덩어리를 감해가며 내부 공간과 내외부의 전이적 공간, 그리고 외부를 담아내는 비워진 공간으로 구성하였다. 

왼쪽부터 2층 외부계단에서 바라본 전경. 공예품 판매점 입구. 1층 외부계단 올라가는 길 사진=ⓒ김재윤 사진작가

이로써 내부와 외부가 유기적으로 관계 맺을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관통된 공간들은 건축물의 안쪽에 자리한 뒤편 건축물까지 관찰될 수 있게 하여 가로의 긴장감을 완화하면서 보행자가 가로변 건축물의 벽을 넘는 3차원적으로 확장된 공간을 볼 수 있도록 입체적으로 디자인되었다.

사진=ⓒ김재윤 사진작가

또한, 외부인의 방문이 많은 ‘예술과 건축물의 전시장’이라는 마을의 특성을 고려하여 특히 동선의 형태에 정성을 기울였다. 

한쪽 도로에서 출발하는 외부계단을 시작으로 각 층의 내외부 전이적 공간을 거쳐 다른 편의 도로로 연결되는 수직, 수평이 혼재된 형태로 개방된 순환동선을 기획했다. 이처럼 개방된 동선을 통해 방문자들은 건축물의 소소한 공간과 음영을 체험할 수 있다.

3층 연결데크에서 바라본 풍경. ⓒ김재윤 사진작가
3층 연결데크에서 바라본 풍경. 사진=ⓒ김재윤 사진작가

그곳을 거니는 것만으로도 공간예술을 체험하게 되는 곳, 헤이리 마을의 풍경을 빛내는 또 하나의 얼굴로 사랑 받는 건축명소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왼쪽부터 2층에서 내려다보는 계단, 2층 외부계단에서 3층 연결데크 가는 길. 사진=ⓒ김재윤 사진작가

 

고종관 대표이사

설계자 고종관

㈜아이씨디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 구축되는 건축물의 총체적 환경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감성적인 건축물을 만들어가고 있다. 남천동 엑슬루타워, 제주요트팰리스(지식경제부 우수디자인), 가평중앙도서관(설계경기 당선), 나주혁신도시 더클래스, 용산역사 현대아이파크몰리뉴얼, 헤이리33, 대부도 타운하우스 등 다양한 성격과 영역의 건축물을 디자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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