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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시장 정상화에 대한 고찰-1면허 대여와 건축사 업무의 시장

건축사라면 누구나 바라는 건축시장의 정상화.

건축계에는 많은 건축사들의 경험과 철학이 담긴 다양한 의견이 있을 것이다.

모두 일면 타당한 이야기인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겠지만 조금 더 깊이 있는 성찰을 통해

본질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금회에는 우리가 혐오하는 면허 대여라는 주제를 통해 건축시장의 정상화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건축설계업무나 건축시공업무는 환자를 직접 대면하는 의사나 법정에 출석하는 변호사에 비해 건축사(또는 기술자)가 아닌 사람의 고용을 통해 가능한 업무이다.

이러한 업계의 특성에 따라 건설업계에서는 면허 및 자격대여가 종종 일어나기도 한다.

이러한 행위는 건설업 관련 업종의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다.

많은 건축사들은 면허대여가 건설생태계 파괴의 주범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비윤리적인 존재로서 그들이 설계한 건축물은 기능, 구조, 미를 갖추지 못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그들에 의해 설계감리비가 파괴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건축사들 사이에는 건축사면허대여 근절이 건축시장의 정상화에 대한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이야기 하고 있기도 하다.

정작 알고 보면 그보다 훨씬 심각한 일들이 우리 스스로에 의해 일어나고 있다.

 

면허란 일반인에게는 허용되지 않은 특수한 행위를 특정한 사람에게만 허가하는 행정처분을 의미하고 자격이란 일정한 신분이나 지위를 가지거나 일정한 일을 하는데 필요한 조건이나 능력을 의미한다.

따라서 건설업계에서의 설계업무는 건축사에게 면허를 부여하고 있고 시공업무는 일정한 자본금+기술인력을 갖춘 자에게 면허를 부여한다.

이러한 면허와 자격제도의 본질은 조건과 능력을 갖춘 사람이 실질적으로 일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조건과 능력을 갖춘 사람이 일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대여인 것이다.

 

현실적으로 건설업계는 다양한 형태의 대여를 하고 있다.

표면적으로 볼 때 건축사면허대여와 종합건설업 면허대여가 있다.

심층적으로 분석해 보면 종합건설업 면허를 갖추기 위한 기사자격증 대여행위, 상주감리에서의 건축사보 등록 후 미파견 행위, 혹은 현장대리인 등록 후 미파견 행위 등 다양한 유형의 자격대여가 이루어지고 있다.

전자와 후자의 차이는 전자는 면허 조건을 갖추지 못한 사업자가 업무를 수행하는 행위이고, 후자는 면허를 갖춘 사람들이 경쟁업체에 비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자격대여는 설계 및 감리업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자격대여의 영향은 중규모 건축물의 건축분야 상주감리비용의 편차를 조사해 보면 알 수 있다.

필자가 조사한 바로는 상주감리비는 300만원/월에서 1500만원/월에 형성되어 있다. 그리고 500만원/월의 감리비는 업계에서의 보편적 상식이 되어버렸다.

이러한 수준의 상주감리라는 것은 건축사보를 파견할 의도가 없는 계약이라고 볼 수 있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 경쟁이 심해진 우리들은 면허대여와 다를 바 없는 자격대여를 하고 있고 보편화된 수준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또한 정상적인 견적을 제출한 건축사사무소를 비상식적인 회사로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는 전자인 면허대여보다는 후자인 자격대여에 의해 일어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면허를 갖춘 우리들의 편법적인 경쟁이 생태계에 훨씬 더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업계의 현실에 대한 정상화를 위해 그동안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2000년대 초반에는 계획설계비 받기, 설계비 제값받기 등의 캠페인을 시작했었고, 2010년대에는 지역협회의 자율적 접근을 통해 교차감리제도를 운영했다.

세월호 사건 이후 사회 전반의 변화 및 건축사 협회의 노력에 힘입어 소규모건축물 허가권자 감리지정, 면허대여 건축사 처벌 강화 등의 제도적 변화가 있었다.

또한 지속적으로 민간사업에 대한 설계비 대가기준 제정 등을 추진하고 있다.

성과적 측면에서 이야기 하자면 감리제도의 변화가 가장 큰 성과였고, 나머지 부분의 노력은 성과가 미미했거나 아직 실현되지 않은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시장 정상화를 위한 성공과 실패를 분석해 보면 그 동안의 접근방식에 대한 시사점을 알 수 있다.

 

첫째로 현재의 비정상적인 건축사업무시장을 바꿀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둘째로 원인은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에 의한 시스템적인 문제임에 반해 이를 대응하는 시스템적인 접근 보다는 윤리적, 캠페인적 접근을 하고 있다.

 

셋째로 외부적으로 개선할 문제인지 내부적으로 개선할 문제인지 인식하고 있지 못하다.

 

그렇다면 건축시장 정상화에 대한 대안은 무엇일까?

 

첫째, 비용경쟁의 영역을 좁혀야 한다.

건축사사무소지출의 주요 구성요소인 직원의 배치에 대한 기준, 그에 대한 인건비와 협력업체 설계비에 대한 기준을 만들고 지켜야 한다. 다시 말해서 얼마를 받을 것인지를 제도화하기 이전에 얼마를 쓸 것인지를 제도화하지 않으면 안된다. 얼마를 쓸 것인지만 제도화해도 설계감리비는 점차적으로 정상화 될 것이다. 직원, 협력업체 제대로 주고 제대로 쓰자.

 

둘째, 업무축소경쟁의 영역을 좁혀야 한다.

설계도서의 작성기준만 놓고 보더라도 회사별 편차가 너무 심하다. 이러한 편차는 지역 내 감리협회를 통해서라도 조정할 수 있다. 최소업무기준을 수립하여 도서 작성의 편차를 줄이는 것 또한 경쟁의 영역을 좁히고 설계감리비를 정상화 할 수 있는 중요한 행위 중 하나이다. 추가로 상주감리 때 건축사보 모두 파견하자.

 

셋째, 어려운 건축사를 배려하여야 한다.

개업건축사의 15.6%가 월매출(수익이 아님에 유념하자)이 최저임금이하이다. 아마도 월 수익 기준이면 훨씬 더 많은 건축사가 해당될 것이다. 정말 살기 어려운 그들에게 협회 미가입은 물론이고 윤리, 덤핑, 면허대여 등을 논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들은 모두 우리의 동료라는 것을 잊지 말자.

과거처럼 종합건축사 제도만 있었어도 이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세 가지를 중심축으로 삼아 수요와 공급의 시스템적 관점에서 대안을 준비한다면 건축사업무시장의 정상화는 의외로 빨리 다가올 것이다.

임진홍 기자  aijho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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