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축사법 제20조 “업무상의 성실 의무 등”에 관하여

김준우 변호사

- 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

- 서울대학교 사법학과 학사, 사법연수원 제32기

- 건국대학교 부동산대학원 석사

- 중앙대학교 건설대학원 석사

- 중앙대학교 건설대학원 박사 수료

 

 

필자가 자주 가는 인터넷 커뮤니티의 글을 보면 문과와 이과의 차이에 대한 농담조의 이야기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런 글은 다른 곳에서도 자주 발견되는데, 이는 서로 다른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상대방을 이해하기 어렵다 전제 아래 일어나는 일로 볼 수 있다.

건축사들과 대화를 나눠 보면 법률에 대해 낯섦을 넘어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어려움을 토로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이러한 어려움도 앞의 경우와 일맥상통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대부분 이과 출신인 건축사들이 설계도면을 작성할 때 사용하는 단위나 기호는 보통 하나의 의미로만 사용되나, 그와 반대로 법률용어는 종종 그 의미가 여러가지로 사용되거나 적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건축사법 제20조 “업무상의 성실 의무 등”이 대표적 조항일 것이다.

건축사법 제20조는 “업무상의 성실 의무 등”이라는 제목 아래에 제1항에서 “건축사는 이 법, 건축법 또는 그 밖의 관계 법령의 규정을 지키고, 건축물의 안전·기능 및 미관에 지장이 없도록 업무를 성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 제2항은 “건축사가 업무를 수행할 때 고의 또는 과실로 건축주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입힌 경우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조항들을 보면 건축사들은 건축사법, 건축법은 물론 “그 밖의 관계 법령의 규정”도 잘 알고 있어야 함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위 조항과 관련하여, “그 밖의 관계 법령의 규정”이 무엇일까? 

아쉽게도 판례는 “그 밖의 관계 법령의 규정”에 대해 밝힌 적이 없으므로 구체적 내용은 앞으로의 법원의 판단을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예상해보건데, 건축사들이 업무와 관련하여 자주 접하는 법률 중 건축사법, 건축법 외에 이와 비슷한 정도로 자주 접하는 법률이 포함될 것이다. 

쉽게 생각하면 건축사 예비시험을 위해 공부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주차장법, 주택법,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등이 당연히 이에 포함될 것이나 건축설계에 관련된 다른 법률이 제외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성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의 의미는 무엇일까?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성실을 “정성스럽고 참됨”이라고 정의하고 있으나, 이러한 정의 내용은 매우 추상적인 것으로 실제 분쟁이 발생하였을 때 성실의무를 위반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건축사들이 의뢰인인 건축주 등과 체결한 설계용역계약상 의무를 계약내용대로 다 이행하는 것은 성실의무 이행의 필요조건에 해당할 것이나, 충분조건은 아니며, 이를 뒷받침하는 판결도 존재한다.

대법원 2009. 4. 9. 선고 2008다72776판결은 건축법상 설계자와 건축사법상 건축사를 구분한 후, 건축법은 건축물의 대지구조 및 설비의 기준과 건축물의 용도 등을 정하여 건축물의 안전기능환경 및 미관을 향상시킴으로써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건축주, 설계자, 시공자 및 감리자 등 업무주인 각 건축관계자를 적용대상으로 하여 상호간의 책임에 관한 내용과 범위를 규정한 법률로서 건축법상 설계자는 시공자 및 건축주 등과의 계약 기타의 방법으로 독립한 법인격을 가진 업무주이다. 

반면, 건축사법은 건축사의 자격과 그 업무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건축물의 질적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로써 위 법에서 정하는 건축사의 자격규정 및 전문가로서의 건축사의 지위 등에 비추어 건축사법 제20조에서 정한 업무상 성실의무 및 그 위반에 따른 건축주의 재산상 손해배상책임의 각 주체로 정한 건축사는 설계 등 계약당사자로서의 건축사에 한정된다고 할 수 없다고 보았다(단, 위 판결의 결론은 건축사인 피고에게 건축법상 책임 및 건축사법상 책임 모두 부인하였다). 

이러한 판결의 결론에 따르면, 대가를 받는 설계용역계약 없이도 성실의무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다는 것인 바, 이래서 전문가는 어려운 직업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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