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경기건축문화제를 다녀오다

가을에는 각 지방 자치단체마다 다양한 행사, 축제들이 풍성한 계절이다. 기자는 경기 천년의 해를 맞아 경기도와 안산시가 세심하게 준비한 경기도 건축문화제가 열리는 안산 문화예술의 전당을  다녀왔다.  행사는 10월 5일부터 7일까지 3일간 진행되었는데, 태풍 ‘콩레이’의 영향으로 걱정을 많이 하였으나 기자가 본 행사장의 분위기는 차분하면서도 가족단위의 참관객들이 즐기기에는 부족함이 없어보였다. 

개인적으로 이번이 처음으로 경험하는 경기도 건축문화제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진행되었던 이전의 경기건축문화제와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현장을 방문하면서 건축사의 시각이 아니라 시민의 눈높이로 건축문화제를 경험해보기 위해 기자의 자녀들과 가족들이 모두 행사에 참여했다. 

10월 6일과 7일 양일 모두 현장을 방문하여 행사장을 둘러보았다. 개막식이 있던 6일 오전에는 태풍의 직접적인 영향으로 관람객의 수가 조금 적었으나 외부행사가 내부에서 진행되었다는 점 외에는 행사를 체험하기에 불편함은 없었다. 건축문화제의 메인전시인 건축 작품상 및 사진전도 충분히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였지만 기자가 가장 관심있게 본 행사는  미래의 주역인 아이들과 그 부모들이 함께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폼 블럭을 이용한 전통가옥 만들기

폼 블럭을 이용한 전통가옥의 구성을 설명과 함께 만드는 체험은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배울게 많은 체험중의 하나였다. 또 3D 프린팅 펜 체험은 시대 변화에 따른 새로운 관심사여서 그런지 부모님들과 아이들로부터 가장 많은 인기를 받았다.

3D펜 체험 행사장

그러나 가장 인상 깊었던 행사는 역시 그림그리기 행사였다. 태풍의 영향으로 하루 늦게 열렸지만 오히려 시간이 하루 늦어진 것이 더 잘 된 것 같았다. 그리기 행사는 야외 공연장이라는 건축 공간 속에 청명한 가을 하늘과 따뜻한 햇살, 시원한 바람을 담아 가족들에게 제공 되었다.  

일요일 오후 푸르른 잔디밭에서는 아이들이 뛰어놀고 스탠드에서는 집중하여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과 삼삼오오 가족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는 풍경은 그 어떤 건축공간이 제공했던 감상보다 편안하였고 보는 것만으로도 각박한 일상생활에 지친 나에게 힐링(healing)의 느낌을 주었다. 

그림그리기 행사 준비를 맡은 분과위원 건축사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면서 몇 번의 그리기 행사 준비를 하면서 오늘처럼 따뜻하고 좋은 날씨는 처음이라고 말을 해주며 자신도 행사 준비의 노고보다는 이런 공간 속에서 가족들의 활기찬 분위기와 자연의 기운을 받는 것에 감사한다고 말해 주었다. 그리기 행사장 주변에서는 작은 시장도 열리고 먹거리, 볼거리가 다양하게 있어서 가족들이 한나절을 너끈이 보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청면한 가을 하늘 아래 그리기 행사장

기자는 처음에 '건축 문화제 행사를 통해 일반인들이 얼마나 많은 건축문화에 대한 지식 혹은 상식이 생길까' 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러나 이번 행사를 경험해 보면서 그런 의구심은 건축사의 쓸데없는 욕심임을 알게 되었다. 

건축 문화제는 또 다른 컨텐츠와 주제로 만든 축제이다. 축제의 목적은 즐기는 것이다. 학술대회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공간을 만들고 양질의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를 제공할 수 있으면 충분한 것이다. 그리고 그 축제가 성공적이었느냐 아니냐는 준비된 컨텐츠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의 만족임을 알게 되었다. 

행사장 곳곳에서 들리는 아이들의 밝은 목소리와 부모님들의 이야깃 소리를 통해 이번 축제의 체험행사와 각종 볼거리에 많은 관심이 있음을 알 수가 있었다.

시민들과 함께하는 버스킹 공연

이번 건축문화제 행사를 직접 체험하면서 문화제를 주관한 경기도와 안산시 관계자들, 그리고 지역 건축사협회 건축사들의 노고가 많았음을 알게 되었다. 태풍이 지나간 뒤 주어진 멋진 가을날씨가 많은 분들에게 위안과 감사에 대한 선물이 되었길 바란다. 

이틀간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의 즐거운 모습을 보며 나도 축제의 한 일원이 되어 있었다. 아이들과 같이 체험하고 웃고 즐기는 시간은 작은 추억을 만들었고 잠시지만 삶의 활력소가 되기에 충분하였다. 축제는 준비한 사람도 축제를 즐기로 온 사람도 모두가 즐거워야 한다. 10월 어느 가을날  안산에서 개최된 건축문화제 행사에 참여한 부모님과 아이들의 밝고 환한 얼굴에서 이번 건축문화제는 성공적이라고 감히 말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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