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의식의 방향

세계의 유명한 축제는 대부분 종교적 기원을 가지고 있다.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모이는 종교적 행사를 하는 데 있어 앉아서 의식을 행하는 것보다는 움직이면서 의식을 행하는 것이 훨씬 더 단합되고 그 의미를 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종교별로 숭배의 대상이 다르고 여기에 행하는 의식도 다르지만, 절을 하고 숭배 대상의 주위를 도는 것은 비슷하다. 대상을 도는 것을 요잡(繞匝)이라고 하는데 달이 지구를 중심으로 돌고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돌고 태양은 우리 은하를 중심으로 하여 돌고 있는 것이다. 고대부터 북반구에도 북극성을 중심으로 도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숭배대상을 향해 도는 것은 자연스럽게 발전하였다.

요잡을 하는 대표적인 종교로는 이슬람과 불교를 들 수 있다. 이슬람교도는 평생에 한번은 라마단(Ramadan, 금식기간)에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에 있는 카바(Kaaba)신전 순례(hajj)를 의무로 삼고 있다. 카바 신전에 대한 순례의식은 여러 가지 절차가 있는데 가장 먼저 행하는 의식이 바로 카바를 반시계 방향으로 7바퀴를 도는 것이다. 일 년에 170만 명이 한꺼번에 요잡을 하니 많은 사고가 일어나나 순례는 무슬림을 통합하고 정체성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불교에서는 ‘석가여래 생전에 제자들이 고향으로 돌아가서 받아온 석가여래의 모발(毛髮)과 손톱 등을 봉안하고 예배하였다. 석가여래에게 직접 예를 표하는 방법에는 머리를 숙여 예배한 후, 석가여래의 주위를 돌고 일심으로 합장하고 얼굴을 바라보면서 게송(偈頌, 가르침에 찬탄하는 노래) 하는 것이 있다.’라고 되어 있다. 이 의식은 불멸 후에도 계속되어 스투파를 중심으로 시계방향으로 요잡을 하였다. 지금도 우리나라 사찰에 가면 탑돌이라는 의식을 하는데 바로 여기서 유래한 것이다.

유교를 종교로 보지는 않지만, 사당에 들어갈 때 동입서출(東入西出)이라 하여 동쪽 문으로 들어가서 서쪽 문으로 나오고 있다.

종교에서 의식의 방향을 보면 반시계 방향 즉, 좌측통행을 하는 데는 이슬람과 유교가 되고 시계방향 즉 우측통행을 하는 데는 불교가 된다.

 

<월정사 탑돌이 모습>     

종교 별로 각기 의식의 방향이 다른 이유로는 탄생지의 주변 환경과 사상이라고 볼 수 있다. 이슬람은 나무가 많은 산 보다는 모래로 덮인 사막이 많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탄생하여 밤하늘의 북극성을 중요하게 여겼다. 이곳에서 움직이는 자연 중 북극성을 중심으로 도는 별의 회전방향이 영향을 가장 많이 미쳤다고 본다. 앞에서 살펴본 지구의 공전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다.

불교는 나무가 많은 자연을 가지고 있는 인도와 네팔에서 탄생하였다. 나무는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면서 자라는데 이는 지구의 자전으로 일어나는 해바라기 현상 때문이다. 나무의 회전 방향이 불교에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유교는 태양이 뜨는 방향인 동쪽에서 시작하고 태양이 지는 서쪽 방향에서 끝내자는 의미를 가지고 동입서출의 사상이 만들어졌다.

종교별로 의식 방향은 다르기 때문에 종교가 다른 세계인들을 하나로 묶을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음에는 나라별로 통행 방향이 다른데 그 이유를 알아보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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