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집 이야기 ④ - 신동규 교수

신동규 교수와 함께 하는 우리들의 집 이야기 ④

 

신 동 규

- 경기과학기술대학교 건축인테리어과 교수

- 건축학 박사

- 건 축 사 

- 건축시공기술사

 

 

요즘 또 다시 집값이 문제이다

요즘 뛰는 집값이 큰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잠깐 사이에 수억이 올랐다는 이야기는 더 이상 새롭지 않다. 새 정부가 출범하고 9.13부동산 대책까지 16개월 동안 18회의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잡히지 않고 있다고 한다. 집값이 사회 이슈화되면서 정부가 나서서 수시로 대책을 발표하고, 미디어에서 주요 뉴스로 다루면서 온 나라에 부동산 열풍이 몰아친다. 주택시장은 특수성 때문에 일반 상품처럼 시장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재화인 것을 이해한다 하더라도 도대체 무슨 연유로 잊을만하면 집값으로 인한 혼란과 아픔을 모두가 겪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집이 가진 의미는 무엇인가?

첫째, 집은 모든 동물에게 공통으로 필요한 삶의 터전이다. 생활영역인 집을 본거지 삼아 먹이 활동하고, 사랑하며, 후세를 낳아 길러낸다. 이것은 본능이고 삶의 시작이므로 양보할 수 없는 가치이다.

둘째, 집은 마음이 머무는 곳이다. 사람은 집에서 편안함과 안전함을 느끼고,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한다. 이런 공간이 없다는 것은 자기 상상력과 미래를 꿈꿀 수 없게 하며, 마음의 안정을 얻기 어렵게 한다.

셋째, 인간에게 집은 자기를 상징하는 표현수단이다. 즉 집을 통하여 자기를 표현하고 사고하며, 자기 세계를 확장해가는 중심 공간이다. 사회생활을 하는 인간사회에서 집은 자기의 신분과 특징을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넷째, 집은 가장 중요한 자산으로써의 역할을 한다. 한국인의 보유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70%를 넘고 이 중 대부분은 집값이 차지한다. 집은 자기 미래의 생활을 안심하게 하는 저금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따라서 집은 사람의 삶에서 떼어낼 수 없는 소유물이다. 그러나 그 삶의 터전을 꼭 내가 소유해야 한다는 법칙은 없다. 집이 전세든 월세든 아니면 임시 거처든 상관없이 생활에 지장이 없고, 마음이 편하며,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곳이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 사람은 자기 집을 소유해야만 행복과 만족을 얻을 수 있다는 확신하는 듯 하다.

무엇이 문제의 본질인가?

정부는 최근 집값의 상승에 이유에 대해 몇몇 투기과열지구에서 일어나는 지역적 문제이며, 투기세력 특히 강남의 재건축과 집을 여러 채 소유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투기 수요를 일으키는 것으로 진단한다. 따라서 부동산 대책도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강화나 부동산 담보대출을 옥죄는 것에서 해답을 찾고 있다. 집값 상승에 대한 원인 분석의 잘못이 정책 실패로 이어지며, 시장은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우선, 시장경제에서 돈을 벌 수 있는 투자처로 자금이 움직이는 속성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더구나 요즘 한국사회에서 매력적인 투자처를 발견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생산도 소비도 부진하다. 국내외 주식시장도 답보 상태이다. 금리는 낮고 마땅한 투자처가 없으니 돈이 갈 곳은 그나마 안전하고 환금성이 좋은 아파트밖에 더 있겠는가?

둘째는 시중에 풀려있는 엄청난 유동성 자금이 집값을 올리고 있다.

2008년부터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세계 여러 나라들은 풍부한 유동성 공급과 저금리 기조를 유지해서 경제위기를 극복하려 했고, 그 유동자금은 돈이 될 만한 곳으로 옮겨 다니면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한국에서는 돈이 되는 투자처로 대도시의 주택이 선택된 이유이다.

셋째는 우리 사회의 조급한 성격도 집값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생각된다.

집은 자산 가치보다는 사용가치가 우선되는 자산인데 우리는 언제부턴가 돈 벌 궁리로 집을 산다. 집값이 오르면 좋은 집이고 투자요, 집값이 내리면 좋지 않은 집이고 실패한 투자로 여겨진다. 여기에 정치인과 전문가의 그릇된 예측과 경박한 발언들, 그리고 신문과 방송들의 여과되지 않은 정책과 뉴스도 시장의 과열을 부추긴다. 사람들은 부화뇌동하여 특정 지역과 특정상품에 소비를 시작하면 어김없이 과열 현상을 보인다. 즉 부동산에 군중의 강박 심리가 작용한다. 지금 사지 않으면 영원히 집을 사지 못하고 돈을 벌 기회를 잃고 말 것 같은 심리가 온 사회를 지배한다.

넷째는 뿌리 깊은 부동산의 불패 신화가 존재한다.

한국 부동산 시장은 한국전쟁 이후 고질적 주택 부족에서 시작하여 도시화와 산업화로 인한 급속한 도시 인구집중으로 만성적인 주택 공급 부족에 시달려왔다. 한국에서 개발의 역사는 신도시의 역사이고, 신도시의 역사는 아파트단지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과정에서 아파트사업을 위주로 하는 건설회사의 성공신화가 비롯되었고 그들의 성공 자금으로 한국 산업 발전의 종자돈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도시 근교의 농촌은 도시로 아파트단지로 변화를 거듭하여 아파트 공화국이 되었다. 농촌에서 농지를 소유했던 농부들은 엄청난 보상금을 손에 쥐었으며, 인근의 또 다른 부동산을 구매하고, 도시의 확장에 따라 또다시 보상금 대박을 터트리는 성공신화가 반복되었다. 이런 부동산 신화는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선 지금에도 꺼지지 않고 있다.

일본은 1990년 초 부동산 거품이 사라지면서 잃어버린 20년의 고통을 아직까지도 겪고 있다. 우리도 언젠가 거품의 사라짐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경험 속에는 부동산 투자는 실패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아직도 확고하게 자리하고 있다.

다섯째 집의 투자가치를 우선 생각한다.

아파트로 대표되는 도시주거는 면적과 질적 수준이 표준화되어 있고, 시장가격이 형성되어 있어 누구나 쉽게 가격 변화를 알 수 있다. 위치, 임대조건, 노후화 정도가 제각각인 단독주택이나 상가는 판매가격 비교가 매우 어려운 구조이므로 가격의 변화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하다. 아파트는 가격의 변화를 쉽게 알 수 있으므로 사람들의 반응 또한 매우 극적으로 나타난다. 아파트값이 오를 조짐이 보이면 과열 투기가 나타난다.

일반적인 믿음은 집은 투자로 인한 가격 상승이 목적이 아니라, 가족의 편안함, 자녀의 교육, 삶의 만족, 이웃과의 관계가 중요한 가치로 판단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의 아파트 구매행태는 합리적 사용가치의 추구보다는 투자가치에 매몰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지역별로 크게 다르게 나타나는 주택 선호 현상을 탓할 생각은 없다. 또한, 주택 구매자들에게 특정 지역의 집을 투자로 사지 말고, 사용가치를 따져서 합리적 소비를 하라고 다그칠 수도 없다. 도시를 무한정 확장해서 아파트단지를 조성하고 공급을 늘릴 수도 없을 것이다. 이미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선지 오래고 미분양도 많다. 기존의 주택 자원을 잘 관리해서 질적 수준을 높이고, 도시 기반시설을 균등하게 공급하여 지역격차를 없애는 근본적 해결부터 부동산 보유세를 현실화하여 가수요를 억제하는 방법까지 사람들은 이미 해결방법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실행하지 못할 뿐이다.

첫 번째 해결책은 부동산 관련 조세 제도를 개편하는 것이다. 보유세는 늘리고 거래세는 줄이는 것이다. 보유세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이고, 거래세는 취득세, 양도세, 증여세 등이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보유세는 0.16%로 캐나다 0.87%, 영국 0.78%, 프랑스 0.57% 보다 크게 낮고, OECD 평균인 0.33%에 비해서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반면 거래에 수반되는 세금은 거래액의 3%에 달하며, 양도 차익에 대한 징벌적 과세도 거래를 위축시키고 시장을 왜곡시킨다.

보유세를 늘리면 강남의 비싼 주택을 소유한 수입이 부족한 은퇴 거주자는 싼 곳으로 이사할 수밖에 없으며 당연히 경제력이 뒷받침되는 신흥부자들이 그 자리를 메울 것이다. 경제적 능력이 높은 사람이 비싼 집에 살고 마땅한 세금을 내게 하면 자기의 처지에 맞는 주택소비를 할 수 밖에 없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다. 당연히 그렇게 조성된 세수는 서민을 위한 임대주택 건설비용으로 쓰면 된다. 다 아는 해법을 정부가 못하는 것은 정권의 존망이 걸린 첨예한 문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야당, 여당 할 것 없이 공감대를 형성하여 세법을 개정하면, 집값으로 인한 불노소득의 발생과 소득 양극화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다.

두 번째 해결책은 금리를 올리는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유례없는 저금리로 이미 엄청난 부동산 담보대출금이 시중에 풀려있다. 이를 적정한 수준으로 올려야만 부동산으로 몰려드는 투기성 자금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좋은 해결 방법은 실물경제를 활성화하여 좋은 투자처를 많이 만들어 생산적 투자처로 돈이 흘러가도록 물꼬를 터야만 한다.

 

집값은 오르지 않는다.

집값은 하락도 상승도 해서는 안 되는 안정이 우선인 재화이다. 우리는 이미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하우스푸어, 역전세난, 자산 가치 하락에 따른 소비의 둔화로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체험했다. 또한, 취득세, 양도세 등 거래에 기반을 둔 정부의 세입에도 부정적 영향을 준다. 그러기 때문에 박근혜 정부는 주택시장 활성화 정책을 도입했고, 이를 적절하게 제어하지 못한 현 정부에 와서 집값 폭등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가격이 급속하게 오르면 사회 불평등 심화와 젊은이들과 무주택자들의 자립과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따라서 집값은 물가 상승률만큼 오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학자들 연구에 의하면 장기적으로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 집값의 실질가격(불변가격)은 거의 변화가 없다고 한다. 다만 명목 가치만 상승했을 뿐이라는 것이다.(박원갑, 한국인의 부동산 심리, p.283)

또한 OECD 주택가격 통계에 의하면 1996년부터 2016년까지 한국의 주택 명목가격은 64.1% 상승했지만 실질가격은 0.2% 하락했다. 일부 예외 지역은 있겠지만 전반적 흐름에서 집값의 실질가격은 거의 오르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는 긴 호흡으로 집값을 보아야 한다. 급하게 오른 집값은 언젠가 균형을 찾아 내려오기 마련이다.

마지막으로 집은 모두에게 필요한 공공 재화라고 인식이 필요하다. 

나의 보금자리와 나의 자산이 소중하다면 옆집의 보금자리와 자산도 소중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내가 이익을 보았다면 누군가는 잃어버린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과 같이 집을 투기 대상으로만 여긴다면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하지 않을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집은 가족과 이웃의 삶이 건강하고, 행복하며, 지속가능할 때 참된 가치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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